로컬 브랜드 (1) | 파피어프로스트
여러분은 기록을 하는 사람인가요?
새해가 되면 늘 하는 결심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다이어리 쓰기일 것입니다. 2025년이 밝은 지 1주일 지났을 지금 소개하기 좋은 로컬 브랜드가 있습니다. 대학생 때 시작한 작은 디자인 프로젝트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이 나, 현재는 서촌에 파피어프로스트라는 로컬 브랜드로서 자리를 매김 한 아날로그 키퍼입니다.
아날로그 키퍼는 첫인상에서부터 자신을 드러냅니다. 속성과 취향이 담긴 그 이름에서 말이죠. 아날로그(analogue) + 키퍼(keeper) 두 단어를 합쳐 놓은 이 브랜드는 '아날로그'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아날로그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부터 시작한 문구브랜드이지요.
아날로그 키퍼 '아날로그'는 사람에 따라 고유한 방식과 형태, 가치를 가지는 것이에요.
규칙적인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내가 만들어나가는 아날로그의 가치. 문경연 대표가 빚어낸 브랜드는 해당 가치를 바탕으로 다양한 기록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아날로그 키퍼의 시작점
아날로그 키퍼의 시작은 작은 프로젝트로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문경연 대표는 디자인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날로그 키퍼의 초기 구상을 말합니다.
취업 포트폴리오를 위해 가제 품만을 제작해 놓은 상태에서 쏟아부은 노력이 아까워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온라인에서 소규모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소규모의 소셜 미디어 판매로 시작된 아날로그 키퍼의 문구는, 어느새 수많은 문구인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로 차츰차츰 성장하였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문구브랜드 중 아날로그 키퍼가 특별한 이유
- 또 쏟아지는 수많은 소품샵 중 아날로그 키퍼의 공간인 파피어프로스트가 매력적인 이유
아날로그키퍼의 타기팅은 예리하고 섬세합니다.
파피어프로스트를 들어가자마자 오른쪽 벽면에는 문구 브랜드의 기획 단계에서 치밀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그곳에 아날로그 키퍼를 만든 사람들의 글을 읽다가 보면 이 브랜드가 남다를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됩니다. 아날로그 키퍼가 생각하는 '기록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다꾸 하는 사람'들로 뭉퉁그려지지 않습니다. 그들은 기록이 일이기도 한 사람/ 생활 기록인/ 기록은 취미/ 공부하는 사람들로 '기록'이라고 하는 타겟층을 세밀히 a, b, c, d로 나눕니다. 그러는 동시에 이런 '기록인'들의 직업과 기록의 양, 기록의 목적, 애장품과 스타일까지 추측하며 고객 페르소나를 만들어나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날로그 키퍼의 공간은 필요에 따라 서로 다른 문구를 추천해 줍니다. 일을 위한 플래너도 있지만, 일상 속에서 취향을 기록하기 위한 편한 노트도 있는 것입니다.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러한 디테일로 아날로그키퍼는 남다를 수 있었습니다.
한 땀 한 땀 적은 편지, 아날로그키퍼는 환대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아날로그키퍼의 문구를 구입을 하면 정성스레 포장된 겉면에 한번 놀라고, 그 속 포장지에 숨겨진 편지지 한 장에 두 번 놀라게 됩니다. 아날로그키퍼의 편지는 계절마다 새로 쓰입니다. 포장지 사이 빼꼼 들어간 이 종이에는 새로이 찾아온 계절을 맞이하는 섬세한 시각이 담겨 있으며, 새로이 찾아온 계절을 기록하자는 응원 또한 담겨 있습니다. 아날로그 키퍼는 고객과 같은 '생활 기록인'으로서, 함께하는 기록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아날로그의 감성이 묻혀만 가는 시대에서 계절마다 편지지 한 장을 동봉하기로 한 아날로그 키퍼의 선택은 작지만 그것을 받은 개개인에게 남다른 감동을 선물합니다. 수많은 문구 브랜드들 중에 아날로그 키퍼를 선택한 첫 계기는 깔끔한 문구 디자인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후 아날로그 키퍼의 팬이 되는 계기는 어쩌면 이런 사소한 환대의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파피어프로스트는 기록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갑니다.
pa, pr!, 아날로그 키퍼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공간의 이름은 파피어프로스트입니다. 서촌에 위치한 파피어프로스트에는 읽고 쓰는 일에 진심인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 이 공간에서 아날로그 키퍼는 기록은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나갑니다.
파피어프로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안쪽의 반원 모양의 테이블입니다. 기록의 도구들이 그곳에는 놓여 있습니다. 펜부터 시작해서 종이, 도장까지 마련된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오늘의 기록을 쌓아나갑니다. 기록으로 시작해서 기록으로 끝나는 공간. 파피어프로스트는 단순히 아날로그 키퍼의 쇼룸으로 머물지 않고, 기록인들을 모으고 기록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인터뷰 출처: 디자인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