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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칭맘 그레이스 Feb 22. 2023

폭력에 대처하는 태도와 선택

영화이야기 <세일즈맨, 2016>

89회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수상

69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각본상 수상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제목을 따온 듯 보이는 이 영화는

연극배우 부부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폭력에 대처하는 태도와 선택을 통해 바라본 

인간과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는 붕괴 위험이 감지되는 건물의 균열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야말로 혼란에 싸인 영화의 첫 장면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그림자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폭력, 재난, 사고 등으로 인해 붕괴 위험이 ’ 감지되는‘(붕괴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인생의 균열을 겪으며 살아가게 된다.


건물 붕괴의 위험으로 다른 집을 알아보게 된 부부.

함께 연기하는 동료의 도움으로 임시방편의 보금자리를 얻게 되지만 바로 그곳에서 여자는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만다.

사고, 폭력, 불운은 그야말로 예고 없이, 눈치 없이 들이닥치는 불청객.

일방적 폭력의 피해자가 된 여자와 그 배우자를 통해 우리는 폭력에 짓밟힌 인간균열된 일상무너진 관계, 피해자와 그 주변인이 겪는 혼란, 그들 각자의 고통과 그들끼리의 갈등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 속 '공간'


영화 속  ‘공간’의 이동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다가 붕괴 위험에 놓이게 되자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된 부부의 처음 집.

임시방편으로 머물게 됐지만 찜찜함 마저 감도는 현재의 집(결국 이 불편한 집에서 폭력 사건이 발생한다).

폭행사고 전과 후, 처음 집과 현재의 집, 안녕(安寧)과 뜻밖의 변고 사이의 단절을 이어주듯, 

부부를 지탱해 주는 이들의 또 다른 삶의 무대가 되는 연극무대

바로 그 연극무대에서 부부에게 닥친 시련과 그로 인한 갈등이 되새겨지고 무뎌지기를 반복한다.


남편과 아내의 갈등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깊은 상처를 입은 여자는 혼란 속에서 신음, 조용히 사건을 덮어버리길 희망한다.

남편은 그녀와 달리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 가해자 처벌 혹은 이에 상응하는 복수를 원한다.

그러나 아내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자 수사기관의 도움 없이 본인이 직접 가해자를 찾아내

그의 명예를 짓밟는 것으로 자신과 아내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시도하지만

결국 가해자의 파렴치한 행적을 그의 가족에게 알리는 것마저 주춤하게 된다.

욕망에 이끌려  타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행을 가했지만

자신의 명예만큼은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하는 가해자의 파렴치한  행적을 묵인한다.


인간은 자의 혹은 타의로 끊임없이 혼돈(무질서) 가운데로 내던져진다.

그 속에서 스스로 혹은 타인과 끝없이 갈등하며 어느 쪽으로든 자신의 입장을 취사 선택하며 살아가는 운명.

이때 선택적 상황이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때도 많은데 누군가를 정죄하거나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 경우라면 그 선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아 보인다.

자신을 파괴한 가해자에 대한 선택적 조치가 이리 어려울 줄이야...

만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논리가 인간사회의 정해진 길이라면

도덕과 인애가 쉽게 욕망에 무릎 꿇는 혼돈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좀 쉽고 단순해질 수 있을까?


세일즈맨


영화제목을 굳이 ‘세일즈맨’으로 정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난 '세일즈맨'의 이미지가 주는 '평범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욕망의 본체이나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끝없이 딜레마에 빠져 갈등하는 인간.

그러나 보통의 인간이라면 그에게서 세일즈맨의 이미지 즉 평범성을 발견할 수 있다.

평범한 개인들은 일상에 휘몰아치는 위기와 혼란 속에서 끝없이 갈등하며 

선택과 결정을 이어가다 죽음을 맞는다.

(그 죽음이 자의든 타의든 혹은 자연발생적 죽음이든...)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윌리나 이 영화 속 가해자 노인,

그리고 우리의 이웃과 나 자신도 예외일 수 없다.

이 영화는 세일즈맨만큼이나 특별할 것 없는 그러나 늘 고뇌하는 평범한 인간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죽음으로 향해가는 중에 선택적 딜레마에 곧잘 빠져 갈등하고 뜻밖의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쉽게 유혹당하나 자신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 하는 보통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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