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에 몸 담게 된 계기와 비전
참 많이 듣는 질문이다.
부모 교육 관련 일을 합니다. 강의와 수업 또 학부모 상담을 진행합니다.
이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3가지다. 1) 부모교육? 생소하다. 2) 부모는 부모지, 배우기까지 해야 하나? 3) 부모교육을 한다고? 애들 문제로 골치 아픈데 뭣 좀 물어봐야겠다!
사실 관련 전공자를 제외한 대다수는 ‘부모교육’을 접해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정규 교과과정은 물론 사설 강좌 프로그램에서조차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낯선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대개는 별 의심 없이 본인은 부모 역할을 그럭저럭 잘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들 한다.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다수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은 자녀양육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보다는 아이에게 문제와 책임이 있다고 쉽게 단정한다. 그럼에도 자녀의 진학, 학습, 생활 태도,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부 학부모들은 부모교육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팩트는 이렇다. 부모 교육을 받기 전까진 본인의 양육태도와 양육방식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친정엄마는 약사셨다. 아이를 돌볼 여력이 없으셨기 때문에 난 외할머니 손에 자랐고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는 줄곧 가사도우미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성장 과정 내내 엄마 존재의 궁핍을 겪었다. 결국,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아이는 내가 키운다는 다짐을 굳히게 됐고 독하게 실천했다.
내가 우리 집 남매에게 쏟은 정성은 ‘단순 육아’를 넘어 거의 ‘연구자 수준의 노력’이었다. 그 결과, 사교육 성지 중 한 곳인 일산에서 두 아이 모두를 ‘사교육을 최소화하며 홈코칭’으로 키워낼 수 있었다.
코칭은 티칭과는 구별된다. 코칭은 기본기 다지기, 역량개발, 역량강화를 목표로 아이의 재능과 한계를 각각 개발/보완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핵심은 부모의 직접적인 티칭은 되도록 지양하고 부모가 교재를 선택하여 적시적기에 넣어주는 식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칭의 전제 조건은 ‘부모-자녀’의 유대감과 신뢰이다.
학습자 중심의 코칭은 장점이 많다. 동기부여와 근성 개발에 좋고 문제해결력과 창의력 발달에도 유익하다. 자기 자기주도학습은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며 자신감은 덤으로 얻는다.
당시 만 7세였던 큰아이는 (영문판) 해리포터 시리즈를 완독 했다. 아이의 영어 학습 방법이 중앙일보와 EBS에 엄마표 영어의 성공 사례로 소개되면서 내 육아법에 관심이 모아졌다.
영어뿐 아니라 수학 코칭도 이뤄졌다. 아이는 초등학교 졸업 전에 학원 교육 없이 스스로 수학의 정석(상)(하)를 띠는 등 남다른 성취를 보였다. 그리고 본인이 목표한 대로 중학교 재학시절, 천문 올림피아드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같은 해, 전국 단위 모집의 경기과학영재학교에 입학했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과 뇌과학을 복수 전공한 후 현재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과학영재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은 한결같다. 이를 계기로 ‘홈코칭 세미나’를 열게 됐으며 부모교육에도 나설 수 있었다. 마침 대학원에서 부모교육을 전공했던 만큼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춘 상태에서 자녀교육의 노하우를 나누는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시작은 어쩌다 보니였지만 많은 학부모들과의 교류를 통해 상황의 심각성과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또 상대적으로 교육 자원이 부족하고 교육 격차가 큰 지방의 학부모와 시간에 쫓기는 직장맘을 위한 플랫폼도 절실하다는 결론에 가닿았다. 그래서 지금 난 선배 엄마로서, 전공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고군분투 중에 있다. 수업뿐 아니라 글쓰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 중이며 도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유튜브 개설도 초읽기에 있다.
실은 많은 순간 버겁다. 그러나 부모교육이 하나의 movement가 되는 그날을 고대하며, 외롭고 더딘 걸음일지라도 한 걸음 한 걸음을 정성을 다해 옮겨놓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