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는 하기 싫은 알콜 중독자의 절주일기 #05-3
3. 음주가무 모임에 외치기
지금까지 금주 소식을 알린 곳은 그래도 술을 즐기지 않는 모임이라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한번 모이면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는 모임에 알리는 일이었다. 이 모임이 처음 시작된 건 약 1년반쯤 전이었다. 당시 나는 친한 친구와 금천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공유오피스의 대표님의 주도로 매니저님, 다른 호실 사장님들까지 총 여섯 명이서 처음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장소는 매니저님의 집이었다. 막 요리에 취미를 들린 매니저님의 집에는 온갖 신기한 요리 도구들과 음식들이 있었다. 갈 때마다 새로운 도구로 만든 요리들을 내놓았다. 매니저님의 주방은 거의 도라에몽의 주머니 같았다.
왁자지껄하고 목소리가 커지고 깔깔거리는 웃음이 계속되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음식들과 끊임없이 리필되는 술에 취해 새벽까지 놀았다. 내 주변에는 술을 왁자지껄하게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별생각 없이 시끌벅적하게 즐길 수 있는 술자리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정말 오랜만이었다. 도파민이 폭발했다.
처음에는 일 얘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잊을만하면 석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만나서 평소에는 절대로 마시지 않을 양의 술을 새벽까지 마시며 신나게 노는 모임이 되었다. 술자리는 매번 막차가 끊기기 직전까지 이어지거나 아예 새벽 늦게까지 이어져 다음날까지 숙취에 시달리며 하루를 날리기도 했다. 만나면 별 시답지 않은 주제로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면
‘애인이 바람이 났다면 동성이랑 바람이 나는 게 나으냐, 이성이랑 바람이 나는 게 나으냐?’
하는 밸런스 게임이나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게
‘얼마를 주면 번지 점프를 할 수 있느냐?’
‘그렇다면 다이빙은 얼마에 가능하냐?’
하는 의미 없는 질문들로 싸워 댔다.
사실 다음날이 되면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휘발된다. 술에 물 타듯 대화에도 술을 타 밍밍해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마시는 동안은 즐겁다. 술을 마시기 좋은 명분인 연말이 다가오자 단체 채팅방에는 어김없이 송년회 이야기나 나왔다.
“저희 조만간 연말파티를 한번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정은 다들 언제 괜찮으세요?”
술 이야기가 무르익기 전에 얼른 고백을 끝내야 할 것 같았다. 3편에서 말한 대로 나는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을 재미없는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이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음을 고백해야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부담스럽지 않게, 대화 중에 슬쩍 금주 고백을 던져 넣었다.
“다들 평일이 나으신가요?”
“저는 수목금토 다 좋아요!”
“저는 평일 주말 크게 상관없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금주중이라.. 술은 안 먹고 재밌게 놀다 갈게요!”
“앗 네넵”
나의 금주 고백에는 짧은 리액션만이 돌아왔다. 다행히 내 금주 고백이 큰 주목을 받지 않고 대화에 섞여 매끄럽게 넘어간 것 같았다. 어쩌면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금주 선언에 누군가는 기운이 빠졌거나 그날의 술자리가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어영부영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각자의 개인적인 사정과 요즘 유행하는 감기의 영향으로 두 차례나 송년회 일정이 밀렸다. 송년회가 아니라 신년회를 진행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모두가 동의했다. 이번에는 신년회 일정을 잡으려는 시도를 했지만 어영부영 또 취소되었다. 신년이 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그동안 이렇게 모임이 밀린 적이 없었다. 금주인이 모임에 낀 탓일까 조금 걱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