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 일을 한다는 건

돈이 없는 하루하루가 있다는 것.

by 칠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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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시대인 요즘에 30대는 아직 인생의 30% 어딘가 쯤 진행된 상태지만

숫자는 그렇지만 결국 이 나이는 어리다고 하기엔 늙었고, 늙었다고 하기엔 젊은.

누군가는 내게 아이를 낳기에도 너무 늦었는데 결혼도 안했다고 다그치고-

누군가는 내게 너무 젊고 예쁜 나이를 가졌다고 말한다.

올해 맞이한 30대 중반의 나이는 참 이상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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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왠일로 2025년의 첫 분기는 운수좋은날의 연속 같았다.


어려서부터 진짜 내가 재미있고 하고싶은 일에 있어서는 시작만 좋았던 기억이 있다.

중학교땐 카메라부에 들어가 진심으로 사진찍는것을 즐거워 했는데, 당시 서울에서 괜찮게 나간다는

사진작가가 조금 키우면 잘 클 것같다는 희망을 쥐어주며 서울로 와서 함께 해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결국 희망만 주어진 채 이야기가 마무리 되어 사진찍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빼앗겼다.

이 당시에 사진찍는 것을 멈췄던 것의 이유 중 가장 큰 이유가 돈이었는데, 하루 하루의 밥이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풍족하지는 않았고 다들 얘기하는 것 처럼 예체능은 특히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에 엄마는 내가 핸드폰이나 디카로도 사진을 찍고 즐거워 하는 것에도 못마땅해 하며 찍지 않기를 요구했다.

어려서부터 엄마의 말은 곧 법처럼 착한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당연하게 포기했다.

뭐든 이렇게 시작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것들은 미련이 남기 마련이라 지금까지도 큰 미련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이번 일의 시작도 돈이 문제가 되었다.

평소와 같이 사무직을 하고 지내다 문득 너무 삶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새로운것을 하고 싶기도 했던 어느 여름날에 매일 왕복 3시간 거리로 운전하고 다니며 디자인 툴을 배웠다.

배우는 동안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고, 왕복4시간의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교육기간이 한 달의 시간으로 길지 않아서 더 재미가 있었나 ? 하는 마음으로 업으로 삼을 생각까진 없었는데, 1년동안 편집디자인에 대한 업무를 맡겨주는 선배가 있어 프리랜서로 가볍게 시작한것이 발단이었다. 그 당시 기존의 사무직을 병행하면서 작업을 하다보니 이게 진짜 재미있는건지 기존에 하던 업무와 다르다보니 흥미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늦었지만 늦지않았다고 생각하며 사표를 던지고 디자인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30대의 나이는 꽤 많이 늦은 나이었다.

배울땐 즐겁기만 했고, 배우고 나서도 가볍게 작업물이 들어올 때마다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정작 난 재미있고 시간이 잘 가니 돈을 쫒기보단 현재를 즐기고 있던것도 사실이었는데, 이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는 없으니 알바와 겸업하며 작업을 진행하고 지냈다.

엉덩이힘이 없는 줄 알았던 내가 3시간이상 가만히 앉아 집중할 수 있는 엉덩이힘과 집중력을 가졌다는 것이 놀라워 작업을 할때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을때면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리고 며칠전 가족과 가볍게 던진 얘기들 속에서 진심을 듣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나이가 있는데 제대로 벌지도 못하면서 그러고 사는게 보기싫다는 얘기를 듣게되었다.

주위에선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으니 수익이 많이 나올 수 없는게 당연하다고 얘기하는데 사실 애초에 돈을 쫒아 작업을 하지 않았고, 카페 알바를 한 것만으로도 사실 생활하는데에 불편함이 없다보니

꽤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머리속에 꽃밭만있는 철없고 한심한 자식이 되버린 느낌.

그런 얘기를 듣고나니 이번에도 돈인가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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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수는 없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할 마음은 있는데,

그러다보면 돈도 따라오게 되지는 않는걸까 ?

당장 생활이 어려워 손을 벌리고 있지 않은데 현재보다 더 큰 돈과 안정된 직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만두어야 하는걸까?

결국엔 없어질 수 있는 직군이니 포기해야하나 ? 지금 너무 즐겁고 행복한데 이것만으로는 안되는건가 ?


아직은 어떤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

내게 디자인은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인데 조금 더 잘 키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제나처럼 착한 딸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 이제 더이상 착한 딸이 되고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