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초하 Oct 12. 2023

컵라면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왜 화가 나는 건지 너만 모르는 거니? 나만 아는 거니?



꿈에서

 남편과 유람선인지 뭔지를 탔는데, 배 안에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

컵라면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눠준 건지 남편은 이미 받았고 나는 줄 서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라면을 받은 남편이 내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있는 줄이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서 앞을 보니 이미 받은 사람이 가족(혹은 일행)이 있다며

계속 더 받고 있었고, 한 명이 서있다가 다른 일행들이 와서 받고 하는 무질서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는 줄의 맨 마지막 차례였다.

-오빠 거 받으면서 내 거도 받지.

-됐어,, 그냥 주는 건데 뭐 그렇게까지..

-그게 아니라 뭔가 불공평한 것 같아서. 줄을 왜 서는 건가 싶어서..

라고 말 하던 순간 바로 내 앞에서 컵라면이 모두 떨어졌다고 했다.

나누어 주던 아주머니가 나와 남편을 보며

-이거 어떡하지 미안해서..

라고 말하는데 이미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며 속이 상했던 내가 

-아까부터 다른 사람들이 새치기해서(화가 났었어요.. 어쩌겠어요라고 말하려고 했음)

까지 말했을 때, 남편이 사람 좋은 웃음을 웃으며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수고하세요

라며 매 말을 잘랐고 꾸벅 인사하며 나를 데리고 나왔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괜찮은지 안 괜찮은지는 내가 말해도 되는 거잖아, 왜 말을 잘라?

-컵라면 내 거 줄게. 별일도 아닌데 왜 화가 났어. 너 이거 안 좋아하는 거잖아.

-컵라면을 못 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줄을 섰다는 게 속상한 거라고.

-알았어 미안해, 내려서 사줄게.

-그 말이 아니잖아!!!!!

라며 소리가 커진 순간,

컵라면을 나눠주던 아주머니가 나와 남편을 쳐다봤고

남편은

-얘가 원래 화가 많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넌 왜 소리를 질러.

라고 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우리는 배에서 내려있었고 나는 여전히 기분이 나빠있었다.

꿈이니까, 그 상황이 이상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남편에게 전화가 왔는데 내 직장동료가 예전에 우리가 살던 집으로 이사를 왔다고

집들이 겸 놀러 오라고 했다. 이미 놀러 갈 기분도 아니며 누군가를 축하할 상황이 아니라

당연히 거절할 줄 알았는데 남편은 어째선지 승낙을 했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

-가자 너 라면 못 받아서 화났는데 고기 먹자. 고기구워 준다네.

그 순간.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뭔가 말하려다가 깼다. 그리고 울었고 잠이 오지 않았다.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남편 옆에 있는 나는 늘 화가 많은 사람이고 예민한 사람이다.

그리고 남편은 그런 나를 맞춰주는 좋은 사람이다.




평소에는 이 꿈을  자주 꾼다.

학교 동아리 모임자리에서, 혹은 우리가 아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오늘 전학 온 사람처럼 누구와도 말을 붙이지 못하고,  외롭게 서서 어색해있는데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도 내쪽으로 오지 않는..

오히려 더 멀어지며 이방인처럼 서있는 나를 모르는 척하는.




왜 저 꿈을 자주 꾸는지 모르겠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꾸는 꿈.

나는 꿈에서처럼 동아리든 어떤 모임에서 혼자 서있는 편도 아니고

그럴만한 모임은 가지도 않으며, 남편도 사교적이지 않는데, 

꿈에서는 항상 시끌벅적한 공간에서 외롭게 서 있는 꿈을 자주 꾼다.

내편이라 믿는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는.. 특히 남편이.

감정기복이 없고 서글서글한 남편은 본인이 늘 나에게 맞춰주고 져주고 이해해준다고 한다.

먼저 사과한다고 한다.

그렇다, 남편은 늘 사과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실제로도 남편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우리의 다툼은 늘 아무것도 아닌 일을 내가 크게 생각해서라고 말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남편이 나와 싸우려고 하는 행동이 아님을 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을 남편에게 말하다 보면 어쩐지 나는 계속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주변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남편, 남의 말에 크게 휘둘리지도

자신의 주장을 크게 내세우지도 않는 남편,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편, 누군가의 비난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남편, 아내와 아이의 험담도 웃으며 넘기는 남편,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남편, 늘 모든 일들을 그냥 넘어가자는 남편, 어쩌면 내면이 강한 남편, 나와의 대화는 늘 어긋나는 남편.


남편과는 잘 지내는 편인데도 나는 늘 마음 한쪽이 답답하다. 쓸쓸한 건가?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도 남편은 나에게 사과하겠지만, 미안하다고 하겠지만

본질은 알려고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것임을 안다.

나는 컵라면이 먹고 싶어서 화가 난 것이 아님을 남편은 알지 못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단편적인 것은 단편일 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