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 임보가 입양만큼 중요한 이유
동물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유기동물 임시보호, 즉 '임보'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유기동물이 구조된 후에, 입양을 가기 전까지 가정에서 돌보아주는 것을 임보라고 합니다.
입양을 바로 가면 좋을 텐데 왜 굳이 임보가 필요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입양을 가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한 생명을 10년~20년 간 책임진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어디 그리 간단할까요? 당연히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입양이 결정되기까지, 수많은(한해 13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동물들이 머물러 있을 곳이 없다는 점이에요.
그렇기에 공간도 인력도 여력도 부족한 대다수의 보호소에서는 안락사를 시행합니다. 공고 후 10일 간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고,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건강하고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착한 아이라 해도 안락사가 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안락사 없는 사설 보호소들이 생겨났지만, 문제는 안락사를 시키지 않으면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지 않아요. 안락사를 시킬 때마다 한 마리당 금액이 지원되거든요. (당연히 이 부분을 악용하는 일부 보호소도 있습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설 보호소들은 시설이 매우 열악하고, 봉사자와 후원자에게 의존해 어렵게 운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보호소의 아이들이 입양을 가는 것보다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것이고 그렇기에 보호소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세심한 돌봄을 받기 어려워요. 대부분 보호소가 흙바닥이고, 항시 청결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염병과 각종 질병 등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많죠. 사람과 1:1의 유대관계를 맺을 수 없기 때문에 사회화가 더디어질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한정된 보호소의 인력, 자원봉사자 등의 노력만으로 수백 마리에 달하는 모든 아이들을 깨끗이 씻기고, 예쁘게 꾸며서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고, 지속적으로 여기저기 업로드하며 입양 홍보를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겠죠. 그렇기 때문에 보호소 아이들은 더더욱 입양을 가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임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1. 생명을 지키기 위해
쾌적하고 깨끗한 가정에서 지내는 것만으로 동물들의 생존율은 수직 상승합니다. 간단한 연고, 약만 잘 챙겨 먹어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데 이러한 케어가 어려워 허탈하게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많아요. 특히 어린아이일수록 생존율이 낮아집니다.
2. 빠른 사회화를 위해
유기동물이 모두 사납거나 키우기 어렵다는 것은 편견입니다. 대다수가 사람을 무척 좋아하고 잘 따라요. 하지만 종종 심한 학대를 받아 트라우마가 있거나, 길에서 태어나 아직 인간과 사는 삶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있어요.
이런 아이들도 지속적인 1:1 관계의 사랑과 관심이 있다면 빠르게 개선될 수 있습니다. 입양 가기 전에,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부터 터득하게 되는 거죠.
3. 새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임보처의 중요한 역할은 '이런 아이가 있다'라는 것을 알리는 하나의 홍보 채널이 되는 것입니다. 동물 관련 커뮤니티, 인스타, 페이스북, 블로그 등 어디든 지속적으로 소식을 올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보일 수 있도록 하면 좋아요.
이 아이의 성격은 어떤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케어가 필요한지 등등과 함께 자는 모습, 먹는 모습, 산책하는 모습 등 사람과 어울려 생활하는 사랑스러운 모습들을 잔뜩 자랑할 수 있겠죠. 임보자가 정성을 쏟는 만큼, 더 빠르게 좋은 입양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임보도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에 당연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 지인의 강아지를 몇 개월 맡아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평생 키우는 건 곤란하지만, 몇 개월 정도는 즐겁게 돌봐줄 수 있지 않을까요? 더군다나 나로 인해 그 동물이 새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가치 있고 뿌듯한 일일까요.
입양만큼이나 중요한 임시보호, 더 많은 분들이 알고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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