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보호의 끝이 두려운 당신에게
임시보호는 말 그대로 임시로 보호해 주는 것. 그 기간이 일주일이든, 일 년이든 언젠가는 종료되는 시점이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임보 후에, 유기동물의 행선지는 어떻게 될까? 우선 통상적으로 임보가 종료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입양 성사
입양처가 정해지게 되면 임보는 자동으로 종료된다. 물론 임보자가 입양을 결심해서 임보에서 입양으로 전환이 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입양자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임보의 궁극적인 목적이 입양인만큼, 가장 기쁘게 임보가 종료될 수 있는 케이스이다.
2. 사망 혹은 분실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임보 동물의 건강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거나 임보자의 부주의 등으로 인해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사망의 경우 동물이 원래 질환을 앓고 있었거나, 노화로 인해 자연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임보자의 학대나 불찰 등으로 인해 병이 생기는 경우도 있기에 임보자도 입양자만큼이나 충분히 생명을 돌볼 만한 자격이 있는지 최소한의 검증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아지의 경우 산책 중에, 고양이의 경우 창문이나 문 등을 통해 탈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대다수의 임보자에게 악의는 없겠지만, 한 마리의 동물을 구하고 살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시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무척 허탈하고 마음 아픈 일이다. 이에 반드시 몸에 잘 맞는 산책 줄을 착용하고, 방묘창/방묘문 등을 필수로 설치해 탈출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피치 못하게 탈출이 일어났을 때는, 구조자 측에 즉시 알리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빠른 시일 내에 동물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3. 임보자의 사정으로 인한 임보 불가
개인 사정으로 인해 임보자가 더 이상 동물을 돌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물론 동물 입장에서 주변 환경이 자주 바뀌는 것이 좋지 않기에 가급적 입양 가기 전까지 한 곳에서 돌봐주는 것을 권장하지만, 사람 일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기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입양이 아닌 임보를 결심한 것도 현재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더더욱 그렇다. 다만 가벼운 마음으로 임보를 시작했다가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무책임하게 임보를 종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여러 상황으로 인해 임보를 더 이상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최소한 한 달 전에 구조자(책임자)에게 알려 동물의 다음 행선지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입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보가 종료될 경우, 크게 세 가지의 선택지가 존재한다.
1. 입양 집중 홍보
입양으로 바로 연결된다면 최선이기 때문에, 임보 종료까지 기간이 어느 정도 남은 상태라면 입양 홍보에 전력을 다해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임보자가 최대한 빠르게 임보 종료 일정을 공유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구조자들은 여러 마리를 동시에 케어하고 있기 때문에 한 아이에 대한 입양 홍보만 집중적으로 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상황일 경우 한시적으로 총력을 다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임보자 입장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SNS 등에 꾸준히 임보일기를 올려 함께 홍보한다면 좋은 입양처를 더욱 빠르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다음 임보처로 이동
결국 남은 임보 기간 동안 입양을 가지 못했다면, 차선은 다음 임보처를 찾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입양을 좀처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여러 개의 임보처를 몇 년 간 전전하는 경우도 있다. 위탁 아동이 여러 곳의 가정을 전전하는 것과 흡사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속적으로 사회화를 이어갈 수 있고, 따뜻한 가정 안에서 1:1 케어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3. 원래 있었던 곳으로 복귀
다음 임보처도 구하지 못해 결국 처음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며 구조자 입장에서도 이 선택만은 피하려 최선을 다한다. 한 가정에서 다른 가정으로 이동하는 것보다, 차가운 길바닥이나 보호소로 돌아가는 것의 충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미 사람의 보호를 받았던 아이가 길거리로 돌아가면 생존 확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또한 동물들은 귀신 같이 보호소가 어떤 곳인지 알기에, 자신이 또다시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더욱 소심해지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임보가 시작되기도 전에 임보의 끝을 미리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이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미리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임보와 입양의 무게는 분명 다르지만 적어도 입양 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서 돌보겠다는 책임감, 그리고 동물이 주는 기쁨만 누릴 것이 아니라, 좋은 입양처를 찾아주기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실 이 두 가지만 갖춰진다면 입양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임보자가 예쁜 사진과 영상을 듬뿍 찍어주고, 인스타 등을 통해 아이의 소식을 살뜰히 전하는 것만으로 입양 문의를 훨씬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의미로 임보의 끝을 걱정하기도 한다. 이별이 너무, 슬플까 봐. 너무 많이 정이 들어서 보내고 나면 허전한 마음을 감당하기 어려워질까 봐. 하지만 대다수 임보자 분들은 입양으로 인한 임보 종료는 진짜 이별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늘나라로 가는 게 아니라, 나보다 더 많은 사랑을 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거고 SNS 등을 통해서 소식도 계속 받아 볼 수 있으니까. 이별로 인한 상실감보다 한 생명을 구하는데 동참했다는 뿌듯함, 행복감이 훨씬 큰 것이다.
그러니 어떤 종류든 임보의 끝을 앞서 걱정하고 있다면, 여러 번 임보를 반복해왔던 한 사람으로서 감히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심만 있다면 충분히 나는 좋은 임보자가 되어 줄 수 있고, 품에서 떠나보낼 때쯤 나는 한층 더 풍요롭고 성숙해져 있을 거라고. 임보는 그 과정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