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의 사명 알리기 프로젝트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소셜벤처의 초석을 닦기 위해 해 왔던 다양한 활동들을 정리해 본다.
지원사업 및 교육을 통한 컨설팅을 진행하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의 미션과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홈페이지부터 허겁지겁 오픈했다. 2022년 9월 초쯤이었다. 자체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있긴 했지만, 직접 만드는 공수를 생각하느니 쉽고 빠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 조금 시도하다 바로 아임웹으로 경로를 바꿨다.
월 1~2만 원 정도의 비용 1년 치를 결제했다. pimfyvirus.com 도메인도 함께 구매하며 일단 1년 후까지라도 버텨보자- 싶었는데 정확히 1년이 된 지금, 아임웹을 벗어나 자체 홈페이지를 개발 중에 있다. 도메인은 3년 더 연장. 그때까지 또 잘 버텨보자.
지금 생각해 보면 아임웹은 참 잘한 선택이었다. 마음만 앞서고 비즈니스 모델도 명확하지 않았던 당시, 계속 수정되고 바뀌어야 하는 홈페이지를 공들여 개발하느니 빠르고 저렴하게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공장형 홈페이지가 우리에게 딱 맞았다. 실제로 이 홈페이지를 1년 동안 야무지게 잘 썼다. 기대보다 트래픽도 많았고, 회원수도 몇 백 명이 되었으니까.
아임웹의 쇼핑몰 기능을 활용해 봉사활동 신청을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로그인 후에 주문이 가능하니 자연스럽게 회원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고, 재고 파악도 쉬워 봉사 관리가 좀 더 간단해졌다. 그 외 카카오톡이나 구글폼을 통해 신청을 받던 모임들도 홈페이지를 통해 오픈하고 신청을 받으니 관리가 편하기도 하고 좀 더 그럴듯해 보여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임보 아이들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페이지는 게시판 기능을 활용했는데 사진첩처럼 크게 사진 위주로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아무래도 우리가 원하는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제한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검색 기능이 정확하지 않고 상세 조건 검색이 불가했는데, 등록된 동물들이 많아질수록 애로사항이 많았다. 아임웹은 아무래도 간단한 랜딩페이지나 쇼핑몰에 최적화된 서비스이니까.
사용하며 답답한 부분도 많았지만, 아임웹을 통해 1년 간 많은 피드백을 모을 수 있었고 린하게 여러 시도를 해보며 더 명확한 방향성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해당 내용들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홈페이지 개편을 진행할 예정으로 현재 여러 업체와 미팅을 통해 견적을 받고 있고, 올해 말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홈페이지를 오픈하는 것이 목표이다.
*핌피바이러스 홈페이지
그리고 당시 홈페이지와 함께 인스타그램을 오픈했다. 사실 유기동물 쪽은 인스타 팔로워를 얻기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인스타로 홈페이지 유입이나 임보 상담 연결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좀 더 브랜드성과 체계를 갖추고 운영하고 싶으나.. 아직 고민이 많은 단계이다. 우선은 게시물이라도 꾸준히, 자주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핌피바이러스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imfyvirus/
홈페이지가 생겼는데, 올릴 동물들이 없다. 우리는 구조 단체는 아니니까. 그래서 핌피가 임시보호를 보낼 수 있는 아이들을 보호 중인 단체 및 구조자 등을 찾기 시작했고, 그중 인연이 닿아 알게 된 '팅커벨프로젝트'와 공식 MOU 체결을 맺게 되었다.
팅커벨프로젝트는 안락사 대상인 유기동물을 구조해 입양 보내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당시 핌피가 이제 막 결성되어 보여드릴 것 하나 없이 찾아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주셔 무척 감사했다.
그렇게 팅커벨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핌피 홈페이지에 등록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니, 핌피를 통해 임보로 시작되어 입양으로 완결된 아이들도 제법 생겼다. 핌피가 아직 작은 팀에 불과한데도, 믿어주시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황동열 대표님과 직원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 팅커벨과는 이때 맺은 인연을 계기로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다.
홈페이지가 있으니 하나 둘 유입이 늘어났다. 제법 큰 단체에서도 임보 동물들을 등록하고 싶다고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임보가 하고 싶은 사람보다 임보처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우리의 이 조그마한 홈페이지가 어떤 경로로든 노출이 되고 유입이 일어난다는 게 마냥 신기하고 뿌듯했다. 그렇게 한 명 한 명, 한 마리 한 마리 핌피가 연결해 줄 수 있는 풀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실제 임보와 입양으로까지 이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들어 낸 첫 번째 작은 기적이었다.
임보 바이러스를 전파하자는 이름값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자 하였다.
플리마켓
플리마켓에 판매할 것도 없으면서 무작정 등록 신청부터 했다.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임시보호를 알리고, 임시보호 상담 신청도 받아보았던 소중한 경험. 물론 돈은 거의 못 벌었다.
https://brunch.co.kr/@pimfyvirus/5
핼러윈 파티
야심 차게 기획했던 핼러윈 파티. 티켓을 완판하고 공간을 꾸밀 소품들과 음식들도 다 준비해 두었으나, 다음날 아침 이태원에서 들려온 끔찍한 사고 소식..
처음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기에 팀원들과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를 했으나 곧 행사를 취소하기로 빠르게 결정 내렸다. 참석자들에게 행사 취소 안내 공지를 보내고 전액 환불 처리 완료.
당시에는 열심히 준비했던 행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이미 구매한 물품들까지 손해를 고스란히 안아야 하니 속이 쓰리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쉬워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대부분은 응원과 위로를 보내주셨다.
크리스마스 파티
핼러윈 이후 기획하게 된 두 번째 파티. 20명 한도로 티켓을 판매했고 칵테일 만들기, 팀별 게임, 대화 나누기 등 프로그램이 있는 행사였다. 물론 진행자는 나였고... 준비와 정리는 팀원들이 함께.. 재밌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20명 훌쩍 넘게 올 정도로 인기가 좋았고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갔지만, 다시 이런 종류의 행사를 기획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들어가는 공수가 너무 많고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해서.. 수익이 남아도 남는 게 아닌 느낌.
콘서트
새해 신년 콘서트를 시도해 보았다. 무려 클래식 공연으로..! 재능기부를 해주실 아티스트 분들을 인스타 광고를 통해서 받았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선뜻 함께하겠다고 연락 주셔서 놀라고 감사했다. 그중 다섯 분과 1회 콘서트를 함께하게 되었다.
10여 분의 공연과 10~20여 분의 토크가 3부까지 구성된 방식이었는데, 공연의 퀄리티도 높고 많은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티켓이 팔리지 않았다.. (너무나..) 50여 명이 적정 인원인 작은 공간을 대여했는데, 자리가 텅텅 빌 것 같아 나중에는 무료 초대장을 엄청 뿌렸으나 그나마 당일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초대장 더 뿌릴걸..
재능기부로 아티스트 분들이 참여해 주셨음에도 불구, 결국 행사는 적자로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함께해 주신 팅커벨프로젝트 덕분에, 멋진 영상은 남았다..!
https://youtu.be/nQ6YoHgdulk?si=edOC-rn_ak7VbgX0
이후 생각해 보니 유기동물과 클래식이라는 분야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저렴하고 더 큰 공연을 갈 것이고, 유기동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차라리 봉사 활동을 가겠지.. 의미만 좋았지 실제로 참여할 수요층에 대해서는 깊게 고려하지 않았던 결과라 생각한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유기동물을 돕는 목적의 공연을 아티스트 분들과 만들어가고 싶다는 욕심은 여전히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1회' 콘서트라 이름 붙인 것이니 언젠가 2, 3회도 생길 수 있기를 바란다.
실질적인 수익구조가 없으므로 운영자금을 조금이라도 모아보자..! 하고 진행했던 펀딩들.
와디즈 펀딩
와디즈에서 첫 펀딩을 진행했는데, 판매 목적이 아닌 후원 카테고리가 있어 개설이 가능했다. 이때 펀딩 리워드로 '임시보호 매뉴얼' pdf 파일을 만들었고 티셔츠와 같은 간단한 굿즈들도 제작하게 되었다. 사실 나의 목표는 더 컸으나.. 손해 없이 이 정도 성과를 얻은 것에 만족했다. 처음이니까! 사실 이전에 개인적으로 재테크 목적의 전자책 펀딩을 진행한 적 있는데 그때보다 훨씬 성적이 저조해서 음.. 역시 사람들은 돈 되는 걸 좋아하지 돈 쓰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구나, 싶기도 했고 와디즈라는 플랫폼 특성상 후원 카테고리와 핏이 맞는 구매자가 적지 않았을까?라고 해석해 보았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167221
텀블벅 펀딩
그리고 몇 개월 후, 텀블벅에서 굿즈를 직접 제작해 펀딩에 재도전하게 된다. 함께해 주실 펀딩 전문 디자이너분도 계셨고, 펀딩들도 실용적에 귀엽고 예쁘게 잘 나와서 와, 이거 너무 대박 나는 거 아니야? 싶었는데 결과는.. 와디즈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솔직히 이 때는 좀 많이 당황스러웠다. 굿즈 종류들도 너무 많았고, 찍어내야 하는 최소 수량을 맞추느라 실질적으로 적자가 되어버린 펀딩이다. 다행히 진행 중인 지원 사업을 통해 펀딩 지원금을 일부 받았고, 앞으로 계속 굿즈는 사용할 것이기에 후회는 없지만 대체 왜,,, 뭐가 문제였을까? 싶은 의문이 남았다. 굿즈가 너무 많아서 분산되었던 게 문제였을까, 좀 급하게 준비를 했었는데 더 많이 고민을 했었어야 할까.. 사실 유기동물 분야는 다른 비영리 주제들보다 모금이 잘 되는 편인데, 이 정도 굿즈 퀄리티에 생각보다 참여율이 저조해서 의외였다. 우리의 진실성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일까.
https://tumblbug.com/pimfyvirus?ref=%EA%B2%80%EC%83%89%2F%ED%82%A4%EC%9B%8C%EB%93%9C
펀딩은 적자든 흑자든 매년 진행하고자 한다. 계속하다 보면 뭔가 터득할 수 있겠지. 무엇보다 임시보호의 중요성을 한 사람에게라도 더 알리기에 매우 적합한 형태이기에, 미션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다.
약 반년 동안 진행해 온 여러 시도들. 성공적인 것도,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모두 후회는 없다. 무엇이든 해봐야 아는 것이니까.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일을 벌이는 것. 그것만큼은 지치지 않고 이어 나갈 자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