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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핌피바이러스 Sep 20. 2023

팀원도 돈도 없지만 포기하지 않을 테야

어느 소셜벤처가의 꿈 

유기동물 소셜벤처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초기 팀원들은 모두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보장된 수익도 없고, 회사(라고 할 수 있다면)의 미래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당연한 수순이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사이에 이별이 찾아왔다. 종종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저마다의 길을 가고 있지만 유기동물을 위하는 마음은 모두 매한가지다. 그중에는 핌피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본인이 임보를 시작했던 팀원들도 있고, 그게 입양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각자의 방식대로 유기동물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핌피의 대표인 나는 여기 남아 임시보호로 유기동물을 구하고자 한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회사의 형태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영리인가 비영리인가, 벤처인가 단체인가. 여전히 명확한 노선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일 년 사이 많은 것들이 명확해졌다. 수많은 교육과 컨설팅, 조언과 경험을 얻었다. 아직도 선명한 수익구조가 없는 우리는 회사라 불리기 어렵지만, 처음 야심 차게 마음먹은 대로 '소셜벤처'의 길을 목표로 다잡아 본다. 핌피바이러스는 유기동물 소셜벤처다. 우리는 그렇게 될 것이다. 



LH 소셜벤처 지원사업 2기로 무사히 넘어갔다. 1기에는 1,000만 원, 2기에는 3,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처음 팀을 결성하자마자 지원했던 사업이었다. 이제 갓 결성된 팀에게는 규모가 꽤 컸다. 막연함으로 가득한 신청서를 써 내려가며 '와, 이거 되면 정말 좋겠다. 1기만 해도 좋지만 2기까지 넘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되어서 얼마나 신나던지. 경쟁률도 제법 높았다. 2기도 절반은 떨어졌다. 함께 넘어온 다른 팀들을 보면 업력도 꽤 되고 매출 규모도 제법 된다. 큰 투자를 받은 곳들도 있다. 크나 작으나 모두 회사 형태를 갖춘 쟁쟁한 팀들 사이에서, 솔직히 핌피만 좀 뜬금없다. 희한하게 돈도 못 버는 핌피는 중간평가에서도 기준 미달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심사를 들어가면 심사위원분들이 "좋은 일인 건 알겠는데 돈을 벌어야지~~!"를 외치며 제한된 시간이 넘치도록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던져주셨고 나는 매번 "그 생각은 저희도 해봤는데요~"로 답했다. 항상 포부는 넘쳤다. 어쩌면 그래서 붙여주셨나 싶기도 하다. 그래 너 하고 싶은 거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보려고, 괘씸해서. 



일 년이 너무 빠르다. 2023년에는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날 줄 알았는데. 근데 또 가만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는 했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좀 더 대단한 것이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올해가 고작 한 분기 남았다. 핌피가 열심히 잘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도, 그렇게 생각하면 또 한없이 초조해진다.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다 굶어 죽지 않을까. 학생 때 내 자소서용 좌우명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였다. 나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은' 아이였고. 어린 시절의 근거 없는 확신과 치기가 간절하다.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 꿈에 가까운 지금, 숨막히게 막연하고 벅차오르는 지금이, 부디 동트기 전의 가장 깊은 어둠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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