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둘>
#1
필자에게는 바라보기만 해도 배부른
일곱 살짜리 아들이 있다.
아들에 많은 것을 경험시켜주고자,
주말에는 다양한 곳을 향해 훌쩍 떠나가는 경우가 꽤 많다.
고로 주말 우리 가족의 자동차는 오만가지 이야깃거리가
나동그라드는 장소가 된다.
#2
필자는 비교적 굉장히 온건하고 온순한 편이다.(라고 생각한다.)
아내도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대체로 그런 평가이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으면,
필자가 생각해도 좀 이야기가 다르다.
뭐랄까 좀 운동권 학생이 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평소와 다르게 무엇 하나 손해 보고 싶어 하지 않아 진다고 할까.
도로 위에 부조리를 하나 넘기지 못하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아빠가 되고 만다.
#3
문제는 이런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아빠가 아들에게
별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욕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불평불만이 가득한 아빠에서 벗어나고자,
무엇이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무엇이 운전할 때 나를 그렇게 만드는가?
도대체 문제가 뭘까?
#4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어떠한 결과에 대한 평가는
그 결과와 일부만이 공개된 과정을 통해 내려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회사에서 성과 혹은 결과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있어,
온전하게 모든 과정을 샅샅이 브라우징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지 듬성듬성 기워진 구성원들의 과정을 맞춰보고,
그 과정과 문제를 추정할 뿐이다.
그렇기에, 그 업무를 바라보는 제삼자의 마음에는
필연적으로 빈 곳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많은 부분이 관용과 함께 이해라는
마음이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운전에서는 사뭇 다르다.
운전을 해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운전은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고로 이 과정에서는 모든 것을 대단히 투명하게 다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출근기 길게 기다리고 있는 합류 도로에서
내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저 앞으로 가서 비상깜빡이를 켜고
끼어드는 차를 바로 내 눈앞에서 볼 수도 있고,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뒤에 차가 있는 것을 보고도
편의점에 담배 사러 가는 사람의 과정 또한 볼 수 있다.
즉, 운전 중에는 과정을 비교적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나에게 가해지는 피해가 너무 즉각적으로 발생함과 동시에,
허탈감을 느끼게 해, 관용과 이해라는 마음을 즉각적으로
무너뜨려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5
고로,
모든 과정이 투명한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적당히 모를 건 모르고,
둔감하게 사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닐 게다.
오늘부터 그런 장면을 보면 속으로 이렇게 되뇌고자 한다.
"사정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