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20XX트렌드, MZ세대의 특징…”
매년 말이 되면 서점가에는 내년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내년 트렌드는 무엇일지 이야기하는 사람의 입에 귀를 열심히 가져다 대죠.
또 일 년 내내 사내 방송과 인터넷에서는 MZ세대의 트렌드, 그들만의 특성에 대해 호들갑스럽게 외치죠.
우리는 모두 어제와 다른 오늘을 믿고,
오늘과 다를 내일을 찾아 헤맵니다.
우리는 변화를 동경하고, 신봉합니다.
특히 마케팅 직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죠.
#2
“움직이지 마! 지금부터 움직이는 XX들은 다 범인이야!”
플래시팀 오인용에서 2006년 공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중년탐정 김정일 시리즈의 명대사입니다.
20세기 초 병맛을 선사하는 이 플래시 중요 장면에서 중년 탐정이 용의자를 앞에 두고 외치는 이 말처럼,
우리가 움직이는 것, 즉, 변화에 유독 집착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그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기만 하면 우리가 직면한 문제가 해결된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변화는 남이 잘 모르는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있어빌리티’가 작동할 여지가 많아져 내가 여러모로 우위에 설 여지가 많이 생긴다고 여겨집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변화는 것에 집중하고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3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야 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그런데 정말 그 변화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줄까요?
사실 필자의 생각은 ‘아니요’입니다
사실 100개의 트렌드 중 진짜는 1~2개가 될까 말까입니다.
나머지 90개는 Fad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경우입니다.
트렌드라는 이름을 뒤집어쓴 산들바람을 맞아 매년 쏟아져 나온 히트 상품과 브랜드 중
몇 년이 지나고 살아남아 있는 경우가 얼마인지 보면 그 답은 더 선명해집니다.
변화에 집중하는 것은 성공률이 5% 미만인 것에 집중하는 것과 같습니다.
삼십 년 전, *코카콜라 뉴코크 실패 또한 산들바람에 의한 실패였습니다.
그렇기에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높으면서도, 반복될 여지가 높은, 쉽게 변하지 않는 본질에 집중해야 합니다.
어렵고, 고루하고, 재미없지만,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제가 이 매거진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변화 위주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 뭐가 맞는지 모를 이야기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쉽게 날리고, 가벼운 그래서 변하기 쉬운 것이 아니라
쫓기 쉽지는 않지만,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마케팅을 공유해보고자 함입니다.
이제부터 이 매거진이
마케팅과 관련된 직무를 하는 사람들의 복잡함을 정비하는 해우소가 되거나,
이제 마케팅 관련 직무를 시작하는 새내기들에 아웃라인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되는 곳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시작해 봅시다.
*
1980년대, 펩시콜라의 추격에 따라, 단 맛을 늘리고,
탄산을 줄인 경쟁사 펩시콜라와 비슷한 맛을 내는 ‘뉴코크’를 출시했으나,
기존 코카콜라의 팬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아, 출시 두 달 반 만에 기조의 맛인 코크 클래식을 재 출시한 사례.
외부 변화에 대한 그릇된 선택의 결과가 얼마나 참담할 수 있는지 일깨워주는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