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을 이해하기 위한 두 번째 퍼즐.
#1
”설마 뭐, 진심 어린 사과 뭐,
그런 거 받자고 이러는 거 아니지?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5편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 연진이
자신의 딸 담임 선생님으로 나타난
학교 폭력 피해자 동은에게 위협을 느끼고,
돈으로 협상을 제안하며 나오는 대사입니다.
그때 연진이 되어 본다면, 아마도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 나를 찾아온 건, 나에게 돈을 뜯고 싶어서 일거야.
그러니까 돈만 쥐어주면 잘 끝날 거야.‘
아직 ’더 글로리‘를 보시지 않은 분들을 위해
자세히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사실 연진은 전혀 동은이 본인을 찾아온
진짜 목적을 완전히 잘못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이때 연진이 동은이가 나타난 목적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어쩌면, 청자에게는 재미는 없지만,
자기의 불행을 해결한 모두가 행복한 싱거운 얘기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올바른 의사 결정과 문제 해결을 위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행위의 정확한 목적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2
그렇다면, 마케팅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앞 편에서 필자는 마케팅 탄생의 비밀은
수요과 공급의 불균형,
즉, 수요를 넘은 공급 과잉이라는 걸 언급했죠.
이 탄생의 비밀은 우리에게
마케팅의 목적이 무엇인지 규명해 줍니다.
제한된 소비자들로 하여금,
공급 과잉 시장 내 경쟁자 및 대체재 대비
더 가치 있음을 증명하여 제품을 선택하게 하는 것.
그렇다면, 이제 마케팅의 목적은 알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다시 말하면 어떻게 더 가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3
더 가치 있음을 증명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소비자가 기존에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에
경쟁자 및 대체제 보다 더 높은 가치를 획득하는 방법.
둘째는 경쟁자 및 대체제의 가치가 낮거나
없는 환경으로 이동하는 방법.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가치를 제시하는 방법입니다.
어려우니까, 연애로 예를 들어 봅니다.
A는 B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A는 한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A는 주변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MBTI를 물어보기도 하면서
B에 대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를 통해 A는 B가 찰랑찰랑한 머릿결이
이성을 선택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그래서 A는 B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가장 비싼 매직 퍼머와 비싼 영양제로 머릿결을 가꿉니다.
이것이 첫째 방법이에요.
그런데 A는 이번 달 지출이 많아져,
당장 매직 퍼머와 비싼 영양제를 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A는 B와 만남을 가질 때,
흑인이 많은 곳으로 약속을 잡습니다.
내 머리 결의 변화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거죠.
이건 두 번째 방법이에요.
그런데 이것도 한계가 있어요.
살펴보니 B 주변에는
A보다 머릿결이 좋은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B가 운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A는 함께 운동을 하며
접점을 늘려보기로 마음먹습니다.
이게 마지막 세 번째 방법입니다.
이렇게 B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A는 기본적인 세 가지 방향을 도출했습니다.
이렇게 세 가지 방향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도
놓치지 않아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정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B가 찰랑이는
머릿결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사실과
최근 운동에 새로운 관심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그를 통해, A는 더 나은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단 한 가지의 방향도 끄집어낼 수 없었을 것이고,
머리카락보다는 나의 관점인 옷 입는 방법, 대화 주제 등
성공 확률이 낮은 것에만 집중했을 것이 뻔합니다.
그랬다면 A는 B로부터 선택받기는 영영 요원했을 거예요.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큰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케팅의 목적 달성,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말이죠.
#4
”마케터는 소비자 전문가입니다 “
그러므로 마케터는 소비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전략을 다루는 사람도 아니고,
커뮤니케이션을 잘 아는 사람도 아닙니다.
회계 전문가가 기업 재무 재표의 전문가라면,
상품 전문가가 상품의 개발 프로세스의 전문가라면,
마케터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소비자가 구매 의사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
가장 잘 아는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