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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유니 Nov 22. 2024

베이징의 길을 따라: 천 년의 이야기가 흐르는 도시

베이징은 단순히 중국의 수도를 넘어,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문화와 역사를 품어온 특별한 도시입니다. 자금성의 화려함에서 만리장성의 웅장함까지, 이곳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고대 제국의 흔적이 깃든 궁궐과 골목을 걷다 보면, 베이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역사책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동시에, 베이징은 현대 중국의 역동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고층 빌딩과 복잡한 도로망, 그리고 글로벌화된 도시 문화가 과거의 유산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매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정에서는 베이징의 풍부한 역사를 살펴보고, 그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명소와 미식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천 년 역사의 흔적을 찾아서


베이징의 역사는 요나라(辽)의 ‘남경(南京)’ 시대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은 중국 북방을 통치하던 요나라의 중요한 도시였으며, 이후 원나라(元) 시기에는 ‘대도(大都)’로 불리며 몽골 제국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당시 대도는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 각지에서 온 상인들과 학자들이 모여드는 국제적인 도시로 번성했습니다.


명나라(明)와 청나라(清) 시기에는 자금성을 중심으로 황제의 권위가 확립되었고, 베이징은 명실상부한 중국의 수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시기에 지어진 자금성, 천단(天坛), 만리장성은 당시의 정치적, 문화적 권위를 상징하며 오늘날에도 그 위용을 자랑합니다.


현대에 이르러 베이징은 격동의 시기를 겪었습니다. 20세기 초 청나라의 몰락과 외세의 침입 속에서 혼란을 경험했지만, 1949년 중국 건국 이후 오늘날까지 국가의 심장부 역할을 해왔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 도시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전환점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2. 베이징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들


① 우다오잉 후퉁 (Wudaoying Hutong)


역사적 배경


우다오잉 후퉁은 청나라 시대에 형성된 좁은 골목으로, 처음에는 군인과 관리들이 머무는 곳이었고, ‘우다오잉’이라는 이름은 주변에 다섯 개의 군사 진영이 주둔했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명나라와 청나라 수도였던 베이징의 방어 거점이었습니다. 후퉁은 원나라 시대부터 주거지로 사용된 베이징의 전통 골목길을 가리키며, 몽골 지배 시절의 도시 설계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


현대의 우다오잉 후퉁은 과거의 군사적 기능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건축물과 현대적인 상점들이 어우러진 예술과 문화의 거리로 변모했습니다. 작은 카페, 아트 갤러리, 전통 찻집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어, 베이징의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일면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차하이 (Shichahai)


역사적 배경


시차하이는 첸하이, 허우하이, 시하이로 이루어진 호수 지대이며,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 베이징의 주요 상업적 중심지였습니다. 특히 대운하를 통해 강남의 물자가 베이징으로 운송되던 시절, 시차하이는 물자를 저장하고 분배하는 중요한 상업 허브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청나라의 황제와 귀족들이 시차하이를 유람지로 사용했기 때문에 호수 주변에는 사합원 구조의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으며, 베이징의 전통적 건축물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


시차하이는 호수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과 후퉁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전통적인 찻집, 서양식 바와 레스토랑이 공존하며, 베이징 사람들과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 보트 타기와 겨울철 스케이트가 인기입니다.


 구이제 (Gui Jie)


역사적 배경


구이제는 청나라 시대부터 식당들이 모여 형성된 거리로, “구이”는 중국 전통의 솥을 의미하며, 주로 음식과 관련된 상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청나라와 민국 초기, 주로 귀족과 상인들이 방문하는 고급 요리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구이제는 베이징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가 중 하나로 발전했으며, 다양한 중국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들로 가득합니다. 예로부터 늦은 밤까지 음식점들이 영업했기 때문에 “밤의 거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


구이제는 지금도 다양한 중국 전통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베이징식 훠궈, 바비큐, 마라롱샤(매운 소스에 익힌 가재 요리) 등으로 유명합니다.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야식 거리로, 베이징의 미식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④ 징산 공원 (Jingshan Park)


역사적 배경


징산 공원은 명나라 영락제 시기에 지어졌으며, 인공 언덕 위에 위치한 공원으로 베이징의 역사적 요충지입니다. 징산 언덕은 자금성의 북쪽에 자리하여 자금성의 풍수적 방어 목적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곳의 ‘정점’은 실제로 금나라 때부터 사용되었으며, 자금성 건설 당시 남은 흙과 자재를 이용해 인공적으로 언덕을 만들었습니다.

청나라 말기, 황제 숭정제가 청나라의 압박 속에서 징산 언덕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은 징산 공원의 역사적 비극으로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


징산 공원은 현재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지점 중 하나로, 이곳에 오르면 자금성을 비롯해 시내의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징산 공원은 이국적인 나무와 꽃들로 장식되어 있어 사계절 내내 산책과 풍경 감상에 적합한 장소로 유명합니다.


⑤ 치엔먼 광장 (Qianmen Square)


역사적 배경


치엔먼 광장은 자금성의 정문인 치엔먼에서 이름을 따온 곳으로,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 황제의 행차로가 지나던 곳이자, 베이징의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였습니다. 치엔먼은 베이징 남쪽 성문으로, 자금성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베이징 시민들이 왕래하는 주요 문이었습니다.

특히 청나라 시절에는 이곳에 “대사루(大栅栏)“라는 상점가가 형성되며 상업적으로 크게 발전했습니다. 당시 베이징에서 가장 번화한 시장 중 하나로, 포목상, 약방, 전통 상점들이 밀집해 있었습니다.


현재의 모습


치엔먼 광장은 베이징의 상업적 전통을 이어받아, 현대적으로 재개발되어 번화가로 탈바꿈했습니다. 전통적인 건축 양식을 재현한 상가와 함께, 다양한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들이 찾기 좋은 장소입니다. 또한 광장 주변에는 전통적인 베이징식 트램이 운행되고 있어, 옛 베이징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제공합니다.




3. 베이징에서 즐기는 미식의 세계


 슈안양로우 (涮羊肉)


유래와 역사


슈안양로우는 얇게 썬 양고기를 끓는 물이나 육수에 살짝 담가 익혀 먹는 음식으로, 그 시작은 원나라(1271-1368) 시기 몽골 민족의 식문화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몽골인들은 유목 생활을 하며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을 선호했기 때문에, 양고기와 같은 육류를 얇게 썰어 짧은 시간 안에 익혀 먹는 방식이 발전했습니다. 이 음식은 원나라 시절 베이징에 전해져, 특히 겨울철에 즐기기에 좋은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조리법과 특징


슈안양로우의 핵심은 양고기를 매우 얇게 썰어 끓는 육수에 담가 익힌 후, 다양한 소스와 함께 먹는 것입니다. 양고기는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매우 얇게 썰어야 하며, 적당히 익혀서 고기의 풍미를 최대로 끌어냅니다. 베이징식 슈안양로우는 참깨 소스, 땅콩 소스, 간장, 고추 등을 곁들여 먹으며, 고수, 마늘, 파 등의 추가 재료를 더해 더욱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또우즈 (豆汁)


유래와 역사


또우즈는 녹두를 발효시켜 만든 전통 음료로, 송나라(960-1279) 말기부터 명나라, 청나라 시기까지 베이징에서 서민들에게 널리 퍼졌습니다. 이 음료는 특히 청나라 시대에 인기를 끌며, 주로 아침에 마시는 음료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영양가가 풍부한 이 음료는 당시 서민들에게 중요한 식사였으며, 신맛과 독특한 향 덕분에 베이징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음료였습니다.


조리법과 특징


또우즈는 녹두를 갈아 물에 넣어 발효시키고, 그 액체를 따뜻하게 데워 마시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신맛이 특징이며, 이는 일종의 ‘발효음료’로서 사람들마다 맛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이 음료는 주로 아침 식사로 곁들여 먹으며, 베이징의 전통적인 음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음료로 여겨집니다.


또우즈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과거에는 소화와 해독 작용이 있다고 믿어져 건강식으로도 인식되었습니다. 그 신맛과 특유의 향이 낯설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중독성이 강한 음료로 여겨집니다. 또한, 베이징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자아내는 전통 음식으로, 세대를 거쳐 사랑받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의 시간 여행을 마치며


베이징은 단순히 중국의 수도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 역사와 문화, 현대적 발전이 어우러진 이곳에서는 과거를 배우고 현재를 느끼며 미래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자금성에서 황제의 일상을 상상하고, 후퉁 골목길에서 베이징의 일상을 엿보며, 맛있는 미식을 통해 도시의 맛을 음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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