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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나의 회사 생활일지 #5

by 유니유니

팀원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 일을 할 영업팀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어떻게 다져나갈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마음속에 깊게 자리 잡았다. 누군가는 말한다. 영업과 컨설팅, 또는 기술팀 간의 협업은 당연하면서도 어렵다고. 그 말이 왜 반복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회사라는 곳은 새로 시작되는 공간이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 쌓여온 역사와 방식이 공고히 자리 잡은 공간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습관대로 일하고, 각자 익숙한 리듬 안에서 움직인다. 비즈니스의 방식,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그리고 서로에 대한 기대와 판단까지… 이미 굳어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영업팀과의 협업은 단순히 역할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었다. 종이에 적힌 R&R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기대치와 관계의 온도를 조율하는 일이었다. 거기에는 감정도, 자존심도, 누적된 피로도 함께 얽혀 있었다.


처음이라서 더 조심스러웠고, 그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거리감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도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모든 고민은 결국 나 스스로의 중심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불안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중심을 잡아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다. 내가 어떤 기준으로 일하고 싶은지,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싶은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조직에 스며들고 싶은지, 나의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반응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고, 관계의 무게에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


부서의 역할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을 어떻게 해내느냐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담당 영업과 고객의 기대를 잘 관리하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신뢰를 쌓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마음가짐부터 진심이어야 한다는 것.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이니, 먼저 다가서고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이 결국 관계를 이끌어간다.


요즘은 가끔 소주 한 잔에 기댈 때도 있다. 불안한 마음을 털어내고 싶어서, 조금은 속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서. 하지만 그보다는 매일 저녁 조용히 운동화를 신고 뛰는 시간, 그 짧은 순간이 마음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지금은 속도를 내야 할 시기가 아니다. 조금 더 천천히, 하지만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하나씩 해내며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


조금씩 나를 설명하고, 조금씩 나의 일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증명하는 것. 그렇게 나는 또 한 걸음, 이 조직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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