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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이 Jun 18. 2023

물레바퀴

 한 생명이 피어나고, 한 생명이 저문다. 밀물이 들어오고, 썰물이 빠져 나간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내린다. 삶은 계속해서 순환하고, 우주의 질서도 그것만의 법칙을 조용히 이행해나간다. 제자리에서, 제각기의 개성 넘치는 생명체들이 자신들만의 몸짓을 통해 생의 의무를 다하며 우주심에 맞춰 약동한다.


 인간은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바깥으로 나오는 순간, 생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와 동시에 죽음의 덫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는다. 출생과 죽음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서로가 서로를 마주한다. 나이가 한살 한살 들어감에 따라, 우리는 머리가 커지고, 신체가 자라나며, 하나의 인격체로서 성장해나간다. 삶을 살아가는 도중에 수많은 것들을 조우하고, 때론 그들을 우리의 품에 꼭 안아보기도 하고, 또 때로는 망망대해에서 항로를 잃은 배처럼 절망적인 태도도 취해본다. 삶의 굴곡. 햇빛이 사라지고, 미적지근하게 가열된 대지만이 밤과 달빛을 기다릴 때면, 우리는 하루라는 시간의 터널을 건너버린 것이다. 터널 속에서 마주한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비애와 분노, 달관과 평정까지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길을 수놓는다. 그렇게 인생이란 쓰디쓴 열매를 우리는 조금씩 소화시켜 나간다.


 전생의 삶에서 맺어진 인연. 현생에서 나를 붙잡는 장애물들과 인간 관계들. 그들과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과거의 왕이었던 내가 이번 생애는 거지로, 전생에 성냥팔이 소녀였던 내가 막대한 돈을 굴리는 사업가로 활약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전생의 비밀들을 세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피라미드와 로도스 석상, 바빌론의 공중정원, 만리장성과 진시황릉. 모두 인간의 세계가 한번에 걸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얽힘과 연쇄 작용으로 우리의 삶이 이끌어졌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들이다.


 전생과 현생의 삶을 미루어 생각해보면, 우리에게 교훈이 되지 않는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영향받은 삶의 편린들은 또다시 삶이라는 호수에 진동을 일으킨다. 진동이 점차 커져나가, 호수 위의 물체는 이리저리 움직인다. 물결과 호수. 호수 위에 놓인 한 척의 배와 노를 젓는 길잡이. 이들은 우리가 바라보는 대상인 동시에,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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