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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ome Oct 01. 2023

<분노의 포도>와 <Dust and Dreams>

컵셉과 세계관

추석을 맞이하여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를 읽었습니다. 미국 경제 대공황 시대에 발표된 이 소설은 발표되자 마자 인기를 얻었을 뿐 아니라 그 유명한 퓰리처상 수상을 통해 위대한 소설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제가 이 소설을 처음 알게 된 것은 Camel(카멜)이라는 영국의 아트록 또는 프로그레시브 록 (Art Rock or Progressive Rock) 밴드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들의 앨범 <Dust and Dreams>를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그 앨범이 분노의 포도에 영감을 받아 수년간의 제작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분노의 포도의 현장인 캘리포니아에서도 작업이 되었다는 사실에 소설 <분노의 포도>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독서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글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하니까요. 저 또한 이 소설책을 사 두었으나 오랬동안 책장에 고이 보관하고 있었을 뿐 읽진 않았습니다. 긴 연휴에 영화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그간 미루어온 책을 읽자는 생각을 하였고 분노의 포도를 읽었습니다.


소설 <분노의 포도>, 민음사

민음사에서 발간된 소설 분노의 포도 표지는 영화 분노의 포도의 주인공 톰 조드의 얼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을 사놓고 이 핑계로 책은 안 읽고 영화를 먼저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소설을 읽어보니 축약된 영화보다 좀 더 자세하고 깊이 있게 작품을 음미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기 사진에 보면 CD 십여장이 있는데 모두 Camel이라는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밴드의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소설과 함께 촬영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Camel이 소설 분노의 포도에 감동 받아 이를 토대로 <Dust and Dreams>이라는 컨셉 앨범을 제작했기 때문입니다.

 

카멜의 음반 중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NUDE 앨범과 Dust and Dreams 앨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 시절에 가뭄까지 닥쳐 흙먼지가 휘날리는 오클라호마 농장에서 더이상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해진 톰 조드 일가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캘리포니아를 향해 희망을 품고 66번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상징적인 미국의 66번길 (경기도 동두천 미군 기지촌에서 필자 촬영)

하지만, 캘리포니아 농장에서는 기대와 달리 저임금에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구조로 일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고, 분노가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맺히게 됩니다. 혹자는 일하는 사람과 수익을 거두는 사람이 따로 나누어져 있는 구조에 연대하여 분노를 표출해야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도 하고, 어차피 사회는 형태만 달리할 뿐 자본계급과 노동계급의 구조는 다른 형태로 재현이 되기에 변할 수 없다고도 합니다.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소설인 듯 합니다.

소설 <분노의 포도> 25장에 언급된 '분노의 포도'

위에 언급한 아트 록 또는 프로그레시브 록은 무엇일까요? 저는 음악평론가 또는 이론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정의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트 록 청취자로서 그간의 청취 경험을 통해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습니다.


- 1개의 곡이 10분을 넘는 대곡이 많음. 심지어 20~30분의 곡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대곡도 있음.

- 앨범 전체가 하나의 컨셉(concept)으로 이루어짐. 즉,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루어짐.

- 록음악 외에 클래식, 재즈 같은 다른 장르와 융합된 음악을 선보임.

- 커버 아트가 예술적임.


가 아트록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뉴트롤스(New Trolls)의 '아다지오'라는 곡을 통해서였습니다. 어느 날 라디오를 듣는 데 오케스트라 곡이 나오길래 클래식 곡인 줄 알았는데, 록음악으로 변모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받았던 문화적 충격은 어마어마하였습니다.


그 후 프로그레시브 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게 되었고, 핑크 플로이드, 제네시스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를 알게 되었고 한 때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에 심취한 적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동서남북이라는 밴드가 발표한 '나비'라는 곡이 유명한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서남북에는 김광민(수요예술무대 MC)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동서남북 보다 진일보한 프로그레시브 록 음반으로 조윤의 <뫼비우스의 띠>가 있는데, 철학적인 느낌이 강하고 난해하여 대중적인 관심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레시브 록 음반은 Camel의 <NUDE>와 <Dust and Dreams>입니다. 카멜 특유의 서정성과 시끄럽지 않은 록음악이 듣는 이로 하여금 부담없이 음악을 청취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이들의 앨범은 국내에서도 인기가 좋고 심지어 영국보다도 인기가 많다고도 합니다. Camel의 앨범 중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Stationary Traveller> 앨범인 것 같습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동명 타이틀곡 'Stationary Traveller'와 'Long Goodbyes'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곡이라 여겨집니다.

롱 굿바이 가사



저는 학창시절 프로그레시브 록을 통해 컨셉 앨범이라는 세계를 접하게 되었는데, 요즘은 케이팝(KPOP) 그룹들을 통해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파(aespa)는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세계관을 통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르세라핌(LE SSERAFIM)은 크림슨 하트라는 세계관을 통해 활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김초엽'이라는 MZ세대 SF소설가에게 자문을 받고 있다고 하니 흥미롭습니다.

르 세라핌

그렇다 해서 모든 케이팝 그룹이 세계관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뉴진스(New Jeans)같은 그룹은 특정 세계관이 없는 것이 세계관인 것 같습니다.


한국의 한 젊은 미래학자는 한국의 엔터업계가 체계적인 아이돌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계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실력과 매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 엔터업계로부터 영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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