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わたし(私 와타시)? 남자는 ぼく(僕 보쿠)?
(어문학 전공자 시점에서의 정보 공유가 아닌 현지 거주자 시점에서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글입니다. 문법적인 혹은 개념적인 오류에 대해서는 답글로 지적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합니다.)
중학교~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를 일본어로 선택했던 사람들 혹은 취미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학습 패턴을 감히 예상해 본다면 일단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열심히 외우고, 그다음 간단한 어휘나 문법공부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스텝에서 영어공부에서의 I, my, me, mine 등과 같은 인칭표현을 처음 접하게 될 텐데, 문제는 일본어에서의 1인칭 표현은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중 고등학생 시절 배웠던 내용이나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했던 내용들을 되돌아보면, 여자는 わたし(私 와타시), 남자는 ぼく(僕 보쿠), 그 이외에도 시대와 세대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존재한다고 배웠었고, 그 패턴이 너무 다양하기에, 교재의 친절함에 따라 다르겠지만, 앞에 2개 만을 사용한 예문만을 접하였다. 특히 필자의 모교에서 사용했던 일본어 교과서를 기억해 보면, 교과서에 있는 모든 예문의 1인칭 표현은 처음 개념 설명을 위한 예문을 제외하고 전부 わたし(私 와타시)로 통일되어 있었고, 당시 선생님께, 인칭표현을 ぼく(僕 보쿠)로 바꾸어 읽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읽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침을 받았었다. 물론 교과서가 결국 전부 わたし(私 와타시)로 표기되어 있기도 하였고, 필자(남자)는 이 문제에 대하여 별로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수업에서 혹은 숙제를 할 때에는 오직 わたし(私 와타시)만을 써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간은 흘러, 대학교 3학년 2학기(2017년), 원래라면 미국 혹은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갈 생각이었지만, 우연치 않은 기회로 사귀게 된 일본인 친구를 계기를 시작으로, '일본은 외국인들도 많이 사니까 기존에 공부해 오던 영어는 물론 일본어도 새로 배울 수 있겠다'란 안일한 생각으로 행선지를 일본으로 변경하여 1년간의 유학생활을 경험하였다. 이때 일본인 친구에게 들은 정보로 '일본 대학생은 3학년 여름방학에 인턴 경험을 하면, 3학년 2학기말 겨울방학 기간에 자소서, 면접준비를 하여, 4학년 1학기(2018년)에 구직활동을 시작한다'라는 것이었고, 당시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졸업반이고, 여기에서 구직활동을 하게 되면 한국의 동기들보다 2배의 기회가 있네'같은 지극히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현지 대학생들과 같은 방식의 취준 레이스에 뛰어들게 되었다. 이 시절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자소서나 면접에서 일본어로 '나'를 어떻게 지칭할까?라는 문제에 대해서였다.
결론적으로 내가 채용했던 표현은 わたし(私, 와타시)였고 물론 이렇게 판단했던 이유들은 다음과 같았다.
1. 비즈니스 사용되는 정중한 표현은 わたし(私, 와타시) 혹은 わたくし(私, 와타쿠시).
교환학생시절의 일본인 친구들이나, 당시 지원했던 회사의 HR담당자들과의 캐주얼 면담 등에서 얻을 수 있었던 피드백은 '비즈니스신에서의 정답은 わたし(私, 와타시)라는 것이었다. 추가적으로, わたし(私, 와타시)와 똑같은 한자로 표기하지만, わたくし(私, 와타쿠시) 또한 더욱 정중한 표현으로 사용된다. 물론 일본에서도 청년 혹은 한국에서 최근 대두되는 'MZ'와 같은 세대들에게 있어서 사용되는 어휘표현이 바뀌는 등과 같은 사회현상이 일어나고 있어(여기도 '라떼는 말이야'와 같은 말을 쓰는 분들이 계신다.) 꼭 정답이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비즈니스신에 있어서도 ぼく(僕 보쿠) 혹은 おれ(俺 오레)과 같은 인칭표현을 사용하는 케이스도 없지 않게 있기도 한다. 하지만, 사내 커뮤니케이션에서나 수용될 수 있는 정도로, 성향이 엄격한 상급자분들에게서 불쾌하게 느낀다는 의견을 간혹 들은 적이 있으며, 특히 고객을 상대함에 있어서는 대단히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다.
2. 생각보다 여자는 わたし(私 와타시) 남자는 ぼく(僕 보쿠)라는 규칙을 의식하지 않는다.
이 또한 개인적인 경험일 수도 있지만, 주위에 사람들을 봤을 때 본인에 성별에 따라 인칭표현은 지키기보다는, 본인의 성장환경, 성향, 장소등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인칭표현을 자연스럽게 구사해도 된다는 점이다.
위 2개의 이유를 종합하여 얻은 결론은 인칭표현은 크게 고민할 사항은 아니라는 점, 모든 케이스에 있어
서 わたし(私, 와타시)를 사용하게 된다면 적어도 실례가 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여, 현재에 이르러서도 1인칭 표현은 전부 わたし(私, 와타시)만을 사용하고 있으며, 무례를 범했다는 등의 어떠한 해프닝도 발생하지 않았다.
번외 1. 정작 일본 사람들 또한 어떠한 표현을 써야 하는지 모른다.
본 기사를 작성함에 있어서, 필자의 생각이 어느 정도 타당한지에 대하여 확인하기 위하여 검색엔진(구글)에 '여성', '私'(와타시), '僕'(보쿠)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검색을 해보았으며, 그때 얻은 재밌는 기사를 하나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一人称が僕】の男女の心理とは一体?特徴・恋愛傾向を詳しく解説
(출처:https://domani.shogakukan.co.jp/562730)
제목을 해석해 보면, 「1인칭이 ぼく(僕 보쿠)인 남성의 심리는 과연? 특징, 연애경향을 상세히 해설」이며, 본 기사에서는 1인칭 표현으로 ぼく(僕 보쿠)를 사용하는 남성은 어떠한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카테고리로 정리하였으며 정리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① おれ(俺 오레)는 난폭, わたし(私 와타시)는 답답(너무 예의 있어서) 하다고 생각한다.
②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라고 생각한다)
③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한다.
④ ぼく(僕 보쿠), おれ(俺 오레), わたし(私 와타시)를 상황에 맞추어 구분하여 사용한다.
반면 이 기사에서의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남성 심리에 그치지 않고, ぼく(僕 보쿠)를 사용하는 여성에 대한 심리 또한 정리했다는 점이었다. 본 기사에서 정리한 여성의 심리는 다음과 같았다.
① 유소년기에 남자들과 어울려 생활하여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②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 한다.
③ 그러한 캐릭터를 만들어 싶어 한다.
물론 이 기사의 작성자는 본인의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이 기사를 작성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남성도 여성도, 하나만이 아닌, 다양한 인칭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며, 인칭 표현을 정함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사회적 통념을 있을 수는 있어도, 꼭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번외 2. 우리가 배운 여자는 わたし(私 와타시) 남자는 ぼく(僕 보쿠)라는 것은 누가 만든 것일까?
여러 교재들이나 인터넷강의 내용들을 비교해서 보다 보면 위 규칙에 대해서 다양한 설명들을 접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 표현은 어떤 성별의 어떠한 연령대가 사용한다', '저 표현은 어떠한 상황에서 쓰인다' 등을 접하였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설명에 대하여 필자는 '일본어를 배우기 쉽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해 일부로 특정 해석을 부여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지극히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언어라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타며 변화하는 것이며, 처음에는 실제로 저러한 로직으로 쓰임이 구분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필자의 지인 중에 한 명인 일본인 초등교사(일본 교육청에 소속하여 일본 초등학교에서 교육업무를 하는 임용교원)에게 위에 관하여 물어본 바로는, 본인이 수업 시 사용하는 일본의 국어(일본어) 교재에 위 규칙과 같은 내용은 존재하지 않고 저렇게 가르쳐본 적도 없다고 하였다.
맺음으로, 최근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며 조언을 구하는 친구들의 질문에 답을 해주며 노파심에 해주었던 말을 빌리자면, (비단, 일본어 공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외국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먼저 그 목적(여행 회화정도? 비즈니스 회화정도? 혹은 그 이상?)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한정적이기에). 또 현지인에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그저 그 나라의 말을 할 줄 아는 외국인일 뿐, 그 나라 사람들과 똑같은 수준의 표현을 구사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상황을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우리가 한국에 온 혹은 생활하는 외국인을 만나게 된다면, 물론 정말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한없이 편하겠지만, 다소 문법적인 오류나, 발음의 부정확함이 있더라도 한국어를 전혀 구사할 수 없어 본인의 모국어만을 사용하고자 하는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한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감히 생각한다. 우리들 역시 한국을 떠나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는 단지 한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일 뿐이기에, 본인에 목적에 맞는 언어 수준을 갖추어 소통할 수 있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국어 공부에 있어서, 무조건적으로 정확한 표현이나 멋있는 표현만을 집착하게 된다면, 정말로 끝을 알 수 없는 미지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체크포인트가 어디 즈음에 있는지도 모르는 하염없이 공부하는 것보다는, 간단한 표현정도만 알 수준까지 공부해 보고, 배운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친구도 사귀어보고, 더욱 다양한 주제로 말하고 싶다는 동기가 생겼을 때 그것을 원동력으로 하여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쌓는 등의 긍정적인 사이클을 반복한다면, 목적과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고 공부를 계속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