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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토리 Aug 08. 2022

생활비 20만원이 모자란 아빠

[하지만, 괜찮다.]

평범한 직장인이 싸늘한 도시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한 달에 20만 원 정도가 번번이 부족했다. 2011년 아빠의 시작은 그랬다.


"생존 돈벌이 제2의 물결"


Q. 우리 직장인들이 왜 투잡을 할까?
A. 매달 매달 약간 모자라는 "생활비 때문이 아닌가?"


"나만 그런 건가? 다 그렇겠지 뭐!" 하며 한 달 한 달 버텨왔다. 그런데 이게 뭔가? 절약을 한다고 해도 카드값은 계속 늘어나고 빚이 쌓이기 시작했다. 직장이 있어도 점점 미래가 두렵기 시작했다.

아뿔싸! 내가 생각했던 삶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지금껏 어떻게 살아온 인생인데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돈이 일억, 아니 천만 원이 모자란 것도 아니고 단돈 20만 원이 부족한 건데 말이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이건 아니다, 이건 진~짜 아니다."라고 혼잣말하며 부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20만 원짜리 알바 자리를 찾습니다."


Q. 부업, 그거 어떻게 시작할까?

A. 우선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대박을 꿈꾸는 건 아니고 단돈 20만 원 정도가 필요했다. 아니 여기에 조금 더해 매월 50만 원 정도의 알바를 구하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지만 왜 이리도 어렵단 말인가?  50만 원 정도 되는 알바 자리는 "손쉽게 구할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시간이 맞으면 동선이 꼬이고, 장소가 적당하면 시간이 안 맞고... 구속된 직장인 신분으로는 알바 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구인광고지를 뒤적이며 보내기를 며칠,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럴 땐 "신속한 태세 전환이 필요하지"라고 생각이 들었고 산기슭에서 킁킁거리며 더덕을 찾듯이 SNS를 샅샅이 살펴보며 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아싸! 찾았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온라인 화상영어 서비스'를 하고 있는 대학 동기를 찾게 된 것이다.  오호~ 이거다 온라인이니 시간도 장소도 제약이 안 되겠네 그래! 이거 다 하고 마음속으로 확신을 한 후, 그 사업에 한 발을 껴볼 심산으로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따르릉! 따르릉! "어~ 있잖아~ 잠깐 시간이 될까? 만날 수 있을까?" 졸업 후 연락을 안 했던 사이였지만 이 생활을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얼굴에 10cm가량의 철판을 깔고 아쉬운 소리를 하며 몇 차례 만나 아부를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으며 한배를 타기로 결정이 됐다.


"실패도 마중물이 되나요?"


Q. 직장 생활하며 부업하면 힘들지 않나요?

A. 당근 x 100% 근데 그게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아쉬운 소리를 하며 숟가락은 얹었지만 알량한 자존심이란 게 남아 있으니 부끄럽지는 않기 위해서 온갖 잔재주에 시간까지 싹 다 갈아 넣었다.


2% 부족했던 교재를 세련되게 개정하고, 주말이면 고객 유치를 위해 동네 어머니들에게 전단지를 돌리고, 지인들에게는 수강신청을 강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년 정도를 보내니 나도 모른 새 내 안에 사업가가 들어앉아 있었다.


잠자리에서 눈을 감으면 한 편의 영화가 그려졌고 그 주인공은 내가 되었다. 희망찬 미래를 꿈 꾸며 "상상하지 못했던 삶이 나에게도 오는가?" 하며 기대 가운데 시간이 흘러갔다.


허나 그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꿈속에서 존재했던 상상의 날개가 현실에서는 결코 펴지지 않았던 것이다. 몇 개월간 모았던 통장의 잔고는 금세 바닥이 드러났고 그렇게 아쉬움만 남은 채 여정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게 운명의 장난인가? 통장은 비었지만 이 경험은 내 안에 가라앉아있었던 꿈들을 들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 마중물은 새로운 여정에 값진 종잣돈이 되었고  20만 원짜리 알바면 충분했던 생린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꿈쟁이>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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