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마도, 자폐아의 엄마인것 같다.
힘내!
학교 창체 시간.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미니 캔바스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쓰고 선물을 해보라는 말에 눈가에 장난기가 넘쳐 흐르는 우리 둘째는 엄마를 떠올렸다고 한다.
작은 두 손으로 건내는 작은 캔바스를 받아들고 삐뚤거리는 두 글자를 보자마자 갑자기 울컥하고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솟아 오르는 것 같아 아무말도 못하고 머뭇거렸다. 아이가 부끄러운지 조금 몸을 뒤로 빼며 눈치를 보는 걸 보고는 그제서야 숨을 머금으며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힘내, 라는 이 응원이 담긴 한마디가 2022년 12월의 나에게는 정말 간절했다.
언제나 똥 이야기에 숨을 쉬는게 버거울 정도로 웃어제끼고 엄마 얼굴은 엉덩이 탐정같다고 장난만 치는 아이는 엄마의 감정에는 전혀 무심한것 같지만 이렇게 간헐적으로 나를 심쿵하게 만드는 걸 보면 무뚝뚝한 엄마를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기러기가족으로 장애아를 돌보며 고군분투 하고 있는 엄마가 고작 아홉해의 인생을 살아온 어린 아이의 시선에도 힘들어 보이기는 했나보다. 한편으로는 작은 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들킨 것 처럼 민망하기도 했지만 힘든 내 상황에 누군가 공감을 한다는 사실이 참 고맙기도 하고 나를 위해주는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워 작은 캔바스를 집안을 들어설 때 가장 잘 보이는 피아노 위에 올려놓았다.
I think your child is gifted
3년전. 그러니까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의 가을날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 집에서 나를 만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갑작스러운 면담요청도 당황스러운데 담임선생님뿐 아니라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 원장선생님, 그리고 이사장까지 함께 나를 맞이 해주었다. 그 순간 아, 무슨 문제가 있구나 하고 직감했다. 첫째 둘째가 다니던 어린이집이어서 선생님들과의 관계나 어린이집 프로그램에는 문제가 없을테고, 혹시 막내가 적응을 못하는건가? 등원때 울고 불고 떼를 쓰긴 했지만 문제가 될 정도인가? 일상적인 인삿말을 주고 받으면서도 내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에 복잡했다. 찰나의 정적이 흐르고 이사장님께서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우리 아이가 특별하다고 하였다.
정확하게는 I think your child is gifted라고 하였다.
그 순간 면담실의 차갑지만 건조하던 공기, 햇살을 따라 떠다니던 미세한 먼지들과 내가 내뿜는 들숨까지 세세하게 기억 할 수 있을것만 같다. 내가 이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나? 그때의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이 있을까? 절망? 충격? 당황? 아마 그 기분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것 만 같다.
아이가 특별하다고 느낀 이유라며 늘어놓은 이유들; 호명에 반응하지 않는다. 간단 지시 수행이 불가능하다. 인지가 느리며 의미 있는 단어조차도 내뱉지 않는다. 상동행동을 한다 등. 이 일이 있고 난 후 증상에 대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단어. '자폐'
나는 아마도 자폐아의 엄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