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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경 Nov 07. 2023

Forget / Don't forget

Forget me now / Don't forget me forever

Forget me now / Don't forget me forever는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다. 이 세태는 개개인이 살아가고 있는 각자의 범주 내에서 빠르게 바뀌어가는 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나를 둘러싼 환경은 내 상상력의 근원이 된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다양한 시각적 표현 방식을 포함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Forget me now / Don't forget me forever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하나는 디지털의 발전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 또 하나는 쇠락하고 있는 것 이면에서 쉬지 않고 생성되고 있는 세상에 대한 것. 이것은 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기획자와 작가의 관심사를 담고 있다.

  기획자와 작가는 우연적이면서도 꾸준한 현상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고 동시에 실제와 매우 비슷한 가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 매체라는 점에서 Forget me now / Don't forget me forever를 통해 그 특성을 활용한다.

  작업의 배경이 되는 오래된 건물은 만들어졌다가 몰락하는 현재를 담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존재를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새로운 생성의 과정을 의미한다면, 사진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는 현재와 가상의 모습은 목적을 향한 시작결과가 될 것이다. 가상의 존재가 펼치는 무한 반복의 행위는 소멸과 생성 사이의 과정을 오간다. 상상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은 생성이 시작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개인의 경험]

한 영상매체에서 다룬 '쓰레기산'을 보고 그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에 이끌려 이를 찾아나섰다. 정보의 밭에 쌓인 데이터 속에는 포천시에 위치한 산 하나가 있었다.

  버려진 사물 더미 앞에 섰을 때, 채도 빠진 이름표를 달고 있는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 건물엔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다. 매점으로 활용되었었던 건물은 ‘매점’으로서의 가치가 끝나고 폐허가 되어가는 중이다.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지어졌다가 오랜 시간 목적을 달성하고 오랜 시간 방치된 채 붕괴되지 않는다. 이 이야기는 가치를 상실한 것처럼 보이는 오래된 건물을 우연히 마주한 것에서 시작된다.


[공동의 이야기]

사진 한 장의 이미지는 어떤 순간의 영원을 반영하기도 한다. 작업 방식에 따라 현재일 수도, 가상일 수도 있는 세상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우연히 마주한 오래된 건물은 필요에 의해 생산되었다가 활용 가치가 사라지면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상상을 시작하게 하였다.

  우리가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할 때 혹은 완성할 때 데이터의 세계에서는 많은 이미지가 실험되고 버려진다. 이것은 실패의 이미지가 아니라 최종의 이미지로 향하는 과정의 이미지들이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하나의 가정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은 가시광선의 세계에서 대상을 관찰한다. 그렇다면 가시광선 바깥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이번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빛 속의 존재를 '생성'한다. 존재는 죽었거나 살아 있다. 물컹하고 유연하다. 지구에 들러붙어 흐른다. 그저 흐르다가 어딘가에 비친 자신을 보고 몸을 생성해낸다.

  붕괴되지 않고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그 가치를 모두 소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이 공간은 또 다른 생산을 시작한다. 가시광선 바깥에서 시작되는 행위들을 표현하기 위해 적외선 LED와 장노출 촬영 기법을 통해 한 장의 사진 이미지를 제작 한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 속의 존재들은 의식(儀式)을 통해 자신을 인식한다. 의식은 기쁨과 환희를 표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간의 눈에 오래된 건물들은 소멸 직전을 의미하지만 미지의 존재들에게 오래된 건물들은 새로운 생성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의식은 오랜 시간 동안 서투르고 지연되고 바뀌어가며 최종의 국면으로 향한다. 이 과정이 진행되는 공간은 새로운 생성의 공간으로 재구성된다. 이곳은 일반의 시각에서 약간 벗어난 공간의 이야기가 발생하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의 이미지부터 의식이 진행되는 과정, 새롭게 생성된 이미지까지 모두 한 공간에서 경험하면서 미지의 존재가 의식을 치르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한다. 이렇게 공간은 관찰자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공개용 / 김씨,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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