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일랜드도 갑니다.
인연은 참 신기하다. 살다 보면, 억지로 붙여 떨어지지 않으려 해도 절대 붙지 않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꼭 붙어버린 인연도 있다. 그렇게 살갑게 가족처럼 지냈어도, 이제는 소원해져 버린 인연들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성장이 조금 씁쓸할 때도 있다.) 뜨문뜨문 연락만으로도 우린 친구임을 내세울 수 있는 인연들도 있다. 이것은 후자인, 슬쩍 흘린 본드처럼 붙어버린 아일랜드 친구와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다.
바야흐로 먼 옛날, 아일랜드 리머릭(Limerick)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학교 수업을 마치고 한국 친구들과 슈퍼로 장을 보러 가던 참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길을 걷고 있었는데, 저쪽에서 한 커플이 우리를 다급히 부른다. Are you Koreans?(한국인인가요?) Yes(네.) 멀리서 한국말이 들리는 것 같아 너무 반가웠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 커플은 한국에서 3년 정도 영어를 가르치다가 만난 인연을 계기로 함께 살고 있는, 한국을 너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이었다.
그 당시 급속도로 친해졌던 우리의 인연은, 그 친구들이 리머릭을 떠나 더블린으로 이사를 간 후에도, 내가 한국으로 떠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그 후 10년 동안 그들도 나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 커플은 당연히 결혼을 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서로 몇 년에 한 번씩, 끊길 듯 말듯한 안부만 전하며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더블린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300년 된 고택을 매입해서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는 연락이 그들의 마지막 안부였다. 그리고 또 몇 년 후, 이번 영국 여행을 계획하며, 정말 오랜만에 왓츠앱으로 참으로 담백한 연락을 한번 해보았다.(외국인이기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안녕? 오랜만이야. 나 아들이랑 영국여행 갈 예정인데 말이야...’
바로 답장이 온다.
‘아일랜드 와서 아들이랑 우리 집에서 머물러. 얼마든지 오래 머물러도 좋아.’
그렇게 런던 한 달 살이 마지막 3일에 아일랜드 여행도 추가하며, 런던발 더블린행 티켓도 구매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