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아웃풋클럽 AI 공유회 연사자 발표 후기
그러니까 AI 기술과 관련 없는 디자이너가
어쩌다 AI 활용법을 나누는 공유회에서 연사자로 서게 되었냐면..
2024년 11월.
포트폴리오 제작 겸 생성형 AI로 만든 2분가량의 시네마틱 영상을 만들었다.
1월부터 회사에서 국가지원사업 서류를 작성하며 생성형 AI를 공부했고, 기획과 이미지 제작에 도움이 되어 최종합격 하나, 서류 합격 하나를 할 수 있었다. (최종합격 건에서는 콘셉트 이미지 제작을 담당했고, 서류합격 건에서는 기획 전반적인 것부터 콘셉트 이미지 제작을 담당했다.)
하지만 개인 포트폴리오로 남기기는 어려운 것들이라, 1년 동안 배운 지식을 모아 영상 하나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D 영상 디자이너'라는 전문 분야와 연관을 지을 수 있게 기존에 만들던 영상과 비슷한 시네마틱 영상을 제작했다.
- ChatGPT: 시나리오 작성 및 배경음악 작사
- Midjourney: 이미지 생성 (Text to Image)
- Runway, Kling: 영상 생성 (Image to Video)
- Suno: 배경음악 작곡
[영상 시청: https://youtu.be/SkcSJ9ywku4?feature=shared]
이런 거 만들면 또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조금이라도 뿌듯함을 더 느끼려 애쓰는 편이라, 사용하고 있는 모든 SNS - 유튜브, 스레드, 인스타그램 - 에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스레드에서 1.7만 조회수가 나오며 AI 영상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AI 영상 제작 작업과정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에 이래저래 본업과 외주 일을 열심히 쳐내다 보니 벌써 3달이 흘렀다.
휘발되기 전에 어서 정리해야 하는데.. 생각하던 참에 하이아웃풋클럽에서 'AI 위크 공유회 연사자를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태그 해주신 트렌드커넥터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댓글을 남겼다.
사실 고백하자면.. 이때는 별 고민 없이..
'뭐. 신청해 놓으면 어떻게든 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연사자 신청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하루이틀이 지나고,
발표 날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연사자분들은 AI 위크 전 발표자료를 제출해 주세요.
발표 일주일 전에 연사자들을 대상으로 공지가 올리 왔다. 진짜 큰일 났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이에 개인 포트폴리오를 정리한다고 시간을 보내고, 다른 개인 일정이 있어서 시간을 보낸다고 발표자료 준비를 못 한 것이다. (핑계 죄송합니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은 산더미인데, 그게 머릿속에만 있지 '발표자료'라는 아웃풋으로는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ㄹㅇ 발등튀김 이 상태로 다급하게 구글 프레젠테이션을 켜서 문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내가 과연 '<AI 위크 공유회>에 발표자로서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50번 정도는 품은 것 같다. 정정합니다. 발표자료가 46페이지니, 100번 이상은 의문을 품은 게 맞겠다. 적어도 한 페이지 만들 때마다 두 번 이상은 자괴감을 느꼈다.
이 자괴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바로바로 내가 <AI>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영상 디자이너로서 영상 제작과 관련은 있으나..
'프롬프트를 이렇게 알려주는 게 맞나? 이 프롬프트가 과연 최선의 방법인가...?'
프롬프트를 공유하고 있는 것 자체에 계속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보'를 공유하기보단, '경험'을 공유하는 방향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위크 공유회에 다양한 연사자분들이 다양한 주제로 발표하실 테니, 내가 발표를 듣는 참가자라면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는 발표자들의 실제 경험이 궁금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정보 공유보다는 경험 공유에 더 자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일하면서, 영상을 제작하면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표자료를 제작했다.
처음에는 앞에서 만든 시네마틱 영상 제작 과정을 공유하려다가,
1. 내용이 너무 길어질 것 같고 → 영상영화 이론부터 시작하면 분량이 너무 방대해진다
2. 참석자(타깃)는 콘텐츠 제작자 혹은 사업가 →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를 고려했을 때, <시네마틱 영상>은.. 사실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결론에, 최대한 많은 분들이 이 공유회를 듣고 직접 사용해 보실 수 있기를 바라며 전반적인 AI 영상 제작 워크플로우에 대해 공유하기로 했다.
밑줄 친 프로그램들을 중점으로,
기존 영상 제작 워크플로우에 기반하여 - 생성형 AI를 사용한 영상 제작에서는, 각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결국 내가 현재 제일 잘할 수 있는 방법(전문 지식과 연관)을 선택했다!
그렇게 발표자료를 공유하고..
발표 D-1..
각 세션별 신청자 수를 공유받았다.
여러 벙개를 열며, 신청자 수와 실제 참석자 수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긴 했으나.. 83이라는 숫자를 보고 놀랐다. 동시에 ‘온라인’ 공유회여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
그리고 차라리 83명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아예 가늠이 안 되는 숫자다 보니 실감이 안 났다. 뭔가 치히로에 나오는 종이귀신(?) 처럼 느껴졌음.
그렇게.. 디데이가 다가왔고,
발표 1분 전까지 발표 대본을 작성했다.
AI 위크 공유회 첫날에 첫 발표라니!!
(다른 분들이 어떻게 하실지 전혀 가늠이 안 돼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그렇게 7시 50분이 되어 한두 분 모이기 시작했고, 데스크톱에 채팅창을 켜둔 채 노트북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줌 발표가 오랜만이라.. 발표하면서 채팅창을 어떻게 켜는 건지 까먹었다.. 그거 찾다가 한 세월 갈까 봐 데스크톱 화면과 노트북 화면을 열심히 번갈아 보며.. 발표했다..)
사실 발표 대본을 읽으며 예행연습을 할 때, 발표 시간(20분)이 모자랐다. 빨리 읽어도 그랬다. 발표자로서 발표 시간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집중과 선택을 해서 내용을 수정했어야 했는데, 그럴 시간을 할애하지 못했다.
말이 빨라지고 발표자료도 휙휙 넘어가다 보니 분명 참석자분들이 들었을 때 '뭐가 지나간 거지?' 싶은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설문조사 후기 링크를 걸어두고, 이메일로 발표자료를 보내드리는 일종의 임시방편을 마련했다.
(+ 발표 시간 안에 내용을 전부 소화하지 못 하다 보니, Q&A 시간에 질문 수가 적었다고 생각..)
많은 내용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은 좋다. 하지만 정해진 발표 시간 안에 클리어하게 발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발표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 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역시 뭐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아.. (엉망진창이지만) 나 역시 해냈군. 뿌듯했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일단 질러보기'인데.. 가장 큰 단점은 <그 준비 과정이 아주 불안하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채로 지르다 보니 과거의 나를 자꾸 욕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큰 장점은 <끝났을 때 굉장히 뿌듯하다>는 것이다.
단새님 글에서 나왔듯이.. (발표를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지만..) 셀프디깅데이 때도 그렇고, 이번 AI 위크 연사자로서 발표 준비를 할 때도 그렇고 단새님과 정확히 똑같은 감정변화를 겪었다.
'아 일단 해봐~ 어떻게든 되겠지~' → '나는 먼지야. . . . . ..... 들으시는 분들 죄송해요 . . . ..' → '아니? 그분들 시간을 헛되게 만들면 안 되지?' → '하지만 나는 먼지인걸. . . .... 이거 다 알텐데 . ...' → '하지만 . . .모르는 분들도 계실텐데 . . . . ...' → 'However. .. 내가. .? 과연..? 발표를..?'
→ 어라랏. 디데이.
하지만..
항상 결론은! 하길 잘했다! + 하이아웃풋클럽 짱!
하이아웃풋클럽에서 발표회를 들을 때마다, 따로 후기를 모으는 분들을 관심 있게 보았다.
'후기'의 힘은.. 뭐랄까. 강력하다!
마케팅 요소가 되기도 하고, 경력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등등 이력으로서 여러 유용함이 있겠지만, 이번에 느낀 건 후기는 그 무엇보다 '뿌듯함'을 몇 배로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 PDF 발표자료 공유와 후기를 연결해서, 후기 참여율이 높아진 것 같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후기를 작성해 주실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길게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구글 폼 외 인스타 스토리, 스레드로 남겨주신 분들께도 감사인사를..) 이 맛에.. 계속 발표를 하게 되는 것일까..
올해는 더 많은 것을 공유하며 기버로서 사는 게 목표 중에 하나였는데,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다행이고 기분이 좋다.
기버로서 성장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영상을 '공유'하면서 기회를 만들었고,
- 제작 경험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정리를 하고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
- 그리고 이렇게 발표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면 언젠가 또 다른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번 AI 위크도 '공유회'였다. 각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였고, 그 안에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았다. 누군가는 아이디어를 얻었고, 누군가는 자신이 해왔던 일을 돌아보며 성장의 기회를 가졌다.
공유는 결국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일.
무튼.
다음에도 이런 두려운 일이 생길 때, 지금을 떠올리며 꼭 도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