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내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예전엔 그것이 모든 걸 뒤로하고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과거와의 단절이야말로 진정한 전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깨닫는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음을.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모든 걸 버리는 게 아니라, 내가 겪었던 일들, 배운 것들, 그리고 과거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거라는 걸. 그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남기고, 불필요한 것들은 내려놓으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거라는 걸 말이다.
물론, 과거를 떠난다는 건 가끔 쉬워 보인다. 힘들었던 기억이나 짐이 되는 감정을 모조리 떨쳐내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다 버리고 나면, 내가 누구인지,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잊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결국 그 모든 순간들이었으니까.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내가 겪어온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동시에, 더 이상 나를 붙잡는 무거운 짐은 놓아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지면서도 내 안은 더 깊어지는, 그런 과정. 과거를 부정하거나 지우는 게 아니라, 그것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
이렇게 적고 나니 마음이 좀 차분해진다. 앞으로도 나는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