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솜 흩날리는 새파란 광활.
그 밑에 조금은 더 진한 파란색으로 시작되는 바다.
진청색부터 하늘, 청록까지 넘실대며
점차 옅어지는 진하고 투명한 자연의 바림,
유화인지 수채화인지, 넋 놓고 감상하고 있을 때
그 순간 귀에 울려퍼지는
수 천개의 파도소리
부드럽게 부서지는 하얀 반짝임과 함께
뒤를 돌아보면, 자연스레 눈에 머금어지는
눈부신 포근한 햇살, 고운 모래결, 유리알같은 조개알들.
참지 못하고 담근 발에는
시원한 감촉, 부드러운 모래
깊이 내게 들어오는 바다의 숨결이
참 따스하고 시원한 바다.
감각을 넘어 영혼으로 느끼는 바다
무언가 큰 울림을 가르쳐주는 듯.
파도에 사라지는 모래의 발자국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분명한 건 내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
누군가는 기억할테니까,
죽음과 소실,
한 마디 말조차, 한 줄의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굳은 모습에
사라진 영혼.
얼핏 보기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다르지 않아보이지만
돌아갔다고 해서
그 시간 그 곳에
분명히 있었다는 사실까지 변하진 않는다.
비록 찰나이지만
존재하며 느끼는 생생한 감각과 감정들이
얼마나 기적같고 찬란한 일인지.
찰나이기에,
유한하기에,
잠시 머무는 이 생이 더 아름답다.
어림이 아름답고
젊음이 아름답고
늙음이 아름답다.
이 나에 머무는 순간이 모두 아름답다.
멀지 않은 날
눈 감는 순간에 의식도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겠지만
잠시 일어났던 이 진흙은 세상을 보고
너무 아름다웠다고,
평화로운 찬란한 감사 속에
그 무궁한 찰나 속에
영원히 잠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