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은 Sep 22. 2022

정신은, 의식은, 당신은

글은.


의식은 유한하다.

무한의 관점에서 보면

원래부터 없었던 것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짧은 찰나를 살다 사라진다.


당신의 의식도 사라진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현재', 이 순간은 계속해서 내 손 안을 떠나버린다.

지금 이 문장을 쓰면서도 수많은 나의 현재가 과거로 변해버렸다.


당신이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뭐가 다를까?

죽는다면 말이다.

어차피 죽는다면, 우린 왜 사는걸까?


우리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자.


현대 과학이 발달하며 정신도 물리주의적으로 이해하려는 시각이 강해졌다.

우리의 생각, 기억, 신념은 뇌의 신경사건일 뿐이라고.

그들은

자유의지의 존재에도 물음을 던진다.


정말 우리의 정신은

'몸기계', 원자들의 집합에 의한 일시적 생명작용일 뿐일까?


그러기엔 너무도 심오하지 않은가?

그러기엔 당신의 고통이 너무도 크지 않은가?

아픈 기억과 감정, 배움이라는 특수한 활동, 창작까지.

정신은, 의식은.

우리가 이해한 것 이상으로 무한한 힘을 가진다.


당신은 당신 하나가 아니다.

당신이 당신을 무어라 생각하든

그건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의식은 육체에 속박된 것 그 이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모든 타인은 당신이다. 나도 당신이다.


당신은 태어난 직후부터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자신에 의한 선택과 상황에 의한 선택.

그 매초마다 발생하는 무한대의 가능세계,

그것을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따라 와야 지금

복잡한 당신이 만들어진다.

당신은 매우 특수하다.


만약 중간에 한 번이라도 다른 상황이 발생해 가능세계의 경로가 달라졌다면

그건 당신이 아닐 것이다.


그게 바로 타인이다.

타인은,

무한대의 시공간의 가능세계 중 하나에 살고 있는 '나'다.


만약 당신이 미국에서 2022년에 태어났다면?

만약 당신이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만약 당신이 '그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다시, 그게 바로 타인이다.


빅뱅과 함께 원자가 만들어졌다.

그 원자는 억만겁의 시간 끝에 모여 당신을 이루었다.

찰나 후,

다시 흩어져 당신의 육체는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또다시 다른 모든 것을 이루며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이제 눈을 감고

원자들, 불교의 언어로 하면 '오온'.

모여져 당신을 이루었다가

한번에 확 퍼지며 온 우주를 이루는 것을 보아라.

그리고 느껴라.

이 일체감을.

당신은 세계다.

당신은 우주다.

당신은 모든 것이다.


이 극도의 평온함과 함께 모든 당신을 사랑해라.

그리고 깨우쳐라.

벗어나서 무궁한 당신을 보아라.


그리고 당신이 여기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남겨라.


나는 그래서 글을 쓴다.

세상에 창조적 발자국을 찍어

나의 의식이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는 것.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당신만의 창조를 하여라.

당신이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져

우주의 일부분이 되어 살아갈 때에도

지금 남긴 흔적이 영원히 살아숨쉴테니.


글은 그런 것이다.

정신은 그런 것이다.

당신은 그런 것이다.


이 한 번밖에 없는 기회를 잘 잡길 바란다.

햇살을 느끼고

현재를 느끼고

사랑을 느낄 수 있길.

또다른 '나'가 이렇게 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