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이야기
그것들은 뾰족하고, 날카롭고, 질기고, 꼼꼼하고, 유연하지 않다. 심지어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져서 ‘취급주의’라는 라벨이 붙는다. 화가인 내가 가진 공구 세트의 특성이다.
이러한 도구들 덕분에 그림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무심코 작업실 밖으로 들고 나가면 나도 모르게 자꾸 상처를 낸다.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인 에드워드처럼 말이다.
가끔 푸근하고 편안하고 풀어진 아내이자 엄마이자 친구가 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오랜 세월 도구들을 사용하다보니까 일체가 되어버려서이다.
대신 앞에 ‘예술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퉁 치기로 했다. “흔치않아!”라고 주장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