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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정은 Sep 11. 2022

공구상자

그림 이야기

그것들은 뾰족하고, 날카롭고, 질기고, 꼼꼼하고, 유연하지 않다. 심지어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져서 ‘취급주의’라는 라벨이 붙는다. 화가인 내가 가진 공구 세트의 특성이다.


이러한 도구들 덕분에 그림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무심코 작업실 밖으로 들고 나가면 나도 모르게 자꾸 상처를 낸다.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인 에드워드처럼 말이다.


가끔 푸근하고 편안하고 풀어진 아내이자 엄마이자 친구가 되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오랜 세월 도구들을 사용하다보니까 일체가 되어버려서이다.

대신 앞에 ‘예술가’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퉁 치기로 했다. “흔치않아!”라고 주장하며.     


<품10>   61x51   혼합재료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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