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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miverse Nov 13. 2022

[에피소드 3] 봄날의 덕업 일치를 좋아하세요?

좋아하는 일, 그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데.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영화가 문득 생각났다. 주인공 현채가 만나는 애인들은 만나는 족족 그녀를 떠난다. 심지어 현채를 좋아한다고 따라다니던 남자까지도 현채와 데이트하고 나면 그녀를 떠나버린다. 그러나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한 모험을 계속한다. 이후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면 이는 영화를 스포 하는 꼴이 돼버리니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도록 해야겠다. 뜬금없이 덕업 일치를 이야기하려는데 태평한 로맨스 영화 이야기에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굳이 꿰맞춰 보자면 영화 초입부처럼 현채를 도망 다니는 사랑은 우리의 일과 같다.  

‘일’ 또한 늘 우리를 도망 다니지 않는가? 좋아하는 일, 그건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삼십 대의 고민은 늘 이렇다. 이러지도 못하는데 저러지도 못하는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고민들이다. 그중 모두에게 공통적인 건 일에 관한 고민이다. 당장 이 일을 계속하기에는 죽도록 싫은 일인데 그렇다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것 같은 나이. 애매한 경력과 기술. 이십 대 때야 패기로 실패와 성공을 운운하며 무엇이든 시작하겠지만 삼십 대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아직 젊은 나이라고? 이제 시작이라고? 어림없는 소리. 당신은 내가 아니어서 알 수 없고, 나는 당신이 아니어서 알 수 없다.

때문에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젊음이나 청춘으로 포장하여 희망차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아니. ‘할 수 없다.’ 보다는 ‘하지 못한다.’가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정답 없는 해설지를 써 내려가는 글이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 물음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내가 명확한 답을 내려 줄 수 있는 ‘빨간펜’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당신의 고민에 ‘추신’ 정도는 써 내려가 줄 수 있는 당신과 같은 사람이 여기도 있다고. 내가 당신보다 많은 경험을 해서도 아니고, 오래 살아서도 아니다. 나도 당신과 같은 고민을 함께하는 어느 애처로운 서른두 살이기 때문.

‘덕업 일치: 자기가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직업으로 삼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면 하나 같이 늘 밝다. 마치 유레카를 외치며 밝은 미소로 자신이 이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심인지를 이야기하는데 그때마다 그들의 눈동자는 밝다. 그 모습에 이끌려 그들을 덕질해보면 숨겨진 모습들이 아주 많았다. 거기서 알아낸 진실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사실은 무척이나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거짓말을 하냐고? 그건 아니다. 그저 진심일 때 가끔 우리는 괴롭기도 하다. 생각보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건 허상에 불과한 단어일 수도 있다. 그들이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수 없이 했던 실패, 싫어하는 것 또한 경험하던 잔챙이 시절, 때로는 목표 없이 삶을 둥둥 떠다닐 때가 늘 있었다. 쓸모없는 경험들이 그들에게는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마침내 자신의 모양에 맞는 옷을 입었다. 우리는 그 ‘마침내’를 본 것뿐이다. 그저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모두 하다 보니 어느새 그들은 괴로웠던 그 시간마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던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냐는 사람의 질문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나 또한 명확하지 않다. 가끔은 쓸데없는 일을 조금씩 해나가는 것. 그게 덕업 일치의 현실적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일과 감정을 분리해서 싫어하는 일은 그저 경제적인 목적으로 냉소적으로 판단하자. 좋아하는 일은 일과 분리해서 그저 덕질할  있는 일상에 조금씩 구겨 넣으며 중점을 찾아야   같다. 지금 나의 위치는 아주 애매하니까. 그러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있지 않을까.

나도 그렇다. 완벽하게 좋아하는 일을 당장 눈앞에 밟히는 삶의 문제를 내팽개치고 몰방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돈을 벌어먹을 수 있는 일에 충실하되 여기저기 조금씩 문을 두드리며 내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게 당장은 돈은 되지 않지만, 경험이라는 건 근육과 같아서 당장 눈에 띄게 효과적이지 않다.

지금까지 덕업 일치를 성공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내가 현재 이 직업을 하면서 느끼는 바에 의하면 어떤 경험이든 쓸모없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건’ 애당초 크지 않아도 된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에 주어는 어쨌든 내가 주어가 아닌가? 그렇다면 크기를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설사 직업으로 이어지지 못하더라도 인생은 회사 안에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회사 밖에도 내 인생은 존재한다. 내가 직업적으로 어떤 직업인이 되겠다는 질문도 중요하지만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겠다 라는 질문 또한 값지다.

모든 걸 다 제쳐놓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하기에는 나 또한 겁 많은 인간상이다. 지금 당신이 싫어하는 일에 떠오르는 감정을 잠시 분리해두고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는 것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그렇게 조금씩 기울어져 있는 삶이 균형을 맞추며 어느 순간 평행이 되었을 때 그 순간, 당신은 어느새 명확해져 있을 것이다.

‘싫어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뚜렷한 삶에 애매모호하고 쓸모없는 이벤트를 자주 만들자. 그렇게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자.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을까 한다. 직업적인 성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지만 내 손을 거쳐 하나의 맛을 내는 음식을 보며 성취감을 느껴보고자 한다. 지금 당장 거창하지 않은 목표가 없어도 되고, 좋아하는 게 뚜렷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가 느낄 수 있다면 그게 나의 속도이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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