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인간관계(12)
우리나라의 신체 건강한 청년이라면 군대에 가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의무’라는 것은 대개가 즐거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의무’의 속성이니까. 군대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면제받을 자격이 있어 군에 가지 않아도 될 사람이 기쁜 마음으로 자원해서 군에 입대하기도 하지만,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게 보통사람들의 마음이다.
비록 신성한 국방의 의무이기는 하지만,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은 차치하고라도 정신적·신체적으로 자유가 제한되는 것만으로도 피하고 싶은 상황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군에 입대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하거나, 굳은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 여러 말이 동원되는 데 그 중의 하나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은 미국의 심장 전문의 로버트 엘리엇(Robert S. Eliet)이 스트레스를 털고 건강하게 사는 방법의 하나로 소개한 ‘명언’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전후(前後)에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상식이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을 인간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전긍긍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군에 입대하는 것만큼 고통스럽거나 피하고 싶은 일은 물론 아니지만 그것도 사람에 따라 상상이상의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마당발이라고 할 만큼 인간관계에 탁월한 S씨의 경험담에 의하면 50명 정도만 깊이 새겨도 공휴일에 자기 시간이 없을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함께 운동도 해야 하고 술도 같이 마셔야 하고, 가끔 식사도 해야 하며, 결혼이다 회갑이다, 상을 당했다 등등 ‘꺼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가까운 인맥 50명이라면 1주일에 한 사람씩 만난다고 할 경우 1년에 한 번 정도 만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1인을 1년에 한번만 만나서 될 일이 아니다. 두 번을 만난다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사람 사귀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별문제가 없다. 오히려 신이 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런 이에게는 이런 상황이 정말 스트레스다.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피할 수 없는 것을. 사람을 피하면 세상살이가 매우 불편해지는 것을.
미국 대통령이었던 케네디의 외아들 케네디 2세(John Kennedy Jr)가 우리나라에 와서 기자회견을 했을 때 “사람만나기를 즐겨하지 않으면 대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 내가 인간관계에 대한 책을 쓰고 있었기에 그의 말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말을 뒤집으면 ‘크게 성공하려면 사람만나기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원리는 동서양이 마찬가지임을 알게 된다(케네디 2세는 나중에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대성의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다).
그렇다. 성공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고 인맥을 형성하려면 당연히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즐겨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것을 한문으로 표현한 것이 있었다. ‘若不避則和之(약불피즉화지).’ koreanaya라는 사람이 설명한 것을 보면 ‘즐기다’라는 의미의 ‘樂’ 대신에 ‘차라리 어울려라’라는 의미에서 ‘和(화합할 화)’를 썼다고 했는데 이 표현이 썩 마음에 든다. 인간관계, 인맥형성이란 ‘樂’보다는 ‘和’에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래 맞다. ‘若不避則和之’. 피할 수 없다면 즐겁게 어울려야한다. 그래야 스트레스가 안 되고 행복해진다.
NQ(네트워크 지수)니 공존지수니 하며 그럴듯한 표현을 쓰지만 NQ의 핵심은 사람사귀기를 얼마나 즐기느냐에 있다. NQ를 수치로 나타내기 위한 여러 가지 설문도 있지만 복잡하게 계산할 필요가 없다. ‘나는 사람사귀기를 즐겨하는가?’ 이 물음에 스스로 답해보면 된다. 그 답변이 바로 당신의 NQ가 된다. ‘그렇지 못하다’는 답변이 강할수록 당신의 NQ는 낮고 인맥형성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따라서 NQ를 높이고 인맥형성에 성공하고 싶다면 그 물음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어떻게 그런 답이 나올 수 있게 하냐고? 인맥이 그렇게 중요해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사귀기를 즐기려고 하면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若不避則和之(약불피즉화지)’다. 마음속에 칵 박아두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