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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불명 세계 요리

새우 감바스의 진화

by 힐링서재 Feb 11. 2025

 집에서 밥을 먹기로 마음먹은 뒤부터 다양한 외식 요리를 구현하고자 노력 중이다. 국이나 찌개, 밑반찬과 같은 건강한 한식으로 매일 밥상을 차린다면 필시 외식에 대한 갈망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나의 갈망과 식구들의 반란이 일어나기 전, 적절한 시기에 특별식을 제공해야 한다.    

 

 TV나 유튜브 같은 SNS에는 매일 새로운 요리들이 올라온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그  요리들을 만들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와 의지, 딱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인생도 요리도 딱 두 가지만 기억하자. 그중에서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먼 이국땅의 요리는 먹어본 적 없으니 이 맛이 그 맛인지 알 길이 없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과 차오르는 용기로 일단 만들고 본다.    

  

 새로운 음식을 시도할 때에는 나만의 몇 가지 규칙이 있다.

 첫 번째, 재료 수급이 용이해야 한다. 아무리 근사한 요리라도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라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무리해서 공수하면 어마어마한 재료비를 감당해야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공신력 있는 이들로부터 충분히 검증된 메뉴여야 한다. 여기서 공신력 있는 이들이란 셰프, 요리 좀 한다는 방송인, 요리 유튜버 등이다. 공신력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니나 나에게만큼은 그들이 공신력 있는 존재들이니 그렇다 치고 넘어가자.

 마지막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한데 그건 바로 우리 가족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다 후무스나 독일식 양배추 절임인 사우어크라우트는 남편과 아이에게 매몰차게 거부당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가족에게 거부당한 음식도 나는 맛있게 먹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남편도 아이도 젖어 들어 언젠가는 함께 먹게 되므로.     


 그 요리를 처음 알게 된 건 10여 년 전 방송인 박나래 님을 통해서였다. 나 혼자 사는 프로에서 처음 선보인 그 음식은 지금은 너무 흔한 요리가 되어버린 ‘새우 감바스‘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해산물 요리라는데 새우와 마늘, 고추, 올리브유 등 간단한 재료 만들 수 있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단출한 재료와 만드는데 드는 품에 비해 꽤 근사한 비주얼과 맛을 자랑하므로 거의 국민 음식으로 급부상했다.  그 무렵부터 나도 새우 감바스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만들 때마다 레시피가 진화하여 마침내 국적을 알 수 없는 특별한 새우 감바스가 탄생했다. 우리 집 새우 감바스가 특별한 이유는 Tip2에서 나오니 절대 놓치지 말도록.

 


[특별한 새우 감바스 만드는 법]

재료: 새우, 통마늘, 올리브유, 방울토마토, 페페론치노, 페타치즈, 치킨스톡, 소금, 후추     


1. 새우는 소금과 후추로 밑간 한다.

2. 통마늘은 얇게 저민다.

3, 방울토마토는 크기에 따라 통째로 넣거나 2등분 한다.

4. 팬이나 냄비에 위의 재료가 잠길 정도로 올리브유를 넣는다.

5. 페페론치노로 매운맛을 더하고 마늘이 뭉근하게 익을 때까지 끊이다.

6. 마늘과 새우가 다 익으면 적당한 크기로 자른 페타치즈를 넣고 불을 끈다.

7. 기호에 따라 소금 또는 치킨스톡, 후추로 간을 한다. 바게트와 함께 맛있게 먹는다.

Tip1. 감바스에 파스타 면만 삶아서 넣으면 근사한 파스타가 완성된다.

Tip2. 감바스를 듬뿍 떠서 계란프라이와 함께 간장을 넣고 밥을 비벼먹으면 별미 중 별미다.     


 처음에 감바스를 만들 때는 올리브유에 새우와 마늘을 넣고 페페론치노로 매운맛만 더해 소금과 후추로 간단히 마무리했다. 뭔가 의심스러운 맛이었다. 스페인에 가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으니 그 맛이 오리지널에 가까울지는 모르겠다만, 토종 한국인의 입맛에는 다소 심심했다. 그래서 허브솔트를 넣었다가-합격, 치킨스톡도 넣어보고-합격, 한알 육수도 넣어보고-합격, 바질 페스토도 넣어봤다.-합격, 합격, 합격! 모든 조합이 맛있었고 그날 기분에 따라 바질페스토를 넣기도 하고 키친스톡을 넣기도 한다. 요즘은 주로  페타치즈와 방울토마토를 넣어 특별함을 더한다.  누가 그랬다. 요리에는 정답이 없다고.




  그러고 보면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요리와 인생을 여러모로 닮았다. 그걸 깨달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답이 없는 삶에서 남들이 정해놓은 정답을 찾으려니 사는 게 그렇게 고달팠나 보다. 내가 시도한 그 모든 감바스에 합격을 준 것처럼 내가 시도한 그 모든 도전에도 합격장을 날리겠다. 다만 명심할 것은 새우를 넣고 랍스터가 나오길 바라면 안 된다.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있을 뿐이다. 새우만큼의 노력으로 랍스터만큼의 결과를 바라지 말라.

 그리고 다시 한번 기억하자. 용기와 의지만 잃지 않으면 못 만들 요리도, 못 살아갈 인생도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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