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ipick Jan 24. 2024

#4. 나에게도 취미가 생겼다.

feat. 남편에 대한 고마움

둘째를 낳고 매일 허덕이는 육아에 ‘나 자신’을 찾고 싶은 욕구가 어느새 참을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린 나는 새로운 뭔가를 해보겠다며 독서를 시작했고 독서모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서평단에 신청해서 책을 받고 서평을 작성하기도 한다. 거기에 모자라 더 새로운 취미를 찾아 헤매다가 ‘가죽공예’를 도전해본다.                     

사실 휴직이 아니었을 때에는 뭔가 시간적인 여유와 정신적 여유도 없었을뿐더러 취미라는 것이 대부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었다. 빠듯한 형편이기에 꼭 필요한 소비가 아니면 참아야겠다는 생각도 포함되어있었다. 취미라는 것은 못하면 안 되는 생활에 꼭 필요한 것까지는 아니지 않는가? 그렇지만 이번엔 시도해보았다. 지금 휴직이 아니면 또 내가 언제 이런 시간을 내서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을지, 지금 해보지 않는다면 다음에 또 언제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독서라는 취미에서 이어진 sns 독서기록, 그리고 신청한 관련 온라인 강의들. 너무 욕심이 많아진걸까. 두 아이 육아와의 병행에 삐걱거림이 시작된다. 강의를 듣고책을 읽을 시간이 모자라 잠 잘 시간을 빼내야 하기 때문에 잠이 많은 편인 나는 육아를 할 때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또, 해야 할 집안일들을 빠릿빠릿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집이 조금씩 엉망이 되어버린다.                


점점 남편 눈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취미생활 하느라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잘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의 취미생활에 대해 남편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게 뻔하다.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울 수 있겠다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죽공예는 일주일에 한번 가는데, 내가 다니는 공방 선생님은 가방의 빠른 완성을 위해 숙제도 내주신다. 숙제 없이 진행하면 가방 하나 완성하는데 몇 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흐름이 너무 루즈해져서 완성도에도 좋지 않다고 하셨다. 나 역시 뭔가 할 때 질질 끄는 것보단 후딱 해내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선생님과의 궁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또 새로 시작하는 취미였기에 한창 재미를 느껴 숙제라도 하는 마음이 즐거웠다. 하지만 이 역시 할 시간이 잘 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사실 아이 둘 육아를 하며, 집안일을 하며, 여유 있는 시간이 많지가 않다. 결국엔 또 잘 시간을 줄이는 것 뿐.                     


이렇다보니 자꾸 일상이 삐걱거린다. 부족한 잠에도 기한 내에 모든 것을 다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나... 지금 나는 ‘육아’를 위한 ‘육아휴직’중인데 이렇게 나를 위한 시간을 써도 되는 것인지 혼자서 또 죄책감에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었고, 남편의 눈치와 기분을 자꾸 살펴보게 된다.               


어느 날 밤 허심탄회한 남편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되었다.          

나는 먼저 미안한 마음을 남편에게 표현하였다.                   

 


요즘 내가 너무 정신이 없이 이것저것 하느라고 집안일, 육아에 소홀하게 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드네.          



남편이 대답했다.     

     

          

여보가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면서 열정적인 모습이 보여서 좋아. 다만 너무 무리하지는 않게 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여보의 취미생활이나 새로운 도전을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할거야.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육아와 집안일에 온전히 신경 쓰지 못했던 요즘 상황에 남편의 눈치를 보며 마음 졸이며 지냈었는데 남편은 생활에 활력을 얻은 듯한 나의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이야기해준다. 너무 고마웠다. 사실 내가 반대 입장이었으면 좋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지금 두 아이 키우기도 정신없는데 취미생활이 웬 말이야.’하면서 말이다.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남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도록 잘 조절해보겠다고 약속을 했다.                     


나도 요즘 이렇게 잠까지 줄여가며 ‘내가 뭐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그 시간과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의 기쁨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꼈다. 육아와 집안일에 내 자신을 점점 잃어가며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의지가 더 이상은 숨길 수 없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생활에 활력을 주는 나만의 취미생활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모르지. 취미로 시작했지만 새로운 나의 적성을 찾게 될지도, 나의 인생을 바꿔줄지도.          


찾아보면 꼭 돈 드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책이나 독서, 글쓰기와 같은 것은 무료이거나 큰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요리, 캘리그라피, 그림그리기, 도예, 공예, 다양한 운동, 댄스, 사진 찍기, 노래 부르기 등 다양한 취미들이 있고 요즘은 꼭 가서 배우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이 온라인 상에 있다. 또 자신의 성향에 따라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도 있고, 모임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즐길 수 있는 취미도 있을 것이다. 각자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담은 즐거운 취미생활로 일상의 활력을 찾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이제야 독서와 가죽공예라는 취미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취미를 또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도 꼭 만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이런 나의 모든 걸 이해해줘서 고마워, 남편!


작가의 이전글 #3. 안 해본 것 해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