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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좋아 May 31. 2024

조금 늦었지만, 천천히

다시 시작

3년 전 여름,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지금 봐도 놀랍다. 스스로도 믿겨지지 않는다.


당시 나는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으로 또 한번 인생의 바닥을 찍고 있었다.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 죽을 것만 같아서, 하지만 그 무엇도 할 힘은 나지 않아서, 오디오 북을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우울할 땐 뇌과학’

정확한 책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우울증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들과 사례들, 과학적인 근거들이 잔뜩 소개되어 있었다.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소개된 방법들을 하나씩 조금씩 해보았다. 쉽지는 않았다. 바로 차도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루 하루 가만히 앉아 있는 것 조차 고통이었단 나는, 뭐라도 해보려고 몸부림쳤다. 정말 살려고, 악착 같이 버텼다. 조금은 미친 사람처럼 매일 매일 강박적으로 운동을 했다.


그러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났다. 억지로 시작한 운동이 즐거워 졌다.


그때 내 기억 상으로는 거의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찾은 것 중 하나가 글 쓰기였다. 그때 브런치를 시작했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자는 의미에서 ‘정좋아’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그때의 열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또 다시 무기력해졌고, 우울해졌도, 아무것도 좋아할 수 없었다. 좋아하던 것들도 다시 다 싫어졌고, 새로이 좋아하는 걸 다시 찾기는 너무나 귀찮았다. 글을 쓰고 보니, 어쩌면 이게 번아웃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하나씩 다시 시작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천천히 다시 좋아하는 걸 찾아가보자. 할 수 있다.


힘든 시간들을 견뎌 낸 나 스스로를 믿는다. 나에게는 힘이 있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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