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꿈꾸기 - 도심 내 작은 택지에서 회장님 대저택을 상상하다.
우리는 마음의 결정을 짓고 부동산에 2가지만 제시했다.
1. 다운계약은 하지 않겠습니다.
2. 땅이 너무 비싸서....2천만 깎아주시면 계약하겠습니다.
땅 주인분이 흔쾌히 동의를 하셨다. (엇? 뭐지? 더 깎아달라고 했어야 했나...)
그렇게 우리는 땅을 처음 본지 정확히 5일만에 계약을 체결했다.
(도장찍고 돌아오는 그날 밤의 보름달은 새로운 집에서의 우리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지 유난히 밝았다.)
이제 우리는 우리 집을 마음껏 상상하면 된다. 일단 설계사를 만나봐야겠다. 우리 집의 설계는 집집마다 설계 진행시 건축심의를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단지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설계사와 저렴하게 일괄 계약이 되어 있다고 한다. 설계사는 대전의 OO건축사사무소. 소장님도 우리 단지의 주민이라고 하시며, 언제 지을꺼냐고 하시길레 최대한 빨리 짓고 내년에는 들어가 살고 싶다고 했다. 현재 우리 단지는 1차 착공을 위하여 4개집이 설계마무리 단계에 있고 내년 3월에 2차 착공을 할 계획이므로 우리는 2차 착공에 맞추어 설계가 진행되면 되겠다고 한다. 내년 3월에 착공하면 9월에서 10월정도면 입주가능할꺼라고 한다. 1차 착공분에 대한 설계는 한달이면 마무리되니 그 전까지 몇 명이 사는지, 방은 몇 개 할건지, 예산은 어느 정도 되는지, 살면서 어떤 부분을 희망하는지를 생각하고 한달뒤에 한번 보자고 하신다.
그 때부터 우리는 마음껏 우리가 꿈꾸던 집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집짓기바이블”, “주거 아이디어 도감”, “집 한채 짓고 10년 늙지 않는 비법” 같은 책을 무수히 빌려봤다. 월간 전원속의 내집같은 잡지책도 보고 주택건설회사의 카탈로그도 신청하여 봤다. 집을 처음 짓기 시작하는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가 보기에는 책보다는 잡지나 주택건설회사의 카탈로그가 오히려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TV에서 나오는 “건축탐구 집”, “구해줘 홈즈”같은 집관련 프로그램과 넷플릭스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셀링선셋”, “빅드림, 꿈의 정원 프로젝트” 같은 예쁜 집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들을 시청했다. 그 때마다 “그래~저런걸 해야되겠어”, “와 멋지다.” 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막 찍어댔다. 특히, LA에서 수십억에서 수백억하는 집들을 판매하는 부동산 중개업자 이야기를 다룬 “셀링선셋”은 휴양지의 대저택들이 자주 나와서 나의 욕망을 불태우며,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게 만들었다. 이와 반대로 “건축탐구 집”은 전원주택 짓는 사람들의 필수 프로그램일 정도로 아주 현실적인 예쁜 집들이 많이 나와서 현실적인 좋은 참고가 되었다.
< TV를 보다가 좋은 집만 보이면 바로 막 찍어댔다 - 넷플릭스 "세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집" >
네이버카페에서 단독주택을 검색하여 “문팀장의 목조주택” “지성아빠의 나눔세상” 같은 카페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었다. “문팀장의 목조주택”은 도심 내 고급 단독주택에 대하여 참고할만한 정보들이 많았고, “지성아빠의 나눔세상”은 귀농귀촌 전문카페이지만 회원수 30만명에 달하는 카페라 집짓는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이쪽의 정보량이 훨씬 더 방대했다. 또 아이디어를 얻기에는 핀터레스트만한 곳이 없다. 정말 많은 종류의 사진들이 있어서 집을 구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인터넷에서 단독주택 구경하는 집을 검색하여 세종시에 있는 단독주택도 구경하고, 오픈하우스를 운영하는 회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OO하우징, ㅁㅁ하우징, 단O사, 하우스OO, OO주택 등등 많은 곳들을 찾아가봤다. 그 때 모 목조주택 업체에서 얘기해줬던 단가는 크게는 이렇다. 설계는 서비스다. 지하층은 철근콘크리트로 별도 견적을 받아야한다. 5천에서 1억정도 소요될 것이다. 목조주택 기준으로 그 업체의 가장 기본적인 옵션(외장재 스타코, 일반 3중 시스템창호, 벽지, 단열재는 그라스울) 적용시 평당 550정도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옵션을 올릴때마다 견적은 계속해서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하며, 욕실은 타일이나 도기 제품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개소당 300만원까지는 공사비에 포함되고 추가되는 비용은 더 납부하면 된다고 한다. 처음에 생각했던 건축비와 얼추 비슷하게 나오는거 같아 안심이다.
우리는 평소에 찍어두었던 TV프로그램과 잡지 사진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집을 그려보았다. 우선 독채로 화장실 싱크대까지 갖춘 풀옵션 게스트하우스를 가지고 싶었다. 그러면 부모님이나 손님들이 놀러오셔서 편하게 쉴 수 있고 손님받는 우리도 편하지 않을까 싶었다. 요리가 하고 싶은 커다란 주방과 아일랜드식탁도 있으면 좋을거 같다. 주방과 거실이 하나로 만들어져 커다란 홀처럼 만들어지고 공간을 잡아먹는 계단을 홀 끝에 1자형으로 길게 설치하면 인테리어 효과도 있을거 같았다. 바람을 쐴 수 있는 탁 트인 옥상에 누워서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전망좋은 곳에 서재를 두면 공부도 열심히 할 수 있을거 같다. 주말엔 텃밭에서 바로 상추를 따와 바베큐를 해먹고 커다란 상징수 한그루가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 모든 로망을 다 가지게 되는거 같았다.
< 최초 구상도 - 시계방향으로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 입면도 - 평면도 > < 2차 구상도 - 위 1층 평면도, 아래 2층 평면도 >
막상 그림을 그려보니 우리 땅이 왜이리 작은지 모르겠다. 마음을 다잡고 현실적으로 돌아와 꼭 넣어야 되는 것들만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가 생각했던 우리의 집을 대략 스케치를 해보니 대충 100평 정도는 되는거 같다. 안되겠다. 왜 이리 크지? 우리가 생각했던 부분을 적기만 해서 전문가가 설계를 해주시는게 맞겠다. 그렇게 우리는 나름대로 우리의 로망들을 기록하여 설계사에 보냈다.
<설계사에 보낸 설계시 검토 요청사항>
설계 기본 조건
(예산) 4억원(인테리어, 조경, 가구 등 모든 공사 비용)(취등록세 제외)
(규모) 60평(주차장 제외) 내외 목조주택(가용예산 범위 내 건축 가능한 규모)
(방향) 인테리어보단 공간 배치에 더 많은 투자를 고려, 목조주택
건축물 계획(안)
(지하층) 주차 2대, 자전거 3대, 창고, 계단 설치(자동문, 조명, 환기)
(방수) 안방, 서재, 추후 태어날 아기방, 부모님 거주하실 손님방
(LDK) 주방과 거실이 연결된 넓은 공간으로 배치
(화장실) 전체 2개, 세면대와 화장실, 변기가 분리된 호텔식 화장실
(주방) 1층 메인주방 11자형(설거지하는 곳에 길쭉한 창()), 2층 아일랜드형 간이주방
(안방) 드레스룸/파우더룸 필요, 슈퍼싱글 침대 2개(1.1m x 2개)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필요
(서재) 넓고 높게 항상 들어가고 싶은 곳에 창틀 소파에 앉아서 조망할 수 있는 공간
(아기방) 복층 구조
(현관문) 들어오자마자 거실이나 주방이 보이지 않는 구조
(천장) 1층은 2.7m 이상, 2층은 경사지붕(일부 판상 가능)
(옥상) 바람을 쐴 수 있는 탁 트인 옥상(3평 이상, 정원보단 먼 곳 조망, 다락 통해 3층 갈 수 있는지)
외부 계획(안)
(텃밭) 4줄(3~5m) 정도로 구획된 텃밭
(나무) 유실수 3~4그루, 상징수 1그루, 기타 나무 및 관목 식재
(데크) 관리가 어려운 목재데크보단 석재데크 선호
(옹벽) 공간 최대한 활용 가능토록 가능한 구간 옹벽이나 건물 설치
(법면) 건축한계선 법면 구간 약 50cm 석재블록 화단 2~3단 조성
(기타) 바베큐 해먹을 수 있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