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흰둥가든 Aug 28. 2022

4. 집팔기

팔리지가 않는다.

4. 집팔기 - 팔리지가 않는다.

 땅을 계약하고 바로 땅 계약했던 부동산에 집을 내놓았다. 땅을 계약할 때 잔금은 집을 팔아서 치러야하기 때문에 2달반 정도의 기간을 두고 계약을 했다. 이제 2달반 안에만 집을 팔면 된다.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내놓았다. 금방 나갈 수 있을 거라고 하신다. 예전에 찍어놨던 집 사진들과 추가적으로 예쁘게 사진을 찍어 부동산에 보내드렸다. 


그렇게 집을 내놓고 난 첫 번째 주말. 집 대청소를 시작했다. 화장실, 현관의 줄눈도 솔로 깨끗하게 닦고, 1년동안 닦지 않았던 창틀의 먼지와 창문도 닦았다. 그리고 기다렸다.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왔구나~♪’  오후 늦게 한 팀이 오신다고 한다. ‘훗~금방 나가겠군.’ 집 보러 오신 분께서 집이 정말 좋다고 한다. 그렇게 한 팀이 나가고... 기다렸다. ‘연락이 왜 안 오지?’ ‘살려고 하는 거 같았어?’ ‘엄청 열심히 보던데...’ 그렇게 일요일까지 기다렸지만 연락은 안 왔다.


 다음주 주말. 아침부터 분주히 전날에 즐긴 불금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2시간을 치우고 닦고... 다시 기다렸다. 오후에 또 한 팀이 오신다고 한다.  “예~쓰!!!” 이번엔 새로운 전략이다. 새 집 들어오면서 장만한 79인치 TV로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UHD 영상을 틀어놨다. 왠지 모르게 모델하우스처럼 집이 더 좋아 보인다. 손님이 오셨다. 여자 손님은 열심히 집을 보시고 남자 손님께서 이 TV가 몇 인치냐고 하신다. TV가 죽인다고 하신다. 그렇게 여자 손님이 집을 다 볼 때까지 남자 손님은 TV만 보다 가셨다. 그리고 기다렸다. 그렇게 이번 주말도 끝이 났다.


 다시 주말. 아침에 청소하고 기다렸다. 기다렸다. 기다렸다. 그렇게 주말이 끝났다. 

< 주말마다 정말 열심히 청소했다. >


다시 주말 이번 주도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었다. 이렇게 속절없이 한 달이 가고 우리만의 집을 짓는다는 생각에 들떴던 마음은 어느 순간 ‘잔금을 어떻게 치러야 하지’라는 마음으로 바뀌어 고통이 되었다. 돈도 없는 어린 것들이 아파트 팔아서 집 짓겠다고 덤벼드는 꼴이 남들이 보기에 우습게 보일 거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당장 잔금일은 한 달 반밖에 안 남았는데 지금 당장 팔아야 잔금을 치를 수가 있다는 초조함이 우리의 가슴을 짓눌렀다. 착잡한 마음에 매주 그랬던 것처럼 해가 지기 전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우리 땅에 갔다. 석양이 비치는 우리 땅은 다시 봐도 너무 좋다. “집 안 팔리면 어떡하지?” “괜찮아~팔릴거야~ 다음 주에 더 싸게 내놓자. 그럼 금방 팔릴거야” “그래 안 팔리면 여기다 텐트치고 살지. 뭐. 우린 캠핑족이니까..” 

그래~언젠가는 이렇게 보낸 나날들을 추억하는 날도 올 것이다. 

< 집이 팔리지 않던 시기.  일요일 늦은 오후.  빈 땅에서... >


다음 주. 집을 더 싸게 내놓았다. 부동산도 단지 내 부동산과 바로 윗 단지 부동산 여러 곳에 전화하여 집을 내놓았다. 그 주 주말.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역시나 연락은 없었다. 다음 주도 마찬가지로 집 보러 오는 사람은 있었지만 연락은 없었다. 대안을 찾지 않으면 정말 고통이 될 거 같다. 은행을 찾아갔다. 토지담보대출 가능금액과 아내와 나의 회사 대출 가능 금액과 신용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해보니 집이 팔리지 않더라도 잔금은 치를 수가 있겠다. 위통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너무 힘이 많이 들어갔었던 거 같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즐기면 됐는데... 이제 주말마다 지겹도록 했던 청소도 적당히 하고 조용히 관망하다 집이 팔리면 팔리는 거고 안 팔리면 대안대로 하면 된다. 그동안 집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번 주말엔 뭐라도 해야겠다.  


결국 잔금일까지 집은 팔리지 않았다. 드문드문 오시는 분들이 계셨지만 그게 끝이었다. 대안대로 대출을 받아서 잔금을 치렀다. 취등록세(비사업용 토지 4.6%)와 중개수수료(0.9%) 만도 수천만원이 나갔다. 공동명의로 우리의 이름이 박힌 등기 서류를 받으니 그래도 기쁘다. 뭐 이렇게 된 이상 천천히 즐기며 팔자. 부동산들에 연락하여 천천히 팔 테니까 가격을 좀 올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잊었다.


몇 주 후. 간만에 주말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집을 보러 오겠다고 부동산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 평일에도 온다. 그리고 평일에 오신 그 손님에게 결국 팔렸다. 우리는 간만에 외식을 하며, 축배를 들었다. 그간 집 못 팔아서 고통받았던 울분을 모두 토해냈다. 지긋지긋했던 주말 아침 대청소와 왜 집 보러 안 올까 초조해야 했던 고통들을 이제는 겪지 않아도 된다.

몇 주 후. 세종 집값이 올라간다고 한다. 집 계약하고 몇 주 사이 2~3천은 뛴 거 같긴 하다. ‘새로 집 사신 분도 집 값이 올라야 기분 좋게 사시지’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우리의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했다. 


몇 달 후. 세종 집 값이 올라도 너무 오른다. 1~2억이 아니고 수억이 오른다. "내가 집을 너무 잘못 팔았구나"라고 생각이 든다. 당장 공사 계약하려고 하니 몇 천이 너무 아쉽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3번 잘못했던 거 같다. 

1. 부동산을 온 동네방네 다 내놓았다. 그렇다 보니 무한경쟁체제로 어떻게든 집주인과 새 주인을 양쪽으로 설득해서 빨리 먹는 부동산이 임자다. 일례로 팔린 다음날 다른 부둥산에서 너무 아쉬워하며 우리도 계약할 수 있었는데 한발 늦었다고 하셨다. 지금 다시 판다면 능력 있고 진정성 있는 부동산 하나만을 선택하여 이 물건은 이 부동산과만 계약할 물건이니까 시간을 가지고 제 가치를 받을 수 있게 팔아달라고 할 것이다. 

     

2. 지인의 조언이 있었는데 무시했다. 집 팔기 몇 주 전 지인 한 분이 굉장히 유명한 투자 전문가가 세종으로 특강을 오니 꼭 들어보라고 하셨다. 장소와 시간까지 카톡으로 알려주셨는데 돈을 내야 했다. 하루 3만원. 이틀에 5만원. 강의를 돈 주고 들은 적도 없거니와 평일 저녁인데 업무도 바쁘다는 핑계로 결국 가지 못했다. 근데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그 이후로 집 보러 엄청 오고 세종 물건이 싹쓸이됐던 거 같다. 다음에 누군가가 어떤 거를 추천한다면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뭐라도 실천을 해봐야겠단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금 현물, 이더리움을 사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냥 흘리지 말고 한번 더 관심을 가지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3. 너무 조급했다. 잔금 날짜를 잡아 놓고 집을 팔려고 하니 많이 초조하고 힘들었었다. 특히 아무도 오지 않을 때엔... 하지만 대안이 생겨서 여유가 생겼을 때엔 그리 급하게 처분할 이유가 없었는데 그간 받았던 고통을 생각하니 하루라도 잊어버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거 같다. 다시 예전 그 때로 돌아간다면 더 편안한 마음으로 집팔고 집짓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아쉬움과 씁쓸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 산 사람도 집 값이 올라야 이 집에 와서 행복하지 ‘라는 생각과 우리에게 첫 집이라는 큰 행복과 좋은 집에 살았던 추억들, 그리고 우리가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던 우리 도램이에 대한 고마움은 변치 않았다. 도램아. 고맙다.


아쉬운 선택에 대한 대처법

예전에 합강캠핑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징검다리 휴일을 낀 평일 캠핑이라 일찍 도착한 나에게 캠핑장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선택한 곳은 금강변 가장 구석지에 위치한 B37 사이트. 막상 짐을 풀려고 가보니 외곽순환도로 교량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공사장 바로 옆이 아닌가... 그래서 사이트를 바꿔달라고 요청하였고 다시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곳은 공사장 소리도 들리지 않아 조용하고 개수대와 샤워시설이 가까운 A22사이트. '음~명당이야'라고 생각하며, 텐트와 타프를 다 치고 릴랙스 체어에 앉아 맥주 한 캔 마시며 조용히 캠핑장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순간 아이 2명이 근처에 있는 미끄럼틀에서 논다. 그러다 2명이 더 왔고, 아이들끼리 친구를 먹는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10명이 넘게 모이고 그 아이들은 교대로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아주 신나게 놀았다. 고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조용하게 힐링하고 오겠다는 마음으로 온 캠핑이라 "아... 공사는 5시면 끝나는 거였는데... 왜 내가 이 사이트를 골랐을까? 그냥 B37을 갈걸"이라고 계속 자책하게 되었다. 

이 때 아내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어차피 B37을 그대로 갔어도 오빠는 '왜 하필 공사장 앞을 선택했을까?' 라며 자책했을거야. 그러니 기왕 이렇게 된 거 조용한 힐링캠프 말고 우리도 먹고 노는 음주 캠프로 바꾸자." 그렇게 캠핑 컨셉을 바꾸고 나니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다 밤이 되니 다시 또 고요해지고 우리는 음주 캠프와 힐링 캠프를 둘 다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다음 날 정리할 때 개수대와 샤워시설이 가까워 정리가 편하니 "어제 오후에는 자리가 그렇게 안 좋더니 지금 보니 나름 괜찮았네."라는 말을 한다. 


우리의 집팔기는 결과론적으로 아쉬운 선택이 되었지만 이미 늦은 거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만약 그 때 팔지 않고 조금 늦게 팔았어도 가장 높은 가격에 팔지 못해 아쉬워했을 것이다. 가장 높은 가격에 팔았다고 하더라도 '세 주고 대출 더 받으면 됐을텐데' 라며 아쉬워했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상황에 대하여 좋은 마음을 가지는게 좋다. 아쉬워하면 내 속만 버릴 뿐... 인생사는 언제나 "새옹지마" 인지라 우리의 아쉬웠던 경험이 언젠가 다른 선택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날이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3. 단독주택 꿈꾸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