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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로드 Dec 07. 2023

내 불안장애의 근원

어느 날 아침 문득 내가 생소하다 느낀다. 분명 나는 늘 '죽고 싶다.' '살아서 뭐 하나?'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사람이었는데, 요즘 들어 "왜 사냐고?" "맛있는 게 너무 많아" 이렇게 바뀌었다. 최근 들어 베이킹이 재밌고, 유튜브에 나오는 레시피들, 요리도 할 만하다.

원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요리를 해 준 적이 있었는데, 표정 없이 "먹을만하다."는 반응은 내 인정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지금 남편의 반응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냥 전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행동이 자유롭고, 편안하다. 5명이 한 집에 사는 게 퍽이나 불편했던 것 같다.


더불어 즐겁게 요리나 베이킹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내 마음속에서는 '죽고 싶다.' 소리가 만트라처럼 흘러나왔다. 어릴 때부터 버럭 하는 소리와 제멋대로 욱하는 감정에 나는 사시나무 떨듯 떨어야 했다. 그걸 나도 모른 채 자랐고, 후에 내 불안장애의 근원을 찾다가 거기서 해답을 찾았다. 귀가 예민한 나는 엄마의 땍땍거리는 소리도, 밥을 먹으라는 강요도, 심각한 스트레스 수치로 올려놨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야 친해지고 싶은지 자주 연락하려는 그들이 치가 떨리듯 싫다. 지난번에 제대로 터졌던 마음을 두고, 연락도 하지 않기로 했으면서 틈이 보였는지 또 문자 시작이다. 나도 너무 연락을 안 하는 거 같아 좀 머쓱하기도 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뭐라도 보내고 싶은 마음도 올라왔는데, 동시에  그에게서 연락이 오는 순간 짜증이 올라온다. 부모를 향한 양가감정이란...... . 하여간 그동안 보아왔던 아버지란 사람은 참 진절머리 나게 귀찮게 한다. 오늘 아침 온 문자는 selen이라는 영양제의 기능과 가격을 알아봐 줄 수 있느냐는 거였다. 답변을 하면 돈 줄 테니 사달라 하겠지. 당신이 그토록 존중하던 둘째 언니에게 연락하지. 언니에게는 어려움을 느끼는지, 내가 한가해 보이는지 나에게 연락을 하는데, 난 그런데 시간 보내기 싫다며 결국 문자를 삭제해 버렸다. 옆에 있는 사람 퍽이나 귀찮게 하는 그의 성향을 충분히 알고 있고, 난 아직 그를 받아들일 그릇이 못 되는 것 같다.


늘 무안을 주고, 당황스럽게 했던 그가 아버지라고 나도 이따금씩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망각한 채 대화를 시도했지만 늘 실망했다. '원래 대화가 안 되는 인간', '상대하기 싫은 사람' 그런 그가 얼마 전부터 조울증 약을 먹는다던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말투가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정신병, 부모의 카르마로 고생한 40년, 정말 징글징글하다. 뒤도 돌아보기 싫어 그의 문자를 삭제하고 상큼하게 하루를 시작하련다.



위 처럼 글을 쓰고 거울명상을 30분 하고, 김상운 선생님의 유트브를 듣는다. 내 무의식에서 올라온 고통스러운 자아의 모습은 그저 내 안에 억눌려있던 모습일 뿐이다. 과거 전생부터 이어져왔는지 모른다. 내 안에 수치심과 열등감, 태어나면서 부터 원치 않던 셋째딸이라는 근원적인 죄책감과 수치심, 세상을 향한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실은 3차원 공간의 이미지일 뿐이다. 나는 무한한 공간의 무한한 사랑과 나를 동일시하며 지금의 몸으로 있는 나를 바라본다. 지금의 나를 관찰하며 내 안의 두려움과 묵은 감정들을 느껴주었다.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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