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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사람 Oct 20. 2022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기분을 관리하면 인생이 관리된다’ 책을 읽고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취업 시장에 들어가면서부터 직장 생활을 해오기까지 내가 감정이 없었더라면, 어떤 감정도 표출하지 않았더라면, 그저 로봇처럼 시키는대로 일했더라면 이렇게 힘든 시간들을 겪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다.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물질적인 보상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별다른 감정 없이 지냈다면 그런대로 무난하게는 흘러오지 않았을까. 그런데 5년이라는 시간은 참 파란만장했다. 인턴 경험까지 포함하면 6년이라는 시간이다. 정규직이라는 종사 형태는 내게 안정적이지 않았다. 직장이라는 곳은 언제든 나를 해고할 수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느껴왔다.      


어쩌면 내가 가장 때 묻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취업 시장에 들어가면서부터 느꼈던 감정, 돈과 질투, 열등감, 그 느낌을 기억한다. 소득이 끊어졌을 때 느꼈던 초조함과 불안, 자신감, 대인관계, 추웠던 겨울을 기억한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을 몸이 아직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동안의 직장생활에서 느껴왔던 것들, 그 상황들이 지금도 맞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겪어왔던 조직 생활은 그래왔다. 각자 자신의 입장과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살 길을 찾아갈 뿐 나와는 관계없는 사람들이었다. 나의 노력과 감정, 배려 등은 우스개 소리가 될 뿐이었다.     


그래서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나만 놓으면 끝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월급과 퇴직금, 연말정산, 다음 직장을 구하기까지의 시간을 벌기 위해 매달린 적도 있었다. 정말 간절했었고, 절실하게 돈을 지켜왔기에, 그 정도라도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책임질 것이 내 몸 하나뿐이기 때문일까. 집을 나와서 이런 내 모습을 볼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연말에 있어 온 안 좋은 일들을 이겨내기 위해 독립을 했는데, 나름대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잘 맞고 오래 함께할 사람이란 ‘감정의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고 할 때 같은 장면에서 웃음이 터지고, 같은 장면에서 울고, 화를 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실제로 삶에서 힘든 난관을 겪을 때에도 아픈 마음을 공감하며 보듬어주고, 힘이 되어줄 가능성이 높고, 같은 즐거움을 나누며,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동안의 회사 생활을 하면서 나와 같은 감정의 결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지금의 회사에서는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한 명의 친구가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웠다.      


책에서 읽은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어떠한 사람 또는 상황에 대해서도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타인에게 휘둘리고, 감정에 휘둘리고, 열등감에 휘둘리고, 휘둘리느라 계획한 것을 자꾸만 놓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지속하면 목표와 멀어지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믿고 싶지 않을 때조차 나는 나를 믿어야 한다는 것. 무엇이라도 조금씩 실천해야 한다는 것. 긍정할 것도 없이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것.      


통제할 수 있는 시련을 극복하는 내용은 그릿에서도 나온다. 중요한 점은 통제할 수 없는 시련을 겪었을 때는 그릿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3월부터는 직장에서의 마인드를 새롭게 하고 출근했다. 또한, 퇴근 후와 주말에는 내가 계획한 루틴에 따라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새로운 모임에 들었다. 투자 모임, 보드게임 모임, 코딩 모임. 그동안은 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들을 시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든게 끝났다. 루틴과 계획을 잃어버렸다.      


성취와 인정이 부족했다. 집에서 술을 마셨던 주말 기간이 있었는데, 술에 취한 채, 무기력함과 루틴을 지키지 못한 안타까움을 느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 이후 갑작스러운 회사의 징계가 있었다. 이번에는 이겨내겠다는 의지로 소명했지만 결국 생활의 의욕을 빼앗아 갔다. 휘둘린 것이다. 내 삶에서 계획한 것들을 놓친 것이다.      


그렇게 몇 개월간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어떤 의미로 살아갔는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불안과 걱정을 가진 채 살아갔을 것이다. 회사는 계속 출근했지만 해고됬다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었다. 소득이 없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점심값을 아끼는 생활을 시작했다. 술에 취할 때면 괜한 이슈로도 패배감에 젖어 우울해지고, 괜한 상황에 대해서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독립을 하였다.


투자 모임, 보드게임 모임, 코딩 모임 뿐만 아니라 가족도 회사도 나는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나 혼자 있는 이 작은 방안에서는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다. 밤에 불을 꺼놓고, 스탠드를 켜놓고, 책상 위에서 노트북을 하는 지금 이 순간은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고, 삶에 있어서도 만족감을 주는 시간이다. 물론, 이 또한 나의 어떤 부분을 성장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이렇게 하나의 글을 써가고, 그러한 글이 모여서 쌓여가는 것을 보면 나름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소득이 있어야 한다.      


나는 혼자서 하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조직 사회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윗사람의 지시를 받는 것을 싫어하고 아랫사람 챙기는 걸 좋아하니까 리더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리더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 또 스트레스를 받을테니 혼자서 하는 일이 좋겠다.      


생산직은 혼자서 할 수 있지 않을까. 지식 노동보다는 블루컬러 노동이 나와 맞는 일일 수도 있다. 공대를 나와서 기술직이 되었으면 좋았을 수 있다. 취업 준비로 스터디 했던 사람들은 내가 공무원이 어울린다고 했다. 공시 공부를 해야할까. 금융권에 취업을 희망하기도 했다. 주식투자를 하니 증권사를 가야할까. 아니면 은행에 가야할까. 책을 틈틈이 읽으니 출판 쪽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아니면 교육 분야에서 교육 자료를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어디든 나를 뽑아줘야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진로를 벗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가는 것이다. 어중간한 각오로 해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는 포기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처음에 선택한 분야가 아니어도 다른 분야에서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지금까지의 실무적인 경험은 도움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조직 생활 경험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서류전형과 필기, 두 차례의 면접을 반복하는 것만 해도 시간 소요와 에너지 소모가 클 것이다.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잠들 수 없다. 내가 독립을 하게 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조언을 구할 사람도, 속 얘기를 할 친구도 없다.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모아 둔 재산도 없이, 지금껏 이러고 살아온 것에 대한 회의감이 물밀듯이 밀려오더라도, 그래도 이 정도의 자산을 모은 것에 감사하고, 그간의 사회생활 경험에 감사하고, 지금 이렇게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 업계와 세상에 보란 듯이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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