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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사람 Jan 23. 2023

좋은 직장이란 없다

물류센터 일을 시작하며 & ‘좋은 불평등’ 책을 읽고

1) 좋은 직장이란 없다.     


좋은 직장이란 없다.

다만, 조건이 좋은 직장이 있을 뿐     


현시점에서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정규직에 종사하면서도 그 안에서의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나 스스로 안정적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직장생활 경험은 사기업 경험 뿐이지만 정년이 보장된 공기업이나 공무원 생활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회사에서 느꼈던 경험, 이 업계에서 느꼈던 경험은 다른 회사에도, 다른 업계에도 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들 나름대로 견디며 살고 있을 것이다. 물론, 계약직의 입장에서는 그 정규직의 테두리가 정말 소중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 쉽게 퇴사하지 못했던 이유는 소득이 끊어지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소득이 끊어졌을 때 나의 생활과 마음상태 등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결국, 직장이라는 곳을 왜 다니냐의 문제인데,      


1. 돈을 많이 준다.

2. 인간관계가 원만하다.      


이 두 가지가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 아닐지 싶다.


직장을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경제활동을 위해서이고,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외 부가적인 조건들로는 일에 성취감이 있는지, 워라밸이 충족되는지, 정규직인지, 업무강도가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인지, 복지가 괜찮은지, 직장과의 거리는 가까운지, 외부적인 시선은 어떠할지 등이 있을 수 있다. 일에서의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해나가는 자격, 위치가 되어야 얻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낮은 지위에서는 상사의 영향을 많이 받게되고, 지시받는 일을 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업무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받지도 않을 것이라, 이미 도달한 노하우에 대해서도 다시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위가 올라가더라도 결국은 조직의 구성원으로써의 역할을 하는 것이고, 실무적인 퍼포먼스보다는 관리직의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큰 성취감을 얻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기업문화는 변화하고 있고, ‘그냥 하지 말라’ 라는 책에서도 앞으로는 완성체의 구성원들이 협력하여 일하는 상황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그래도 현재까지는 관료제적 조직사회의 성격과 상사의 지시에 따른 영향력이 더 큰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소소하게 만족하면서, 직장 외 공간에서 나름의 성취감을 찾아가는 것이 지속적으로 실현 가능하고 보람되지 않을까. 다음으로 워라밸은 이제 기본적인 조건이 된 것 같기도 하며, 업무강도는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구조가 아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는, 육체적인 노동이라면 내가 견딜 수 있는 수준의 강도여야 될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활동을 해야하는 입장이라면 업무 강도에 무리가 되어서 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 일을 쉬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와 같은 부분은 플러스 알파인 것 같은데, 복지포인트가 지급된다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직장과의 거리가 먼 경우에는 근처에 자취를 하는 방법도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 같다. 직장의 네임밸류에 따른 외부적인 시선이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ex.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등의 이미지 형성에 있어서) 이제는 돈만 잘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이라는 공간이 너무 싫어서 전업 투자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고,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좋아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래의 내용들은 현재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체크리스트와 같이 적어본 것들이다.     


1. 얼마만큼의 연봉을 받고 싶나? 5,000만원(실수령 350만원), 4,200만원(실수령 300만원)

- 저축도 하면서 독립해서 살 수 있을 만한 연봉 수준이 5,000만원이라고 판단했다.

2. 어느 정도까지 연봉이 인상됐으면 좋겠나? 40살 7,000만원(실수령 470만원)

- 생애 총 지출을 고려했을 때, 일정금액 수준의 국민연금 수령을 고려했을 때 달성이 필요한 수준이다.       

3. 출퇴근시간은 어땠으면 좋겠나? 9시 30분 출근, 8시간 근무

- 아침에 여유가 있으면, 밤에 개인시간을 더 활용해도 피곤함이 덜해서 좋았다.

4. 워라밸은 어땠으면 좋겠나? 야근은 안하고 싶음, 개인 시간에 자기 성취, 여가생활

- 회사에 8시간 이상 일하는게 수익, 성장, 공동체 모든 면에 의미가 없었다. 그동안 임금도 포괄임금제였고.

5. 성장가능성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블루컬러 일도 괜찮다고 봄. 성장은 개인 시간에

6. 근무강도는 어느 정도까지 괜찮나?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리는 구조가 아니었으면 좋겠음, 육체적으로 견딜 수 있는 강도

7. 어떤 스타일의 일을 하고 싶은가? 혼자 할 수 있는 일, 커뮤니케이션이 적은 일     

8. 회사분위기는 어땠으면 좋겠는가? 누군가의 비난을 하지 않음, 존중, 정보 공유, 자율적

9. 폭언, 폭행이 있는 회사가 아니면 괜찮은가? 그러나 성취감, 존중감, 인간관계 많이 중요함

10. 회사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 마음 맞는 친구가 한 명 있는가     

11. 회사의 편의시설은 어땠으면 좋겠나? 얼음정수기, 원두커피머신, 비데

12. 어떤 수준의 복지혜택을 받기 바라는가? 바라지 않음. 밥 주면 좋을 것 같음. 식대 절약

13. 집에서 거리는 어느 정도였으면 좋겠나? 자취하면 됨. 걸어서 40분까지 가능

14. 내가 스트레스 받는 상황은 무엇이었나? 재촉해야 하는 상황, 남에게 요청해야 하는 상황, 업무 정보를 숨기고 비대칭한 상황, 가짜 노동, 안해도 되는 일을 하는 것,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 기회의 불공정, 연차의 미인정, 남을 욕하는 분위기가 있을 때, 뒷담화가 있을 때, 후배가 버릇없을 때, 잡일만 시킬 때, 일방적인 부서이동

15. 내가 기분 좋은 상황은 무엇이었나? 내 노력으로 완성했을 때, 컨펌이 났을 때, 내 일을 바로바로 처리해 줄 때, 보다 높은 난이도의 업무를 숙지할 때, 연봉이 올랐을 때     


여러가지 그동안의 경험으로 생각을 정리해 본 결과, 직장은 돈과 인간관계 이 두 가지 조건과 부가적인 조건들을 잘 조율하여 나와 맞는 곳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성취욕에 대해서는 가끔 제어되지 않는 욕심이 들기도 한다. 목표한 것을 이루고 싶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더 잘하고 싶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지. 그러나 지쳐있기도 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욕심부리지 말고, 기본만 하자 라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워라밸의 입장에서 자신의 자아의 총량을 잘 분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에너지, 인내력, 배려심, 열정 등은 정해진 양이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 너무 많은 자아를 써버리면 집에 돌아와서는 지쳐버리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 밖에서의 생활도 나의 중요한 생활인데, 단지, 자아를 다시 충전하는 회복의 공간으로만 활용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삶을 즐기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 나가면서도 생활해 나가고 싶다.


또한, 성취감과는 조금 다른 개념일 수도 있는데, 화이트칼라 직종, 아니 리서치 업계의 일을 하면서 그리고 ‘가짜 노동’ 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걸까 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의미없는 노동을 해 나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는 블루컬러(물류, 생산, 건설, 도배, 타일 등) 일에 대해 찾아본 계기가 되었다. 물론, 물류의 경우 컨베이어 밸트에서 공정의 일부 역할에 대한 반복 작업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일들을 직접 해나가기 때문에 적어도 진짜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은 소득과 낮은 연봉 인상률, 무력감, 인간관계 회의감, 상사 및 조직과의 갈등은 퇴사의 원인이 된다. 업무강도는 어느 정도 극복했으나, 더 이상 리서치 업계에서는 그렇게까지 일할 의욕이 생기지도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늘 아쉬운건 월급쟁이인 나의 입장일 것이다.          




2) 쿠팡 물류센터 계약직으로 경제활동을 유지하다.     


최근 약 두 달 정도의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 온 것 같다.

우선, 리서치는 그만두었다. 리서치를 계속할 생각은 이제 없다.      

새로운 진로를 찾기 시작했고,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면서 경제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현장직이기 때문에 주로 육체노동이지만, 사무직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는 덜 받으며, 사람과의 접촉도 줄어들고, 단지, 내가 할 일을 성실하게 하면 되는 업무이다. 그렇게 시간을 거치면서 회복하고, 내 길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쿠팡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래도 경제활동을 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가장 큰 문제인 소득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적금, 청약을 유지할 수 있고, 보장성 보험금을 납입 할 수 있고, 부모님 생활비를 계속 드릴 수 있었다. 고정비를 유지하면서, 일상생활의 소비도 아껴서 사용하면 되는 수준이다. 물론, 최저시급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고, 노동 강도가 있기는 하지만 월급여로 일정 금액 수준을 받을 수 있어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로는 월급여로 일정 금액 수준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찾아낸 해답이었다. 평소 쿠팡, 배민 등을 통해 소득을 얻는 기사나 유튜브 등을 보면서 대비책으로 생각해 놓았다.  


급여 수준은 센터마다 조금 다르다고 하여, 신선센터에 가기로 결정했다. 입사 프로모션이 있다는 것도 선택의 이유였다. 이전에 상하차 경험을 통해 무리가 많이 가는 HUB 파트는 지속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FC 파트로 지원하였다. 생활패턴이나 급여수준을 고려했을 때 오후조나 심야조를 하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 결국 주간조로 일하게 되었다. 주간조로 일하기 위해서는 새벽 5시에는 기상을 해야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다. (가끔, 다시 잠들었다가 깜짝 놀라 깨는 경우들도 있고, 때로는 셔틀버스를 놓치기도 한다.ㅠㅠ)     


월컴데이에서 쿠팡 물류센터에 대한 영상을 보았을 때 관심이 갔다. 전국에 센터가 몇 개가 있고, 그 중 신선센터는 몇 개가 있고, 센터에서 캠프, 쿠팡 친구로 이어져 전국으로 배송이 펴져가는 것(쿠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와 쿠팡로지스틱스라는 자회사를 운용하고 있는데,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물류창고라면 쿠팡로지스틱스가 쿠팡친구로 배송을 담당하는 듯하다), 센터 내에서는 물건을 집품해서 컨테이너에 태우면 멀티와 싱글로 나눠지고, 멀티에서는 다시 개인 주문 내역에 맞춰 상품이 합쳐지는 시스템, 입고(IB)부터 재고관리(ICQA), 출고(OB)까지 물류 센터가 돌아가는 큰 그림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육성 게임처럼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설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쿠팡은 IT기업이다. 이커머스를 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물류센터도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빅데이터를 통한 물량 예측 발주, 설계된 시스템을 통한 인력의 공정 운영(PDA, 노트북 등 활용) 등 정교하게 설계된 틀이 있는 것 같다. (상품을 진열하는 것도 무작위로 진열하고, 한 칸에 여러 상품을 진열한다는 것이 무슨 원리일지 신기했다. 그리고 포장시, 적합한 박스를 추천해 주는데, 생각해보니 물건의 부피가 계산되어 있는 것일지 신기했다.) 어쨌든 시스템으로 효율을 높이고, 일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AI)과 관련하여 우려하는 점들이 있듯이 시스템이 두뇌가 되고, 사람이 손발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결국, 이러한 설계와 기획을 하는 것이 메인인 것일지 싶다.     


다음 내용은 뉴스 기사를 통해 본, 쿠팡 물류의 5가지 자동화 시스템 기술력이다. (센터에서 피킹 로봇과 자동포장기는 보지 못했다. 사람이 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모두 자동화되고 로봇이 일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일까. 사람을 관리하는 관리직도. 로봇을 관리하는 관리직은 생길 수 있겠지만)


첫째, 쿠팡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고객이 주문한 후 단 몇 초 만에 재고, 상품위치, 배송경로 등 수백만 개의 다양한 옵션들을 고려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예측하고 작업을 할당한다. 둘째, 물류센터의 피킹존에서 배송이 시작되는데 고객이 주문하면 즉시 작업자의 PDA에 실시간으로 주문 데이터가 전송된다. 세 번째로 물류센터 안의 피킹 로봇(AGV)은 바닥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해 물건이 있는 선반을 직접 실어 작업대까지 옮겨준다. 넷째, 해당 물건을 작업자가 꺼내서 포장작업대로 보낸 후 작업자가 자동포장기를 이용해 포장백에 물건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포장되고 운송장이 부착된다. 다섯번째, 작업자가 분류로봇에 포장된 상품을 올려놓기만 하면 운송장에 적힌 주소를 스캔해 수백 대의 분류로봇들이 배송지역별로 분류한다.      


현장직이 하는 쿠팡 신선센터의 업무는 쉽다. (쉽다는 의미는 업무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물량에 따른 반복적인 업무가 힘들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누구나 처음 와도 금방 배울 수 있다. 인력 변동이 잦은 특성을 고려한 설계일지도 모르겠다.     


신선센터 일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업무를 해 봤다. 물론, 출고 공정 업무에서이다.

피더, 워터, 리빈, 리빈피더, 집품(냉장, 냉동, 상온), 출고검증(멀티, 싱글, 3층), 검증보조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특별히 없었다. 눈치껏 보면서 하는 것이고, 보통은 같이 일하시는 사원분들에게 물어보고 배웠다. 처음에는 할 줄 아는게 없으니까 시키는 업무를 했고, 그 다음에는 해본 업무만 반복했다. 워터라는 업무였다. 그런데 조금 무게와 노동이 있는 업무였고, 안해보던 노가다를 해서인지 몸에 무리가 갔었다. 그런지도 모르고 일을 하다가 안되겠어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물론, 큰 문제는 아니여서 금방 회복했다.) 그 다음부터는 적극적으로 안 해본 업무들을 해 보았다. 여러 업무를 해 보면서 느낀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물류가 돌아가는 것은 여러 공정 및 역할이 합쳐져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연계된 업무의 편함과 불편함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한 부분들을 어느정도 고려하면서 일하려고 한다.  


신선센터 업무에서 고된 부분은 물량과 마감 시간이다. 쿠팡하면 가장 떠오르는 것은 로켓배송, 프레쉬백 일 것이다. 그 업무가 매일 이루어지는 곳이 신선센터였다.     


쿠팡에서 먹거리를 주문해 본적이 그동안 없었는데, 자취를 하면서 반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주문을 한번 해봤다. 주문하려면 로켓와우를 구독해야 되었다. (쿠팡의 수익모델로는 입점 수수료와 구독 수수료, 직매입을 통한 마진이 있는걸까.) 한 달 무료체험 서비스를 통해 사용해 봤는데, 오전 10시까지 주문하면 저녁 8시 전까지 배송이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 프레쉬백에 담긴 상품을 받아봤다. 오전 근무 중 들어왔던 마감에 대한 이야기를 실감했다.      


마감 시간은 10:50, 11:20, 11:50으로 구분되는데 배송되는 지역과 관련된 듯하다.     


물량이 많다는 것은 고객들의 주문이 많다는 것일 것이다.


여러 역할이 모두 중요하겠지만 마지막은 포장이 아닐까 싶다. 컨테이너 밸트의 구조, 다양한 역할 등은 모두 포장(출고)의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장치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포장을 끊임없이 진행하는 것. 근무시간 동안 할 수 있는데까지 물량을 쳐내는 것. 쿠팡 물류는 점심시간 외에 휴게시간은 따로 없다. 1시간에 10분을 쉰다고 가정하면, 8시간 동안 총 1시간 20분 쉬게 되는데 그 시간 동안의 출고량을 고려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근무조 기준 뿐아니라 하루 24시간, 한달, 분기, 일년 기준으로 고려하면 꽤 되기도 하겠다.


오래 일하신 사원분들을 보면 일정한 페이스로 꾸준히 일을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전에도 하고, 오후에도 하고, 계약직으로 주 5일 일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컨디션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8시간 동안 반복 작업을 지속하는 것은 꽤 피로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루동안 부지런히 움직인 것을 생각하면, 이전에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나는 무슨 일을 해왔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무실에서의 생산성에 대해..   

  

쿠팡과 관리직, PS사원 등은 물량을 보면서 일하는 입장이고, 현장직은 하나하나 직접 작업을 하는 입장이라 서로의 입장 차이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1인분 이상의 물량은 인력 공급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량 예측에 따른 상용직과 일용직의 운영 및 셔틀버스 운영, 주간, 오후, 심야조의 업무 분배,

가용한 인력 수준에서 물량이 들어오는 상황의 현장 운영


지금까지 시스템적으로 갖춰나갔다면. 시스템이 갖춰진 상황에서는 운영을 통해 컨트롤 할 수 있을까

     

쿠팡의 2021년 매출액은 약 20조원이고, 인건비는 약 4조원(약 20%)이라고 한다.


IB, IQCA, OB, HUB, HR 등의 부서가 있고, 셔틀기사님, 미화팀도 있고, 주간조 OB 계약직 인력이 약 40명이라고 한다면, 주간조, 오후조, 심야조를 고려하고, 한 달 월급 수준을 고려하면. (주간조보다는 오후조나 심야조의 인력 공급이 더 많을 것 같다. 오후조나 심야조는 임금이 1.5배 가산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나 심야조라도 계약직이 아닌 단기사원이라면 개인이 한달 동안 수령하는 총액은 기대보다 낮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매출액, 인건비, 부자재비, 센터유지관리비 등의 손익 구조가 궁금하기도 하다.     


쿠팡의 기술적인 부분, 재무적인 부분, 이커머스 경쟁력과 같은 부분들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흥미로운 듯하다. 그리고 전산으로 보여지는 데이터와 지표 등에 호기심이 가기도 한다.      


쿠팡 물류센터의 직급체계를 찾아본 적이 있다.      


L1: 현장직, PS(Problem solver) 사원

L2: PS(Problem solver) 사원, T/C(Team Captain)

L3: T/C(Team Captain)

L4: AM(Area Manager)

L5: OM(Operation Manager)

센터장: SL(Site Leader)     


팀캡틴 공고는 경력 1년, AM은 경력 5년, OM은 경력 10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윗직급으로 갈수록 인력 관리와 매니저의 역할이 커지는 듯하다.     


전산과 데이터를 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사람을 재촉해야 하는 순간이기 때문에 관리자는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관리하는 입장이라는 것도. 그리고, 관리자의 입장에서 같이 업무를 진행하는 입장인 PS 사원도 잘 맞지 않을 것 같다. 또한, 데이터를 보고 지표를 관리하는 AM 직급도 현장 상황을 컨트롤 해야 하는 입장이니 결국 내 적성과는 맞지 않는 곳이 아닐까. 물류라는 산업은.     


나의 경우 근무일에는 Door to Door 기준으로 13시간 정도를 쓰게 된다. 기본 근무시간에 집에서 셔틀 정류장까지의 이동시간, 셔틀 정류장에서 센터까지 이동시간, 센터에 최소 30분 일찍 도착, 30분 늦게 출발 등의 시간이 종합되는 것이다. 출근 준비하고, 돌아와서 씻는 시간도 포함하면 꽤 많은 시간을 쓴다. 보통 5시에 기상하여 19시에 집에 돌아온다. 밥먹고, 씻고, 조금 쉬다가 자고 다시 출근한다.


월급여 총액을 높이기 위해서는 PS 사원을 지원하거나 지게차를 운전함으로써 가능하다. 또는, 특근을 하거나 오후조, 심야조 근무조 편성을 통해 가능하다. 주간조의 상황에서는 정해진 시급을 기준으로 특근(연장근무 및 휴일근무), 시간과 돈을 교환해서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기본급에서 그 이상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나름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올해가 되면서, 현장직 시급 인상과 새로운 근무수당이 신설되었다. 물론 이미 계약서에 서명한 나는 연봉 계약의 경험으로 대상이 아닐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 입사한 사원들에게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에 대해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문득 그러한 조건은 기존에 오래 일해오던 사원분들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센티브 지급 기간이 끝났을 때, 지금의 일을 하면서 받게될 월급을 상상해 보면 그렇더라.


고된 경험도 해보고, 호기심도 가져보고, 여러 가지 상상도 해보았지만

처음 쿠팡을 시작했던 이유대로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듯하다.

기본급 받고, 인센티브 받고, 그 이상 욕심내기 보다는 진로 준비, 공부 등에 충실하는 것.

또한, 셔틀이 일찍 도착하기 문에 조출이 있다면 조출을 꾸준히 하는 것으로 나름의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일을 하면서 묘한 기분을 경험한 적도 있었다.      


물량에 조금 지쳐서, 내 속도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하고 있는데, 계약직 사원분 한 분이 오셔서 빠르게 도와주셨던 경우였는데, 그 순간 왜 그렇게 빨리 해야하나, 이 분은 왜 내게 와서 이렇게 빨리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량에 둘러쌓인 내 모습을 보고 도와주고 싶으셨기 때문일까. 우리는 계약직이기 때문에 다음 계약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일까. 역할에 대한 책임감 때문일까.


물류센터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다들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이전 기간 동안에는 물량에 지쳐있다가 언젠가부터 그 물량을 쳐내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내가 이 정도를 할 수 있게 되었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그동안의 힘든 경험으로 지금 덤덤하게 할 수 있게 되었구나 라는 회의감이 들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여러 역할로 다른 사원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 때 오히려 조금은 위로가 되었었다.     


이곳도 조직사회이고, 각자의 상황, 입장이 있을 것이다.


사원들 간의 나름의 커뮤니티도 있을 것이고, 불성실한 사원, 체력이나 연령대상 노동의 어려움이 있는 사원도 있을 수 있다. 관리자의 시스템, 전산 운영을 통한 묘한 기류도 있을 것 같다. 때로 VTO를 받는 상황의 의도가 궁하기도 하다. 물류센터 구인공고를 보면 금융상품 불공정거래 느낌이 있어서 작고 사소한 계약이라도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러 상황과 입장에 대해 객관적으로 봐보고 싶기도 하다. 어쨌든 가장 높은 위치의 오더는 결국 쿠팡일 것이다. 새로 접한 분야인 것도 맞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느끼고 배운 점들도 있었다. 그러나 일단은 여기도 조직사회인듯 하고, 나는 다시 처음처럼 조용히, 기본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3) ‘좋은 불평등책을 읽고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불평등 원인이 수출과 고령화 때문이라고 하였다. 상층 소득을 좌우하는 것은 수출·제조·대기업의 성과급 체계이며, 하층 소득을 좌우하는 것은 노인 빈곤이라는 것이다. 기존에는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시각으로 상황을 논리적으로 진단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다.     


그리고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은 임금노동자 중에서는 최하위일 수 있지만 전체 소득자의 입장에서는 중간층이며, 한국적 현실에서 실제 하층은 노동시장에서 제외된 노인이라고 하였다.     


불평등의 변곡점을 1994년, 2008년, 2015년으로 판단하여, 원인을 분석했는데,      


1992년 불평등이 확대된 이유는 1987년 6월 항쟁, 노동의 민주화에 따른 노조활동 활성화와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한중수교에 따라 신발, 섬유산업 등 경공업 산업의 저임금·저숙련노동자의 몰락 때문이라고 한다. 즉, 중간층 소득이 줄어든 사례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이 축소된 이유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라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상층 소득이 줄어든 사례이다.      


2015년 불평등이 축소된 이유는 중국 특수에 올라타 불평등이 확대되던 시기에서 중국의 신창타이 정책으로 인해 중간재 수출이 감소하면서 중공업·대기업 중심의 수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상층 소득이 줄어든 사례이다.     


2018년에는 반도체 특수로 불평등이 확대되었지만, 2019년에는 특수가 끝나면서 불평등이 다시 축소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의 최하층인 노인 빈곤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정책들이 불평등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노태우 정부는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에게도 국민연금을 도입했다. 이후 국민연금 적용 사업장은 꾸준히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김대중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도입했다. 노무현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했다. 노인 공공 일자리 정책의 법률적 기반을 마련했다.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세대 간 형평성을 개선하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소득하층 70%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20만원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하고, 어르신 공공 일자리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이 책은 국제 정세의 흐름, 중국 정책의 흐름 속에서의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며, 데이터를 읽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류 등을 파악하여 논리를 전개해 나간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위의 내용 외에도 통찰력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책을 읽고 나니, 수출과 관련된 기사, 대기업의 성과급과 관련된 기사, 노인 빈곤과 관련된 기사들을 볼 때 저자의 논리가 연상되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 시절은 독재에 의한 정책들이라는 점이다. 또한, 거시적인 관점의 분석은 멋있기도 하지만 개인의 삶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임금노동자의 입장에서 최저임금 수준은 생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는 당장 살아갈 수 있더라도, 돈을 모으거나 미래를 대비하거나 갑작스러운 경제상황에 대처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정치, 정책이라는 것도 제한된 수준의 자원에서의 분배라는 한계가 있는 것일까.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일까


임금노동자로서 상층이 되기 위해서는 수출·제조·대기업에 들어가거나 고위공무원, 공공기관에 들어가거나, 의사, 회계사 등의 전문직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 중에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요즘은 금융권이나 정유업계, IT분야도 임금 수준이 높을 것이다. 즉, 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높은 임금을 주는 회사에 들어가야 하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곳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즉, 돈을 잘 버는 기업) 특근 제도를 경험하면서 내가 하는 정도에 따라 기본급 이상의 인센티브를 받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물론 기본급도 일정 수준 이상이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직무를 기준으로 본다면 영업 같은 직무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임금노동자가 아니라면 사업가나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고려해 볼 수 있는건 사업가라면 1인 사업가, 투자자라면 전업 투자자가 되는 것일까)          


또는, 개인시간을 더 활용한 부업(N잡), 콘텐츠 소득(블로거, 유튜버)도 있을 수 있겠다.




4) 고시원 생활을 다시 나오며     


작년 연말,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2~3월까지는 계속 생활하면서 월급과 모아놓은 돈으로 생활하면서, 취업지원 하고, 취업이라도 성공해서 다시 들어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계속 고시원에 지내겠다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부모님의 걱정, 같이 살고 싶어하시는 마음이 컸고, 계속 기존 회사에 다니는 척하면서 둘러대는 말을 하고, 아닌 척 생활하기도 쉽지 않았다. (일 끝나고 집에 들어와 씻고, 다시 면바지에 셔츠로 갈아입고, 가방 메고 본가에 가서 밥 먹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근처 셔틀 정류장에서 셔틀 타고 출근하는 등 나름의 완전 범죄를 했다고 생각했다.) 연말에는 물류 일에 몸이 지쳐서 본가에 방문하지 못했다. 마주해서 얘기할 시간이 없기도 했고, 해는 넘어가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떠오르는 생각도 없었다. 일단 집으로 들어왔고, 집에 들어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아직 잘 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일 끝나면 피로감에 쩔어있기도 하고, 취업 지원과 해야하는 일들의 부담으로 예민하기도 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였다. 집에서 부모님과 생활할 때의 걱정되는 상황들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적극적이었던 자취 생활이 편하기도 했다.  


몸도 마음도 잘 회복해야 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내게 늘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스트레스에 의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있었고,

직장생활을 하지 않을 때도 취업에 대한, 소득에 대한 불안이 있었다.      


내게 있어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고시원에 들어갔던 3개월 동안 찾고자 했던 것,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인지, 몸이 지쳐서인지, 내가 게으른 것인지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아야 될 것 같다. 진로에 대해서도 소득에 대해서도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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