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인장 Dec 26. 2024

07. 소개팅


토요일 여전히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하나 남은 찐친 나연이었다. 남친이 생기기 전에는 같이 문화생활을 즐기고는 했는데, 최근에는 연락도 뜸해졌다. 


-뭐해? 또 빈둥거리고 있지?

-잘 지냈는가? 나야 뭐 혼자 놀고 있지.

-밖에 좀 돌아다녀. 갑갑하지 않아?

-괜찮아. 근데 왜 갑자기 연락했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너한테 할 말 있어서, 좀 만나자

-뭔 일인데? 중요한 일이야?

-중요한 일이야. 만나서 얘기해. 너희 동네로 갈게.

-그래. 우리 집 앞 카페에서 보자

-너희 집 앞에 카페 생겼어?

-응. 오픈한 지 좀 됐어. 이 동네에 사람이 없어서, 언제. 문 닫을지 모르니 너 만날 겸 한번 가보자.

-그래. 지금 11시니까 1시까지 만나자. 카페 이름이 뭐야?

-뭐더라. 가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네. 우리 집 오늘 길에 카페 하나밖에 없으니 찾기 쉬울 거야.

-알았어. 이따 봐.


전화를 끊고 막상 나가려니 귀차니즘이 밀려왔다. 그래도 우리 집. 근처까지 오겠다는 찐친의 수고로움을 생각해서 외출 준비를 한 후에 카페로 향했다. 



'OASIS' 카페는 출퇴근 시 지나가나 본 게 전부다. 매장 안에 들어온 건 오늘이 처음이다. 직접 들어와 보니 공간이 예상 외로 넓었다. 카페라테 아이스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또한,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아서 놀랐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두 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그중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사람이 사장 같았다. 넉살이 좋은 건지 손님들과도 스스럼없이 대화를 했다. 서비스 업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카페라테 아이스를 받아들고 자리에 돌아오니 때마침 카페 안으로. 나연이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나연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연이는 주위의 사람들을 둘러보며 자리에 앉았다.


-여기 사람 많다.

-나도 우리 동네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뭐 마실래? 우리 동네 왔으니 내가 살게.

-그래. 바닐라라테 아이스 부탁해


나는 주문을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어쩐 일이야? 뭔 일인데? 만나서 얘기해야 하는 거야?

-음료 좀 마시면서 얘기하자.


나연이는 방금 나온 바닐라라테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 맛있네. 공짜라서 그런가. ㅎㅎ

-마셨으니까 얘기 좀 해봐.

-너 소개팅할래?

-뭐?

-괜찮은 사람 있어서 그래.

-난 생각 없는데. 

-우리 더블데이트 그런 것 좀 해보자.

-무리하지 마. 다른 친구 해줘.

-이미 약속했어. 


나는 짜증 섞인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뭐라고?


나연이는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한 번만 만나봐. 내가 원래 이렇게 막무가내인 사람 아닌 거 알지? 진짜 너하고 잘 맞을 것 같아서 그래. 부탁이야.


나연이는 사람을 무력화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짜증이 나다가도 막상 얼굴을 보면 화를 낼 수가 없다. 

고민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말을 일어났다


-한 번이면 돼. 싫으면. 더 이상 안 봐도 되고. 너무 부담 갖지 마


한숨을 크게 쉬며 포기한 듯 대답했다.


-알았다.


나연이는 밝게 웃으며 나를 껴안았다.


-알았어. 날짜, 시간은 톡으로 보낼게. 


나를 감싸는 나연이의 팔을 걷어냈다.


-점심은 먹었어?

-여기 뭐 먹을 거 없어?

-나도 처음이라 모르지.

-사장님한테 물어보자. 뭐가 맛있는지?

-그럼, 네가 주문해. 난 다 괜찮으니까.


난 나연이와 달리 사교성이 별로 없다. 3년이 넘게 애용하고 있는 동네 초입 편의점 사장님과도 별다른 인사말을 하지 않는다. 가식적인 불필요한 말들이 불편하다. 그런데 나연이는 어딜 가든 오래 본 사람인 것처럼 말도 행동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주위에 사람들도 많고, 인기도 많다. 나연이는 한동안 카페 사장님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자리로 돌아왔다. 


-왜 이리 오래 걸려?

-사장님한테 디저트 추천해달라고 했거든. 스콘하고 마카롱이 제일 잘나간다고 해서 무화과 스콘하고 딸기 마카롱. 크림치즈 마카롱 주문했어. 사장님 성격 좋으시더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네.


주문한 디저트 외 머랭 쿠키가 트레이에 놓여있었다. 


-머랭 쿠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셨어. 너무 예쁘다.


이렇듯 붙임성도 좋고 말도 이쁘게 해서 나연이와 있으면 서비스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에게 나연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나오는 대사, '봄날의 햇살'같은 친구다.




일주일 후 소개팅 약속이 잡혔다. 역시 나연이는 속전속결이다. 소개팅남은 나보다 세 살 연상이었다.

난 20분 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소개팅남이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소개팅하기로 한 정지훈입니다. 카페에 도착하셨나요?'

'네~'

'죄송한데.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서 20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괜찮으니 천천히 오세요'

'최대한 빨리 가겠습니다'


소개팅남과의 통화를 끝내고 시간 약속을 정말 중시하는 나지만, 회사 일에는 변수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딱히 불쾌하지는 않았다.


약속시간에서 15분 정도 지나니 헐레벌떡 카페로 들어오는 누군가가 보였다. 친구가 보내준 사진으로 이미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 외로 키가 커서 놀랐다. 카페로 들어온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를 찾는 듯했다. 시종일관 그를 쳐다보고 있던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눈이 마주치자 나에게로 다가왔다.


- 실례지만, 채원 씨 맞으시죠?


순간 그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당황스러웠다. 내 이상형이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 아! 네~'

-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배고프시죠? 식사하러 가실까요?'


미안함에 안절부절못하며 식사 얘기부터 꺼냈다.


- 전 괜찮은데요. 배고프세요?

- 저도 괜찮습니다. 

- 그럼. 우리 차나 마시죠. 제가 주문할게요. 뭐 드실래요?

- 제가 주문할게요. 

- 아니에요. 제가 마시고 싶은 게 있거든요.

-그럼 저도 똑같은 걸로 주문할게요.

-네~ 


나는 주문 후 차임벨을 가지고 자리로 돌아왔다.


-회사 일이 많으신가 봐요.

-하는 일 없이 바쁜 느낌이에요.

-회사일이 그렇죠.


무의미한 말들을 주고받자 차임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소개팅남이 본인이 가져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료를 테이블에 놓으며 이게 뭐지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mr_white84/223610973429


- 음료가 4잔이네요

- 크림 라테하고 아아 세트예요. 친구가 여기 시그니처 메뉴가 맛있다고 해서 주문한 건데 괜찮으세요?

- 이런 음료는 처음이라 적응이 안 되네요. 

- 크림 라테가 좀 느끼하니까 아아로 느끼함을 없애주는 것 같아요. 


딱히 입맛에 맞지 않은 듯 보이는 소개팅남의 표정을 보면서 잘못 선택했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함에 괜스레 음료에 대해 주저리 떠들어대다가 안되겠다 싶어 화제를 바꿨다.


- 취미는 뭐예요?


뻔하지만 중요한 이슈다.


- 등산 좋아합니다. 등산 좋아하세요?


헉. 난 아닌데. 


- 제가 평지 걷는 건 좋아하는데. 체력이 바닥이라 등산은 힘들더라고요.

- 등산의 장점은 ~~~~


등산 얘기로 30분이 흘렀다. 소개팅남 혼자서. 목소리가 좋아서 그런가 지루하지 않았다. 

드디어 내 취미로 넘어갔다


- 게임 좋아합니다. 잘하지 못해도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요. 


얘기하다 보니 실내에서 하는 것들이었다.


- 저도 게임 좋아하데. 뭐 하세요?

- 오딘이여. 전사 캐릭터입니다.


뭐가 당당한지 내가 전사인 것처럼 위엄있게 얘기했다.


- 그거 재밌죠. 전 이것저것 새 게임 나오면 조금씩 발 담가보는 편이에요.


내 취미 얘기로 둘이 30분 넘게 얘기한 것 같다.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서로 먼저랄 것 없이 식사를 하기 위해 카페를 나섰다.




카페 근처 삼겹살집으로 갔다.

첫 소개팅에 무슨 고깃집이냐 하겠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 특히나 나같이 음식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은 집에서 삼겹살이나 생선구이를 먹을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로 이견 없이 삼겹살을 선택했다.


사장님이 고기를 세팅해 주시고, 우리는 얘기를 이어나갔다.


- 드라마나 예능 영화 뭐 좋아하는 거 있으세요?

- 브레이킹 베드 정말 좋아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 나르코스도 재미있고요.


순간 소개팅남은 내가 의아했던 모양이었다.


- 마약 얘기 좋아하세요?

- 액션 스릴러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거 좋아해요.

- 정적인 건 안 좋아하시나 봐요.

- 휴먼 드라마는 괜찮은데 딱히 로맨스물은 안 맞더라고요. 지훈 씨는 뭐 좋아하세요?

- 저는 로맨스물 좋아합니다. 딱히 싫어하는 장르는 없습니다.


고기와 같이 소맥을 마시니 점점 말이 많아졌다. 내가 평소에 이렇게 말이 많았던가 싶을 정도로 속사포 랩을 상대방에게 쏟아냈다. 


- 정치적 성향은 어떻게 되세요?


취한 와중에도 난감해하는 소개팅남의 얼굴이 보였다


- 정치적 성향이 중요한가요?

- 그럼요. 우리 삶은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으니까요.

- 중도입니다.

- 중도라! 실용주의 신가 봐요. 

-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딱히 진보. 보수 성향이라고 정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저도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잘 모르겠어요. 자. 우리나라의 멋진 미래를 위해 건배...

- 내일 출근하신다고요.? 회사 정말 너무하네요. 토요일도 근무를 해요, 도비네요 도비. 도비 아시죠? 해리 포터에 나오는 집 요정이요. 제가 말이 너무 많네요. 

- 기분 나쁜 건 아니죠? 술 약하시구나. 

- 괜찮아요. 제가 마시면 되죠.

- 본인 목소리 좋은 거 알고 있죠?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너무 오래간만에 마셔서 그런가 갑자기 취기가 확 오르더니, 점점 몸의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후 어딘가로 전화를 하는 소개팅남이 보였고. 나연이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기억이 끊겼다.


출처 : https://pixabay.com/ko/photos/%ED%95%91%ED%81%AC-%ED%8C%AC%EB%8D%94-%EB%A7%88%EC%8B%9C%EB%8B%A4-%EC%88%A0-1653914/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눈을 떠보니. 낯익은 방안이 보였다. 나연이의 집이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갔다. 주방에서 북엇국을 준비하는 친구가 보였다.


세상 한심하다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 너. 어제 뭐냐? 미친 거지?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북엇국을 먹기 시작했다


- 기억은 나냐?


나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숨죽여 말했다.


- 띄엄띄엄

- 자알 한다.

- 지훈 씨는 어땠어? 

- 뭐. 너라면 어쨌겠냐. 그 상황이 난감했는지 건너건너 나한테 전화했더라. 

- 미안하네. 지훈 씨한테도 너도

- 나야 상관없지. 근데 지훈 씨한테는 사과해. 

- 다시 안 볼 사이인데 문자로 하면 안 되나. 쪽팔린데

- 쪽팔린 건 아네.

- 그만 좀 해라. 나도 미치겠다.

- 알았어. 그만할게. 북엇국이라도 먹어. 당연히 다음 만남은 없겠지. 그러니 소개해 준 사람들 생각해서 전화해

- 알았다.


힘없이 대답하며 남은 북엇국을 마저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침대까지도 못 가고 소파에서 쓰러져 자기 시작했다. 

일어나 보니 4시가 지나고 있었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습관처럼 핸드폰을 확인했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문자가 와있었다


- 도비 이제 퇴근했습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한참을 고민하다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너무 빨리 받아서 놀랐다.


- 괜찮으세요?

- 네. 어제 죄송했어요. 난감하셨죠? 몸은 괜찮으세요?

- 저는 괜찮아요. 그리고 어제 재미있었어요. 취향이 비슷해서 대화하는데 시간 가는 줄도 몰랐어요. 다음에 만나면 얘기 못한 거마저 하죠.

- 네? 다음에요?

- 그럼요. 싫으세요?

- 아니요. 그게 아니고. 어제 너무 못 볼 꼴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요. 연락 주실지 몰랐어요.

- 다음 주 토요일 12시 어떠세요?

- 네. 괜찮아요.

- 그럼. 그때 봐요. 중간에 톡 할게요. 연락처 저장해 주세요

- 네. 알겠습니다.

- 그러면 피곤하실 텐데 쉬세요.

- 네 그럼 들어가세요.


통화를 끝내고 한참 동안 멍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 입장이었다면 개진상이라 상대도 안 할 터였다. 찬물로 좀 씻고 정신을 차려야겠다.

저녁에 친구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다.


- 취향 특이하네. 진상 아니 독특한 여자 좋아하나 봐. 나한테 이렇게 대한건 너뿐이야 뭐 그런 건가?


진상이라고! 딱히 부정할 수 없었다. 어제의 나는 개진상이었으니까.


- 그런데 넌 어때? 네 맘엔 들어?

- 목소리가 너무 좋아

- 뭐라고? 목소리? 목소리만?

- 목소리가 좋으니까 다 호감이네.

- 네가 목소리에 이렇게 민감한 사람인 줄 몰랐어. 여하튼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럼 잘 만나봐.

- 알겠다.


수화기 너머로 나연이 남자친구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같이 있는 모양이었다. 방해가 될까 이내 바로 통화를 끝냈다.


드디어 약속한 그날이 왔다.

주중에 어디서 만날지 간단히 톡만 했다.

맛있는 튀김덮밥집이 있다고 해서 그 앞에서 보기로 했다.

차로 데리러 온다고 했지만 뭔가 부담스러워서 그 근처에 볼일이 있다고 두루뭉술 얘기하고 각자 가기로 했다.


덮밥집에 도착하니 줄을 선 사람들이 10명은 넘는듯했다. 기다려서 음식 먹는 걸 이해 못 하는 1인으로써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순간 줄 선 사람 중 한 명이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그 사람이었다. 먼저 와서 기다린 모양이었다. 


- 오늘은 제가 좀 일찍 왔습니다. 두 팀만 기다리면 되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 정말 빨리 오셨나 봐요. 

- 조금요

- 맛있는 곳인가 봐요. 사람이 정말 많네요.

- 제가 먹어봤는데. 기다린 보람이 있는 집이에요.


그 집 가게 아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 이제 들어가죠.


자리에 앉아 그 사람의 추천 메뉴를 주문했다.

30분 정도 걸린다는데 예상외로 일찍 나왔다

비주얼은 정말 인스타각이었다.

바삭한 식감에 고소하고. 튀김 종류도 여러 가지라서 먹는 내내 만족스러웠다


- 정말 맛있네요. 기다리는 이유가 있네요.


나 또한 이 가게 관계자처럼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도 뭔가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 그렇죠? 같이 오고 싶더라고요.


눅눅한 튀김이 되기 전에 우리는 식사를 끝냈다.


식사를 끝내고 근처 커피숍으로 갔다.

오늘은 아아로 통일하고 조각 케이크를 주문했다.

그도 케이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가만히 보면 정말 맞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았다


- 우리 취향이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순간. 독심술이 있는 건지 내 속마음을 단번에 간파했다.


- 네. 그런 것 같네요.

- 그날도 정말 재밌었던 게. 유튜브 보는 채널이 비슷해서 놀랐어요. 흔치 않은데 말이에요

- 그런 얘기도 했었나요? 죄송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네요.

- 술 잘 못 드시나 봐요. 그날 저하고 소맥 별로 안 마셨거든요. 기껏 두 병씩 그 정도였어요.

- 오래간만에 마셔서 그런 것 같아요. 술 마실 일이 별로 없어서요.

- 술은 좋아하세요?

- 술안주를 좋아하죠. 술도 싫어하지는 않아요. 술은 대부분 편한 사람하고 마시잖아요. 그 분위기가 좋아요.

- 그럼. 저하고 다니면 되겠네요

- 네?

- 저도 채원 씨와 비슷한데. 친구 놈들은 술 마시면 끝이 없거든요. 진짜 한 놈 쓰러져야 끝이나요. 나이가 들면서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나도 친구들도... 적당히 분위기 즐기면서 마시는 사람을 드디어 만났네요.

- 그런가요?

- 우리 자주 봅시다.

- 네?

- 저 채원 씨 맘에 들거든요.

- 그래요. 우리 자주 봐요.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어느덧 아아의 얼음이 다 사라졌다.

대화에 집중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 후로 우린 만나는 횟수가 늘어났고.

드디어 연인으로 발전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도비로 살고 있고.

나 또한 건방진 도비로 살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