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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Dec 04. 2024

05. 자매 어르신

오아시스 카페(4)...자매 어르신


 아침부터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했다. 오늘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비가 오긴 하겠구나 싶었다. 아니다 다를까 설이가 퇴근한지 얼마 안 돼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설이는 우산을 가져갔나 하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비 내리는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페문의 종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손님이 들어온 것을 알았다.


 단골손님 두 분은 젖은 옷과, 가방의 빗물을 털어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신 것을 확인한 후 냅킨을 가져다드렸다.


-우산 안 갖고 오셨나봐요. 다 젖으셨네요.


-그러게, 갑자기 비가 올 줄 알았나!


냅킨으로 연신 빗물을 닦으며 말씀하셨다.


-따뜻한 카페라테 준비해 드릴까요?


-그래요. 두 잔 갖다 줘요. 여기 카드


카드를 받아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결재를 한 후 카페라테를 만들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를 뽑은 후 스팀우유로 작은 하트를 그렸다.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라테 아트지만, 하트 하나는 내가 봐도 괜찮다 싶었다. 비가 오면 손님들이 뚝 끊기는 경우가 있어서, 오늘 만든 컵케이크를 라테와 같이 트레이에 세팅했다. 생딸기가 토핑 되어 있어 하루 지나면 컵케이크가 눅눅해져서 맛이 없다. 맛이 있을 때 팔지 못할 거면 서비스로 드리는 게 낫다 싶었다.


-오늘 만든 딸기 컵케이크예요. 한번 드셔보세요. 적당히 달아서 라테하고 잘 어울릴 거예요.


-고마워요. 매번 이렇게 서비스로 막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


-제 맘이죠. 작은 카페라도 여기 사장이잖아요. 그리고, 아무나 드리는 건 아니에요. 걱정 마세요.


 개인 카페의 장점은 사장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카페에서 군인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음료가 무료다. 물론 한 잔이긴 하지만 말이다. 대단한 게 아니라서 공지를 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군복 입고 방문하신 분은 무료로 드린다. 인생의 화양연화를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군대에서 보낸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손님하게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인간관계는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 업종이라 기본적인 친절은 탑재되어 있지만, 마음이 가는 손님은 있기 마련이다. 갑질하는 손님에게 웃으면서 대응하는 게 난 힘들다. 동생 말대로 서비스직에 안 어울리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오늘 같이 오신 단골손님 두 분은 자매 사이다. 연세가 있으셔서 병원도 자주 가시는 것 같고, 몸도 좀 불편하시다. 하지만, 항상 밝고 잘 웃으셔서 인상이 정말 좋으시다. 50세 이후의 인상은 본인이 만든다고 하지 않나. 나도 나이가 들면 이분들처럼 좋은 인상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40대 중반인 나는 벌써부터 깊어진 미간 주름을 완화하기 위해, 잘 때 꼭 미간 패치를 붙이고 잔다. 그 기간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또, 샛길로 빠졌다. 여하튼 자매 어르신들은 계절을 막론하고, 카페라테만 드신다.  우리가 사용하는 원두는 중배전에 산미가 많아서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그런데, 이분들은 본인들이 가본 주위 카페명을 일일이 열거하시며 드셔본 카페라테 중 우리 라테가 가장 맛있어서 여기로 오신다고 했다. 빈말이라도 얼마나 기분 좋은 말인가! 이럴 때 보람을 느끼고 다시 한번 열정이 샘솟는다. 어르신 아드님도 가끔 오시는데, 지방에서 근무를 하시는지, 오시면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마카롱을 많이 구매하신다. 그러면서 얘기 많이 들었다며 어르신 부탁을 하신다. 작은 카페 사장일 뿐인데, 내 얘기를 좋게 해주신 모양이었다.


 어느덧 비가 그치고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렸다. 어르신들이 짐을 주섬주섬 챙기시면서 나갈 준비를 하셨다.


-쟁반은 놔두셔도 돼요. 제가 치울게요.


-그래요. 그럼 수고해요.


-네, 안녕히 가세요.


어르신들의 뒷모습을 뒤로하고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찻잔과, 접시를 정리했다.


사진: Unsplash의Serghei Savchiu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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