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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Dec 04. 2024

01. 백수탈출기

새로운 시작


2018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바리스타 2급 자격증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뭔가 불안하고 나만 도태되는 것 같은 느낌에 평소 흥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다녔다.

그래서 듣게 된 과목이 바리스타 2급 자격증 과정이었다.

원래 커피도 좋아하고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일명 다방커피를 좋아했다. 달콤 달콤 너~무나 맛있지 않은가!!

사진: UnsplashDaryan Shamkhali


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에 들어선 순간, 평균연령대가 생각 외로 엄청 높았다.

우리 조에서 40대인 내가 막내였으니까 말이다. 창업이든 취업이든 커피에 이렇게 관심이 많구나.

우리나라 커피소비량이 세계 2위에 커피공화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리스타 자격증은 필기와 실기로 나누어져 있다.

이론수업은 정말 재밌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라는 얘기가 딱 들어맞았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커피종류와 맛, 역사 등 흥미가 있었던 분야라 집중도 잘 되고, 하나씩 알아가는 기쁨도 있었다.

몇 번의 이론수업을 끝으로 나는 우리 조의 언니(평균 60대 정도)들과 실기수업을 받게 되었다.

실기수업을 받으면서 찻잔을 내려놓을 때 긴장해서 그런지 손이 덜덜 떨렸다. 카페인 때문인지 커피도 조금씩 마실정도로 심각했다. 창피했다. 나에 비해 언니들은 대범하게 잘하셨다. 지금까지 다양한 수업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게 나이보다 열정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나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수업이 끝나고 시험을 통해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바리스타 1급 자격증은 라테아트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해서 1급 자격증 취득은 포기했다. 자격증이 국가자격증도 아니고 민간자격증으로 전문바리스타를 양성하는 학원에서 주는 수료증의 개념이라서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래도 막상 받아 든 자격증은 나를 기분 좋게 했다.


나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배우면 무조건 어떻게든 써먹는다는 것이다. Hurry up!! Hurry up!!



교회카페알바


난 자격증을 취득 후 카페 창업을 위해 알바를 찾아다녔다.

수업은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는 것이지 창업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서, 실질적으로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아마도 부분은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카페운영과 관련된 브런치메뉴, 카페메뉴 관련 교육도 수강하시는 분들이 많다.


경력직도 아니고 나이도 많아 가뜩이나 밝고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을 위주로 고용하는 카페가 대부분이라서 알바처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교회카페에서의 바리스타구인란을 보게 되었다. 초보자 가능, 나이무관이라는 것이 의아했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었다. 면접을 위해 버스로 20분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교회는 동네에 위치한 편도 1차선 도로의 길가에 있었다. 동네는 3~5층의 다세대 주택이 즐비했고, 차선 건너편은 소규모의 아파트들이 주를 이뤘다. 카페는 4층 교회건물의 1층이었는데  테이블 4개 의자도 8개밖에 없을 정도로 정말 작았다. 커피머신과 그라인더 놓을 자리도 간당간당했다. 음료를 만들 공간도 좁았다. 과연 여기서 작업이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커졌다.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목사님과의 면접이 시작되었다. 목사님은 평균키의 통통한 체형으로 목사님 다운 인자한 인상과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유자였다.

- 안녕하세요. 어제 2시 면접 연락받았던 사람입니다.

- 네, 안녕하세요. 저희 카페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거라서 봉사의 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시급이 아니고 매출액의 20%로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 일괄지급해 드립니다. 급여보다 실질적인 카페운영을 배우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이라 일주일에 두 번 3개월 단위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즉 급여는 3개월 후 지급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네, 알겠습니다.

- 종교는 있으신가요?

- 아니요. 무교입니다.

- 네, 알겠습니다. 조금 있다 면접 보러 오시는 분이 있어서 결과는 내일 오후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 네, 연락 주세요.

짧은 면접을 끝으로 집으로 돌아왔고, 다음날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카페에서의 근무시간은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카페는 영화 [바그다드의 카페]처럼 사람구경이 쉽지 않았다.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 덕분에 사수에게 각종 카페 음료 제조방법, 머신청소, 각종재료 등등 천천히 하나씩 배울 수 있었다. 손님은 대부분 교회 자원봉사자들과 주위 동네 단골분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 신자가 많은 일요일은 목사님 예배로 인해 카페를 운영하지 않는다. 카페의 큰 손은 목사님이다. 교회 방문하시는 분들 음료를 대부분 목사님이 구매하신다. 목사님 돈이 돌고 도는 것이다. 작은 교회카페의 단점은 손님이 적고, 메뉴도 다양하지 않고 비주얼도 인스타각은 아니었다. 장점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것저것 모든 것을 아르바이트생이 다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로스팅부터 시작해서 더치까지 그리고 카페마감까지 나름 바빴다. 특히나 카페마감은 머신청소부터 시작해서 할 일이 정말 많았다. 카페마감 알바는 시급이 높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목사님은 커피에 대해서 나름 신념이 있고 자신감도 있으신 분이다. 그래서 로스팅, 핸드드립, 핸드에스프레소 추출기, 더치, 모카포트, 이브릭, 핸드그라인더 등 다양한 기구와 사용방법 및 머신청소, 원두 구매 등 실질적인 카페운영에 필요한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 주셨다. 카페의 크기는 작을지언정,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돈주고도 배우기 힘든 것들이었다.

사진: UnsplashNathan Dumlao


 목사님은 큰 교회에서 재정을 담당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재정 운영에 대해서 봉사를 중요시하던 목사님과의 이견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결국 대형교회를 나와 개인으로 교회를 설립하셨다. 그래서 목사님의 교회는 가난했다. 신자들도 적었는데 그 와중에 봉사활동은 정말 열심히 하셨다. 봉사활동도 교회 재정이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신자가 적은데 재정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제과, 제빵 자격증을 갖고 있는 목사님은 베이킹수업도 직접 진행하셨다. 3층 교회식당에 매장용 베이킹데크가 있을 정도로 전문적으로 열정적으로 가르치셨다. 봉사활동 중 하나인 앙금빵은 노숙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앙금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가서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크기도 커서 한 개만으로도 포만감이 찰 정도였다. 나도 한번 가서 도운 적이 있지만, 수량도 많고 자원봉사자가 많지 않아 쉽지는 않았다. 제일 처음에는 제빵 봉사활동 하는 사람이 없어서 신자가 아니더라도 제빵 봉사활동 하는 사람들은 봉사의 대가로 빵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요구하는 수량이 너무 많아져서 일인당 하나씩만 주는 것으로 바뀌자 많던 봉사자들이 없어지고 지금은 교회신자만이 돕는 모양이었다. 그 얘기를 하시며 씁쓸해하시던 목사님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교회카페다 보니 의외의 일들이 가끔 생기고는 했다. 하루는 출근을 했는데 문이 열려있었다. 번호키를 알아야 들어갈 수 있는데, 뭐지 하는 순간 놀라 자빠질 뻔했다. 입구 바로 안에 모르는 사람이 누워있었던 것이다. 목사님에게 전화하니 바로 1층으로 내려오셨다 참고로 목사님은 같은 건물 4층에서 살고 계신다. 목사님은 주위에서 봤던 노숙자였던 것 같다고 하셨다. 경찰을 불러야 하냐 싶었지만, 조용히 깨워 주의를 주시더니 그냥 보내셨다. 또한 한 달에 두 번 이발봉사를 해주시는 분이 오신다. 그런데 요일을 착각해서 오시는 분들 중에 화를 내시는 분이 있다. '왜 안 오냐', '오늘 아니냐', '저번에 아니라고 해서 오늘 왔다' 그러면서 성질을 내신다. 또한, 빵봉사 중에 빵이 작아졌다고 투덜대는 노숙자들도 있다고 하셨다.


이럴 때는 정말 부당거래의 류승범 대사가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알바 마지막날 보수로 받은 돈은 교통비 정도였다. 자원봉사활동이란 말이 딱 맞았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것을 배웠고, 평소 개신교에 불신을 가지고 있던 나지만 이런 분이 목사님으로 계신 교회라면 다시 종교를 가질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사님은 커피에 대해서 공부를 더하고 카페 창업을 하라고 당부하시면서, 오픈하면 연락하라고 하셨다.


2018년 10월 이렇게 나의 3개월 알바는 끝이 났다.


다시 백수


바리스타 공부를 하기 전에 나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했다.

돌잔치, 웨딩 관련 사업을 했는데 하는 족족 출산율 최저로 인해 하향산업이 돼버리는 바람에 난 하던 쇼핑몰을 접고 다른 것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알바가 끝나고 카페창업과 관련된 것을 배웠다. 앙금플라워 케이크데코등 힘들면서도 재미있었다. 또한 창업박람회 및 디저트박람회 등을 통해 각종 디저트, 음료, 원두 등의 정보를 알게 되었다. 프차가 아닌 개인카페창업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큰 장점이자 단점... 낙관주의적 사고... 잘될 거야 잘되겠지 뭐 너무 걱정하지 마...

나와 정반대인 내 동생... 염세주의적 사고... 쉽지 않아. 아니지 않나. 안될 것 같아.


이렇듯 계속 집에서 뒹굴뒹굴 있자니 조금씩 나는 미쳐갔다. 갑갑해서 숨 쉴 수가 없었다. 망하든 흥하든 집에 계속 있는 건 나에게 무리였다.


창업 준비를 시작했다.


백수 탈출


2018년 12월 20일 드디어 카페를 계약했다.

계약하기 전에 카페가구, 카페용품, 쇼케이스, 머신 등 미리 날짜를 맞춰 구매했기 때문에 나는 25일 크리스마스에 오픈할 수 있겠지하는 저세상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건물구조를 생각지 못했다. 10평정도의 면적에 출입문이 4개, 5각형 같은 사각형의 도면이라니 어이없지않나. 나중에 보니 상가 한개를 둘로 나눠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구조가 되었던 것이었다. 여튼 이로인해 커피머신, 테이블냉장고 2개, 쇼케이스 등 모든게 위치가 애매했다. 제빙기 배수구는 미니멀싱크대 배수구를 사용해야했다. 배수구가 작고 동선도 너무 멀어서 커피머신의 배수는 별도의 통을 이용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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