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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목서 Jul 25. 2024

이혼과 선거는 얼마나 유사한가? - <이혼 좀 합시다>

이혼 = 선거,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2인3각 레이스 - <이혼 좀 합시다(2023)> 


 우리, 헤어질 수 있을까?

 우리, 이길 수 있을까?


 이혼을 원하는 남녀가 있다. 몇 년 전 서로를 선택했으며, 평생 함께 살아갈 반려자라고 믿었다. 하지만 꿈꿨던 가정의 모습은 오래전에 사라지고, 이제는 각자의 필요에 의한 비즈니스 부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은 쉽게 희망을 품고, 쉽게 실망한다. 찬란했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때만큼 사랑하지 않는, 이제는 미운짓만 골라하는 상대에게 지칠 대로 지친 둘은 결국 완전히 남남이 되길 결심한다. 


 그러나 이혼은 둘이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착착 진행되는 게 아니다. 유명 배우인 쿠로사와 유이는 남편 쇼지 타이시의 정치인 가문과 일곱 명의 동생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필요했다. 반대로 국회의원 쇼지 타이시는 그의 아버지부터 이어져온 지역구 선거 당선을 위해 해당 지역의 마스코트라고 할 수 있는 아내 쿠로사와 유이의 국민적 호감 이미지가 필요했다. 둘은 괜찮은데, 주위에서 뜯어말린다. 가족이, 회사가, 대중이 반대한다. 결국 이번 선거까지만,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혼을 '유예'한다. 단 하나의 조건을 가지고.

 

 '쇼지 타이시가 이번 지역구 선거에서 이기면, 둘은 이혼한다.'


 곧 남이 될 사이. 하지만 왜인지 유이는 그의 선거유세를 마냥 남일처럼 내팽개칠 수 없다. 법적관계가 유지된 이상,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다.  그리고 선거유세의 열정이 최고조로 향할수록, 유이는 점점 타이시가 선거에 '당선'되기를 바란다. 선거구에서 나고 자라 진심으로 그 지역(에히메)을 사랑하는 타이시가, 호감도도 월등히 높고 유력 당선 후보인 저 경쟁자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당선을 돕는 게 께름칙하지만, 이기면 헤어질 수 있으니 윈-윈이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이기면, 이혼할 수 있다. 이것만 바라보고  왔건만, 

 선거에서 이겨도, 이혼해야 할까? 는 선택지를 만드는 제 자신을 발견한다.

 

 함께 비를 맞으며, 땀을 흘리며 단 한 표라도 얻기 위해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시간은 부부라는 하나의 관계에 새로운 국면을 열었을 뿐 아니라 각자에게도 내면의 변화를 가져온다. 특유의 우유부단한 성격이지만 제대로 해야 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법, 사소한 것에 휘둘리지 않고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는 방법을 배워간다. 


 도착지점을 향해 한 몸이 되어 헛둘헛둘 발맞추는 부부의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이혼을 결정하기 전보다 결단력 있고, 협력적으로 보인다. 끝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름다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과정이 그리 힘들지 않다. 이혼을 결심하고 나서야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이 레이스의 끝에 선거도 부부생활도 모두 마무리되면, 우리는 각자 어떤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까? 미래에 관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은 거리에 나선다. 저 쇼지 타이시에게, 제 남편 쇼지 타이시에게, 소중한 한 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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