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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TAX Jan 02. 2023

'재벌집 막내아들'의 추억

나 무습다...

최근에도 열심히 정독한 드라마가 '재벌집 막내아들'입니다

제 웹소설 스승인 친구는 원작인 웹소설과 웹툰을 다 봤다고 합니다. 다만 드라마는 보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스포일러 포함해서 이야기하자면, 드라마의 내용은 삼성순양그룹의 미래전략실미래자산관리팀 소속 윤현우가 자금세탁작업 중에 자신의 부하직원에게 살해를 당하였는데, 깨어보니 순양그룹 회장의 막내 배다른 아들의 둘째아들, 4-2로 환생하였고, 과거의 기억도 모두 지닌 채로 다시금 재벌가에서 살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원작 웹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으나, 드라마와 달리 주인공은 상당히 냉혈한으로 그려졌다고 합니다. 이와 달리 드라마의 송중기는 항상 꾸러기표정을 지으며 법대동기 여자검사와 애매한 연애라인을 가져가기도 하고, 전생의 부모님을 살리거나 돕기 위해 상당히 비효율적이거나 경제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동료인 미라클인베스트먼트 대표 오세현은 한국의 가족경영, 세습경영을 타파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기 위하여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가업승계와 같은 경영세습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경영습관이고,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아 한국경제의 발전에 저해요소이고, 심지어 경영자가 감옥의 가는 경우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때문에 오너리스크에 종속되는 점을 지적합니다. 결국 전문경영인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세계화에 맞고, 정의실현인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영세습은 한국만의 문화가 아닙니다. 록펠러나 로스차일드와 같은 가문은 오래전부터 세습경영과 가업승계로 유명하고, 조지소로스, 워렌버핏 또한 이러한 가업승계에 해박한 자들이며, 더 나아가 전세계에 백신을 공급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기부로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표 빌게이츠 또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가족이 운영하는 재단을 설립하는데 사용합니다. 마치 이러한 행위를 '무소유'처럼 받아들이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작업을 보통 가업승계, 영어로 패밀리 오피스라고 합니다. 자세히 들어가면 조금 뜻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가문이나 가족에게 경영권이 세습되도록 작업하는 일체의 법률적, 경제적 행위를 말합니다.


자신이 일궈낸 기업을 주식회사로 만들고, 주식회사의 주식을 자녀에게 상속하거나 증여하는 방법이 가장 기본적인 가업승계입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이렇게 작업을 하더라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금액이나 규모가 커지면 단연코 세금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세금같은 비용을 아끼고 경영권을 방어하는 방법으로 자식이 새로운 법인의 대표이사가 되고, 기존 대표이사가 가진 주식 등을 새 기업에 출자합니다(사실 이것도 매우 복잡한 작업이나, 쉬운 설명을 위해서 생략합니다). 그러면 새로 만든 법인은 기존의 기업의 대주주가 되므로, 새로만든 법인의 대표이사는 자연스럽게 기존 기업의 대표이사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하기엔 너무나 위험하고 복잡하고 상당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법한 대기업들은 전부 순양지주회사, 순양홀딩스 같은 법인을 만들기도 하고, 사업에서 많은 현금을 만들어내는 기업을 만들어서 자식이 기업인수를 할 수 있는 현금을 벌어주기도 하고, 중소기업에게만 주어지는 특례를 적용받기 위해서 별도의 법인을 만들기도 하며, 일감을 몰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합법과 위법의 중간에서 줄을 잘 타기 위해서는, 윤현우와 같이 미래전략을 연구하는 변호사, 회계사 등의 전문가들이 모여 안전하게 가업을 승계하고 세법을 피해 더 많은 수익을 내도록 연구하고, 이러한 연구의 결실로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삼성그룹의 회장이 되는 시스템을 전국민이 알게되면 국회는 뒤늦게 이런 변칙승계를 막는 법을 입법하고, 후발주자는 더 어려운 난이도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서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전문경영인이 도입된다고 상상해봅니다.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계약기간동안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을 성장시켜야하기 때문에 기존 로열티가 있던 고객을 붙잡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도 하고, 구조조정을 하기도 하고, 원가절감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일시적인 기업상승을 외형으로 만들어내고, 새로운 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스카운되기도 합니다. 전문경영인은 기본적으로 장기계약을 하지 않으므로,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보다는 실적위주의 경영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와 반대로, 가업승계는 자신의 세대에 이어 후손에게 이어지는 경영을 염두에두고 많은 기업이 20-30년을 내다보고 작업을 합니다. 기업이 복잡할수록 그 기간이 길어지기도 합니다. 가업을 승계받는 대기업오너의 자녀는 기업가치에 비례하여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상속세를 내지 못하고 기업이 망할수도 있으며, 상속세를 내기 위하여 많은 수의 주식을 매각하여 경영권을 위협받거나 자산을 매각하여 사업이 정상궤도에 올라서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세법은 가업승계를 하는 자녀에게 상속세를 일부 감면해주기도 하나, 대기업에게는 이러한 감면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가업승계의 목적과 열망은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에게서 면밀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현대 정주영 대영그룹 주영일 회장이 자식자랑을 할때나, '재벌집 첫째손자' 진성준을 거제 물류창고로 귀양보내거나, '재벌집 막내아들'인 진도준을 회장자리로 앉히려 하기도 하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은 순양이다"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궤입니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자신의 부를 자녀에게 이전해준다는 것 이상의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진도준을 제외한 모든 경영인들이 흡사 머저리로 나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부분 경영인들은 이와 같은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교육받은 엘리트가 많습니다. 물론 재벌2, 3세의 기행을 보도하는 언론기사도 나오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영인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가족기업이 되었건, 전문경영인이 도입되었건 실제로 기업이 국가에 창출하는 경제적인 가치는 개인이 일궈내는 결실보다 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서 많은 재벌들이 근로자들을 착취하고 불법과 로비를 통해서 일궈낸 경제적 가치는 서민들의 피와 눈물을 가리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능한 재벌을 엄단하는 서민출신 윤현우가 사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잠을 깬건지 아닌지 헷갈리게 드라마를 만들어내었어도, 적어도 서민을 위한 결말을 내주어서 우리 가슴에 답답함이 풀리는 구석이 있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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