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원래 스타크래프트 치트키였습니다
요즘 쇼미더머니하면 래퍼 경연을 생각하지만, 88년생인 저에게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미네랄과 베스핀가스를 10,000씩 주는 치트코드 였습니다. 저는 손이 느린 편이어서 스타크래프트를 잘 하지는 못했는데, 아버지가 스타크래프트가 출시하자마자 사주셔서 일찍이 그 게임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돈을 보여달라 내지는 달라는 간단한 치트코드로 자원의 채취와 분배가 중요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돈이 갑자기 쏟아지게 많아지는 것은 당연히 게임의 밸런스를 좌지우지하였을 것입니다.
2007년 겨울, 저는 돈에 약은 친구와 주식계좌를 열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가장 인기가 있던 키움증권 계좌를 열었습니다. 당시 신바람 이박사가 광고하던 노래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개설 당시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올리지 않는 글인 자동매매일지(1) 자동매매의 시작 (tistory.com)로 각설하고, 당시에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없지만 마치 주식투자의 귀재가 된거마냥 행동했고, 그러한 행동중에 하나가 주식투자카페를 만든 것입니다.
로스쿨 입학까지 스펙이 되었던 그 카페는, 인천에서 회원가입 100명 남짓하고, 글도 다수 올리고 수익인증도 올리면서 나름 활동을 하였고, 또한 실제로 친구들과 모여 주식투자 이야기도 하고 자격증공부도 하고 시험도 보러 다니면서 카페 운영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당시 만든 카페 이름이 SMTM주식투자 였고, 그 기원이 창피하여 쇼미더머니의 영어 스펠링 Show me the money의 앞글자를 딴 것을 알지 못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다양한 투자설명회, 물론 돈이 없던 대학생이었고 주식 수익도 변변치않았기 때문에 몇백만원씩 하는 유료설명회는 거의 가지 못하였으나, 그러한 설명회에 다녀올때마다 배운 기법이나 자료를 공유하면서 카페를 운영한 경험과 자격증을 따려고 배운 기초적인 금융지식은 추후 충남대로스쿨에서 "리만사태와 같은 금융사의 도덕성 타락에 따라 발생한 전세계적 금융위기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Wrap-account라는 제도가 있고, 이러한 제도는 금융사 직원이 고객에게 가장 적절한 상품을 상담하여 추천하는 것이다. 금융제도 자체는 문제가 없고, 다만 이를 악용한 사람이 문제다. 금융사의 도덕적 타락을 방지하는 제도를 구비하여 위와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얻어걸린 답변으로 충남대 로스쿨도 합격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주식투자를 배우고, 수익을 내며, 처음 넣은 10만원이 8만원이 되었다가 11만원이 되고, 그 다음에 100만원을 넣었다가 90만원이 되고, 80만원이 되었다가, 200만원으로 만들고, 150만원이 되었다가, 300만원이 되면서 주식투자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다른 친구들은 의사가 되었고, 저는 의사보단 다른 길이 맞다고 생각해서 변호사가 되었다가, 법무관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더더욱 돈을 공부하고 싶어 세법 논문을 쓰는 박사과정에 국세청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다시 주식투자를 할 만큼 염두가 나지 않습니다.
제가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하려고 했던 것은 저에게 주식투자를 권유한 친구의 덕도 있지만, 쉴새 없이 움직이는 호가창과 차트가 제가 넣은 주문에 영향을 받는 것을 보고 정말 소액을 가지고도 주가가 왔다갔다 하기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경제의 한 일원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그 카페는 제가 폐쇄를 해버렸는데, 이렇게 쇼미더머니가 유행할 줄 알았다면 그대로 잘 간직했다가 쇼미더머니 제작진에게 팔았어도 돈이 되지 않았을까 하기도 합니다.
아직도 저는 주식으로 부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주식이건 코인이건 로또건 좋은 꿈을 꾸면 돈이 쏟아지는 상상을, 계좌가 여유로워지는 상상을,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맛있는걸 걱정없이 사주고 괴롭고 슬플 때마다 쉴 수 있는 삶을 아직도 기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