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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준 Nov 26. 2024

우즈베키스탄 부하라 : 아라비안 나이트가 떠오르는 풍경

부하라: 실크로드의 심장에서 시간을 걷다

부하라: 실크로드의 숨결을 만나다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장 기대했던 도시는 부하라였다. 러시아어를 배우던 시절 읽었던 ‘부하라의 딸’이라는 소설이 그 시작이었다.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인데, 이후 부하라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설렜다. 나중에 러시아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했지만, 내게는 이곳의 여행을 결심하게 한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때부터 부하라를 검색하며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꿈을 품었고, 이제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


사마르칸트에서 부하라로


사마르칸트에서 기차를 타고 부하라로 향했다. 부하라 역은 시내와 조금 떨어져 있어, 역 앞은 택시 기사들과 호객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그들의 호객을 뿌리치며 나는 콜택시를 호출해 약 30분간 차를 타고 도심으로 이동했다. 호텔에 짐을 풀고 곧바로 올드타운으로 나섰다.


도심의 첫인상은 기대 이상이었다. 부하라는 낯선 매력을 품고 있었고, ‘실크로드의 중심지’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를 한눈에 보여주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풍경은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부하라의 역사와 건축물을 탐험하다


부하라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초르 미노르 마드라사는 네 개의 돔이 인상적인 작은 건축물이었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돔 하나하나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부하라 건축의 독특한 매력을 담아냈다. 돔마다 이슬람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돔을 보며 과거 이 건축물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을지 상상해 보았다.

다음으로 방문한 미르 알 아랍 마드라사는 부하라의 학문적 중심지로 알려진 웅장한 건축물이었다. 정문에 새겨진 화려한 타일 장식과 대칭적인 구조는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압도적인 규모와 디테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학문과 신앙의 중심지였음을 보여주었다. 이곳에서 배우고 가르쳤던 이들의 열정이 느껴지는 듯했다.

칼란 모스크는 부하라에서 가장 큰 모스크로, 파란색 타일로 장식된 웅장한 미나렛이 특징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 미나렛은 방문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모스크 내부는 고요하고 넓었으며, 햇살이 비치는 타일 장식은 이슬람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부하라 사람들이 이곳에서 신앙을 통해 이어 온 전통이 느껴졌다.

부하라 성채: 아라비안 나이트가 떠오르는 모습


부하라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부하라 성채였다.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이 성채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과거의 위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성채 위에 올라 내려다본 도시의 풍경은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크지 않은 도시이지만, 과거 부하라는 왕국의 심장부이자 실크로드 상인들이 오가는 교차점이었다. 성벽과 탑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이 도시가 품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과거의 번영과 현재의 평온함이 어우러진 이 풍경 속에서, 부하라의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마음 깊이 새길 수 있었다.


부하라: 과거를 품은 현재의 도시


부하라를 걸으며 더운 날씨와 강렬한 햇볕에도 불구하고 힘든줄 모르고 도시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상점에서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면서 또 걸어갔다. 부하라의 풍경과 건축물이 주는 감동은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해 주었다.


부하라는 과거와 현재와 연결되어 있으며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건축물과 사람들, 그리고 이야기는 부하라가 역사의 심장이자 내 기억 속 특별한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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