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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캐슬 Sep 09. 2022

아. 추석이 싫다

주는 것과 받는 것

어릴 적에는 추석이 너무 좋았다. 

추석은 매우 특별했다. 외동이다 보니, 추석에 친척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거리를 걸으면 너무 행복했다. 추석에 가족이 모이면, 교과서에서 배우던 '정'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새해가 시작되면 올해 추석은 언제 일까를 확인하는 것이 어린 시절 나의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세상이 바뀌었다.

어릴 적 같이 추석을 보내던, 사촌들은 결혼하여 자녀가 생겼다. 이제, 그들은 자신의 가족을 챙겨야 하기에 모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더 이상 추석에 친척과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다. 세상도 바뀌었다. 추석에만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은 아무 때나 배달시킬 수 있고 밀키트를 사서 해먹을 수가 있다. 추석이라고 부모님과 함께 외식을 하겠지만 주말마다 함께 밥을 먹고 있으니, 추석만의 특별한 무언가는 아니다.








추석 연휴니까. 지인들에게 풍성한 한가위 대명절을 보내라고 연락을 보낼까 싶다가도 손이 멈춘다. 언제나 내가 먼저 안부인사를 보내는 편이지만,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지인들의 카톡방을 열어보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보낸 것이 마지막 대화다. 한동안 연락을 안 한 상대에게 안부인사를 보내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번에도 '한가위 대명절 풍요롭게 보내세요!'라고 보내려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왜 매번 나만 보내는 걸까?'




우리는 상대방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면서도, 돌려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명절에 안부인사를 보내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생일이나 기념일에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이런 감정은 나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글들이 많기 때문이다.


'친구들 생일을 잘 챙겨줬다고 생각했는데, 제 생일은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아요.'

'찐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힘드니까 다들 모르는 척해요.'

등등이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에 인색하다. 주는 것에 인색하다 보니, 타인에게 받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이 먼저 '주는 것'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받기만을 원하고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에 따라 주지 않으면 욕을한다. 여기서, '준다'라는 행위는 선물 같은 물질적인 것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추석 때 보내는 몇 마디 인사도 '내 감정을 준다'라는 행위다. 아래의 대화는 받기만 하는 사람의 전형적인 태도다.



나 : '한가위 잘 보내'

상대 : '고마워, 너도'




애덤 그런트 교수는 사람을 3가지인 기버, 테이커, 매쳐로 나누었다. 기버는 주는 사람이고 테이커는 받기만 하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매쳐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주고받는 사람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집단에서 성공한 상위 10%는 기버이고 하위 10%의 가난한 사람도 기버라고 말한다. 기버가 성공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주었을 때, 사람들은 부채감이 생겨서 미래에 기버를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성공한 기버는 고마움을 아는 테이커와 매쳐에게만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기버는 테이커의 먹잇감일 뿐이다.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찾는 지인', 테이커가 많다. 우리를 이용하기만 하는 테이커는 버려야 할 사람이라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다.




추석이 되어서 조금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테이커는 물질적인 것만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추석에 우리의 감정과 시간을 소모하여 안부인사를 주는 행위, 우리의 감정을 가져가기만 하는 사람도 우리가 버려야 할 사람. 즉, 테이커이다.




추석 안부인사를 보내려거든 멈춰보자.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 지난 세월동안 상대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어떤 삶을 보내왔는지 살펴보자.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 상대에게 우리의 '감정을 주는 것'은 테이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다. 그들은 안부인사를 묻는 우리에게 감사를 느끼지 않으며, 우리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메세지를 받고서 자신의 자존감만을 채운다.




'추석이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매번 당신에게 안부인사를 보내지 않으면서, 당신의 메시지를 받기만 하는 그들은 당신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과 감정적인 공유를 하지 않는 그들. 테이커는 정신적으로 우리를 좀먹게 하며, 먼 미래에 우리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모두가 한가위 대명절 풍요로운 추석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올해 한가위는 우리의 주위에서 우리의 감정을 강탈만하는 테이커를 걸러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번, 우리의 감정을 주기에는 그들에게 우리가 받은 것이 너무나도 없다.

우리의 감정을 고마워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는 한가위가 되자.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에도 우리의 한가위 명절 4일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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