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고 속아주는 치킨 게임
며칠 전부터 티비와 인터넷에선 전국적으로 엄청난 비가 온다고 한다.
천둥번개와 강한 폭풍이 동반 된다고 했다.
그래서 몇주전에 예약했던 여행을 취소했다.
-오늘이 되었다-
비가 오지 않는다.
날씨가 좋은 건 아니어도 나쁘지도 않다.
오늘도 기상청 놈년들에게 속았다.
우리는 살다보면, 어쩌면 매일
MBTI와 인종, 성별, 종교 등이 다른 사람일지라도
전국민, 전세계인이 동일하게 관심있어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오늘의 날씨.
누군가를 만나거나. 소개팅을 나갔을 때, '제 관심사는 날씨에요'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오늘 날씨가 좋네요.'혹은 '이번 주말 날씨가 좋다니까 만날래요?' 라고 말한다.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배달이 아니라 날씨에 진심인 민족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씨에 관심이 참 많다. 날씨에 대한 관심도가 넘치다못해 '오늘의 날씨' 방송을 많이 보다보니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캐스터 짤과 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내리고 기상캐스터의 팬도 생겨났다. 많은 사람들이 기상캐스터의 방송을 보고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날씨가 좋냐 나쁘냐가 아니라, 기상캐스터가 말한대로 이루어지느냐? 이다.
TV 속의 기상캐스터는 언제나 밝은 에너지로 말한다. 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기상캐스터와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것 외에는 친분이 없지만 그들이 거짓말을 참 잘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자주 틀린 기상 정보를 말하니까 말이다. 이처럼 그들은 기상청에서 전해주는 '날씨'를 말하는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맞는 경우가 드물어서 거짓말쟁이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나를 포함 누구도 그들에게 거짓말쟁이라고 욕하지 않는다.
환하고 웃으면서 날씨를 얘기하는 그들에게 욕하는 사람은 없으며, 잘못된 정보를 주는 기상청 탓을 한다. (혹시라도 그럴일은 없지만) 기상청이 준 정보와 반대로 말하는 기상캐스터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연진이도 기상캐스터가 된 것이 아닐까.
그녀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사람들은 관심이 없고 그녀의 배경만 볼테니까.
기상청은 정기 기사처럼 쿨타임이 돌 때마다 억울하다는 기사를 올린다. 때로는 '우리는 생각보다 잘 맞춰요!'라고 애교기사도 올리지만 사람들은 증거를 보여줘도 믿지 않는다. 사람은 진실보다는 내 경험을 우선시 한다. 10번 중에 9번을 맞춰도 1번 틀린 것만 기억에 남긴다.
나쁜 건 누구일까?
기상청을 믿은 나일까.
기상캐스트를 좋아하는 마음일까.
그래도 내일은? 라고 믿으면서 날씨 어플을 삭제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기상청과의 치킨게임에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