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캐슬 Aug 21. 2023

나리타 공항로 가는 길은 위험하다

비행기 타는 것이 좋은가요?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은 언제나 두근 거린다.




여행을 떠나서 설레이는 것이 아니라. 추락할까봐 겁이난다. 인간이 만든 운송수단 중에 가장 안전한 비행기라지만 지구라는 땅에 두 발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무섭기 마련이다. 나이가 먹도록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를 탑승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며, 나처럼 처음에는 무섭지 않다가 점점 무서워지는 사람도 있다.




그날의 하늘은 구름이 가득 끼어 있었다. 비도 오고 있었다. 오늘의 비행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분명 흔들릴 것이고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자동차를 타다가 언덕에서 내려갈 때 느껴지는 붕 뜬 기분이 조금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날의 하늘은 매우 불안정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하고 비구름을 뚫고자 비행기는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리고 15분 정도 후, 비행기는 눈앞의 큰 구름을 피하려는 듯 급속도로 상승했다. 중력가속도라는 것이 강하게 몸을 짓눌렀다.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는 중력가속도였다.




우주로 향하는 우주비행사 분들이 느끼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필연적으로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상승하면 분명 떨어진다.' 바로 비행기는 롤러코스터처럼 아래로 하강했다. 비행기의 모든 사람들은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무섭지는 않았다. 비행기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은 것은 아니었고 그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다.




그 뒤로는 안전한 비행이 계속되었다. 중간중간 흔들림은 있었지만 면세품 판매도 이루어졌고 일본은 맑은 하늘이었기에 창문으로는 도쿄가 눈에 들어왔다. 도착하기 20분 정도 남은 거리에 마음은 차분했다. 하지만 곧 비행기는 다시 흔들렸다. 창문에는 어두운 구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뭔가 올 것 같은데...'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비행기는 90도의 각도로 지금의 하늘에서 더 위의 하늘로 붕 떴고 곧바로 45도 각도로 처박혔다. 분명 맨 뒤의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맨 앞 좌석 사람의 머리와 공중에 떠있는 그들의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비행기는 순간 동력을 잃은 것처럼 1~2초간 추락했다. 우리는 급변풍을 만난 것이다.




비행기의 모두가 '어어어어~~~~!!'라는 괴성밖에 지르지 못했으며, 서로 모르는 옆자리와 앞뒤의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라는 평온한 얼굴의 동승객을 찾고 그 얼굴을 보면서 마음의 안식을 느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참 다행인 점이면서 급변풍을 만났을 때는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싸인이 들어왔던 시기였음에도 모든 승객이 자리에 안전벨트를 하고 앉아있었다는 것이다. 승객들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반대로 캐빈 크루들은 자리에 착석하지 않았으기에 걱정이 앞섰다. 






그 뒤로는 별 탈 없이 나리타 공항에 착륙했다. 함께 공포에 질려하던 동승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터미널을 함께 걸었다. 안전하게 도착한 나리타 공항의 날씨는 너무나도 맑았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 분명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죽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가 있었는데, 안도의 마음 때문일까. 급변풍으로 인한 멀미와 공포에 다리 근육이 풀려서 인지 걷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나리타 공항은 간간히 고어라운드를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도 급변풍으로 유명한 공항이다. 하지만 이륙과 착륙 15분 이후의 비행에서 만나는 난기류는 최신 기술로 인해 추락할 확률이 0%에 가깝다. 비행에서 만나는 난기류는 달리는 자동차가 비포장도로를 만나서 흔들리는 것과 같기에 안전하다.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난기류를 만났을 때의 기분은 다르다. 난기류는 새로운 시작을, 어쩌면 인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자연의 메시지와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