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캐슬 Aug 30. 2022

오늘날의 당신은 피터팬인가요? 웬디인가요?

어른이 바라보는 MZ세대(가) 되고 싶은 어른

직장생활은 피터팬의 이야기와 같다.

평생 나이를 먹지 않고 아이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살아가는 피터팬과 언제나 함께였지만 홀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웬디의 이야기.





대학 강사로서 대학에 있으면 참으로 많은 세대를 만나게 된다. 대학생에서부터 10년이 넘게 있다 보니, 각 세대들 간의 생각의 차이도 확연하다. 과거에는 전공을 살려서 취업하려는 학생이 많지 않았다. 대학은 간판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직장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전문분야가 생긴다는 것이다. 회사에 입사할 때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맞게 입사원서를 내고 채용된다. 챗바퀴도는 삶은 부여받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전문가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실은 아래의 의문으로 닿게 된다.

아니요? 난 전공과 상관없이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는데요?




누구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 2000년대 중반 말콤 글레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얘기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1만 시간이라는 것이다. 처음 1만 시간의 법칙이 소개되었을 때, 지식인과 관리자들은 노오오력과 장인정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당시의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거의 모든 교수님들이 전공 공부를 1만 시간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랬던 1만 시간의 법칙을 깬 것이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이었다. 현실적으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차고 넘친다.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이 어렵다면 특별한 제너럴리스트가 되자는 것이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골고루 조금씩만 가지고 있으면 유일무이한 한 명이 될 수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추구하고 싶은 것이 MZ세대다

현재의 MZ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른 점이 있다. MZ세대의 대부분이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전공이 확실하다. 요즘의 대학은 직업양성소라고 욕하는 사람이 많은데, 더 이상 대학은 학문을 깊게 연구하는 곳이 아니다. 학문연구의 전당은 대학원이 가로챈 지 오래며, 대학은 미국 대학처럼 현실에 적용 가능한 실무위주의 전공 교육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르게 자신의 전공을 사회에 적용하고 싶어 하는 실용적이고 이성적인 세대다.




'타이탄의 도구'를 추구하는 것은 기성세대다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다르다. 학과보다는 학교 간판을 외치던 과거의 향수가 남아있어서일까? 전공보다도 회사에서 요구한다면, 모르는 분야일지라도 공부하고 결과를 낸다. 회사를 위해, 회사가 필요하다면, 애사심을 가지고 한 몸 바친다. 물론, 그 이면에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자, 전문분야가 있음에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본인이 원했든 않았든, 기성세대는 타이탄의 도구를 모아가는 것이다.






몇 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90년대생이 온다 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최근에 해당 유행어는 'MZ세대의 현실'이라며, 20-30세대를 풍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마치, 내가 어릴 적에 읽던 '최불암'이나 '만득이' 시리즈처럼 말이다. 오늘날의 20-30세대는 40대 이상 기성세대의 놀림거리이자 술안주가 되어버렸다. 분명, MZ세대는 그들의 자식이거나 사촌동생일 텐데도 MZ세대를 참 교육했다는 글들이 매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다.




40대 이상의 직장인이 MZ세대를 욕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일을 시키면 자기 업무가 아니라며 거절한다는 것이다. 단결을 위한 팀 회식은 거절하고 정해진 시간만 일한다는 것도 비난의 이유 중에 하나다. 참 신기하다. 40대 이상의 직장인은 분명, 강의실에서 교수님과 맞담배를 피거나, 오토바이로 전갈 놀이를 하던가, 그 당시의 기성세대에 대항하던 X세대였다. 그런 분들이 지금의 MZ세대를 욕하다니!




한 때는 그들도 MZ세대처럼 욕을 먹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하고 싶은 말을 하던 세대였다. 약 10여 년 전,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첫날. 과대표 선배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너네 요즘 하고 싶은 말 다하는 세대잖아?"



차가운 도시에서 세대간의 갈등은 작은 소음과도 같다




다양한 세대를 보아온 대학 강사로서, MZ세대와 기성세대를 보면서 피터팬 이야기를 떠올린다.



MZ세대는 피터팬이다. 대학생 시절에 배웠던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하고 그때의 감정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MZ세대에게 있어 대학생 시절의 노력과 감성은 현재의 직장에서 일하게 만들어준 자존감과 같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바도 MZ세대가 대학에서 배운 것과 같다. 최신 학문과 개념 모든 것이 MZ세대가 얼마 전까지 공부하던 것들이다.


그렇게 MZ세대는 피터팬으로서 사회를 바꾸고 싶어 한다.




반면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웬디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현재의 MZ세대처럼 찬란했던 X세대를 뒤로한 채, 어른이 되어버렸다. 순수했던 대학생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기엔 이미 추억이다. 대학생 때나, 그간 갈고닦았던 전공만을 고집해서는 직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하루같이 새로운 개념들이 자신의 위치를 밀어낸다.


그렇게 40대 이상의 기성세대는 순응한다. '1만 시간'을 공들인 자신을 내려놓고 '새로운 타이탄의 도구'를 손에 쥔다. 그들은 성인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웬디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그런 것처럼, MZ세대도 피터팬과 함께이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웬디가 될 것이다.

물론, 개중에는 소수의 기성세대처럼 평생 피터팬으로 살아가는 MZ세대도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피터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분들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피터팬을 응원하는 팅커벨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나는. 이미.

피터팬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대학 시간 강사로 살아남기 위해서,

대학생과 대화하기 위해,

최신 유행 콘텐츠를 시간 내어 공부해야 하는

웬디. 다.




팅커벨이 묻는다.

당신은 어떤가요? 피터팬과 웬디 중에 어떤 쪽이죠?



직장생활은 피터팬의 이야기와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급 17만원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