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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캐슬 Aug 26. 2022

월급 17만원 들어왔다. 감사합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무엇일까

이번달 월급으로 17만원을 받았다. 

대부분은 17만원을 받고 생활이 가능해? 라고 의문을 가질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이 사람 인생 망했네.' 라고 상대적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최저 시급만 받아도 월 17만원보다는 많이 벌테니까 당연하다. 반대로 월급 17만원을 받으면, 주위의 모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작년까지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크나큰 이슈였다.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자기계발서를 보면, 부자의 마인드를 가지라고 말하고 부자처럼 행동하라고 말한다. 부자의 삶을 느껴보아야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다는 이야기이다. 경제적 자유의 시작은 자본소득이 아닌 노동소득의 축적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월급 17만원 이라니. 이정도면 경제적 자유가 아니라 단 하루의 자유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강사라는 직업은 입시교육에서 만나는 스타강사이거나 대기업/기관에서 강의하는 프리랜서 강사다. 강사라고 말하면 메가스터디의 현우진강사나 전문강사로 유명한 김미경 강사처럼, 꽤나 많은 돈을 버는 전문 강사를 떠올린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평범한 동네의 학원 강사일까? 하지만 나는 이런 부류가 아닌 대학의 시간 강사다. 무슨 말이냐면, '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라고 말하면 오가는 대화가 정해져 있다.

"오~ 교수네?"

"아닌데요."

"그래도 박사인데 월 300은 받지?"

"아닌데요."

"그래도 최소 시급은 받는 것 아니야?"

"아닌데요."




대학 시간강사는 전문 강사나 학원 강사와 같은 월급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강의를 안하는데 돈을 줄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시간강사법으로 인해, 시간강사는 대학과 비정규직 계약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방학에도 돈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달에 20만원을 받았다. 세후 약 17만원이다. 물론, 대학마다 다를 수도 있다. 왜냐하면 대학마다 강사료가 천차만별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평균 5~6만원으로 보면 되는데, 많이 주는 곳은 10만원 근처도 주고 적은 곳은 3만원 내외다.




누군가는 한 시간에 그렇게나 많이 받는다고? 라는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

하지만 한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강의는 2~3개로 한정적이고 여러 학교에서 강의를 받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강의 시간이 9시부터 18시까지 랜덤으로 잡히기에 일반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강의를 할 수도 없다. 결국 대학에서 강의를 하려면 회사의 임원진이거나 프리랜서이거나 두 가지 밖에 없다.




다른 일을 안하고 시간 강사만 한다면 한 학교에서 최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월 200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럼 왜? 박사학위를 받고 이런 처참한 대우를 받으면서 강의를 오랫동안 하는 것일까? 이유는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문계열이나 예체능의 경우가 그렇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이 별로 없다. 아무래도 나는 공대출신이다보니, 시간 강사를 하다가 교수가 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Post.doc을 하거나,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교수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타계열 박사들은 시간강사를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쌓는 것을 교수가 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발판으로 여긴다. 교수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박사학위를 받고서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시간 강사에게 조금 다른 길이 열렸다. 대학에서 1주일에 약 5개 과목의 강의를 전담하는 강의 전담 교수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강의 전담 교수는 현재 많은 대학에서 뽑고 있는 직책이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다. 또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배가 불렀나? 왜 안하는데? 교수하고 싶다며?"



결국, 강의 전담 교수도 비정년트랙의 계약직이다. 약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데, 재계약이 안될 수도 있다. 연봉의 상한이 정해져 있다. 아무리 오래 근무한다고해서 그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예를 들어 4,000만원에서 시작하고 1년마다 약 300만원 올려준다면, 최대 4,900만원이 끝이다. 게다가 겸직금지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적은 연봉, 그리고 정년트랙교수와 태생이 다른 서자 출신의 카케무샤 교수다.






선배 중에 대학 강사로만 10년이 넘게 지내신 분이 있다. 곧, 20년 가까이 되시지 않을까 싶은데 '교수'가 되겠다는 생각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약 20년간 학기 중에만 강의를 하면서 계약직으로 살아오신 거다. 어떤가, 정규직인 당신은 상대적 우월감이 느껴지는가? 




그 선배는 애초에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여러 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행위에 대한 뽕이 아닐까. 교수는 아닐지라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에, 학생들에게는 교수라고 불리기도 하고 여러대학을 돌아다니니 월 400~500정도로 나쁘지 않다. 거기에 프리랜서니까, 겸직을 해도 상관이 없다. '오~ 듣고 보니 시간강사 괜찮은데?' 라고 생각이 들었다면, 한가지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 선배는 건물주다. 이번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는가?




월급 17만원은 누가 보더라도 굉장히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강의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17만원을 받는 다는 것을 알면 불합리하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의 시간 강사는 17만원을 안받아도 좋으니 교수가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시간강사에게 월급 17만원은 상대적 박탈감이면서도 교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의 월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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