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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 Dec 30. 2022

나를 웃게 하는 실패 이력 모음

생각만 해도 웃게 되는 나의 두 번째 이야기

© elisa_ventur, 출처 Unsplash

‘귀하의 능력은 훌륭하나 아쉽게도 이번 채용에서는….’


모두들 한 번은 받아봤을 메일이나 문자. 다시 구직활동에 뛰어든 내가 줄기차게 받고 있다. 어떤 순간엔 ‘예상했던 일이지…’ 다른 순간엔 ‘분명히 분위기가 좋았는데…’라고 생각하게 되는 씁쓸한 탈락의 순간들.


사회 초년생 때야 울기도 하고 몇 날 며칠을 우울해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문자를 받고 ㅋㅋㅋㅋ하고 웃어버린다. 배짱도 아니고 강한 척도 아니고 자기 위로도 아니다. 어이없더라도 뭐 어떤가. 내가 웃어버리면 그저 ‘웃어 넘긴 일'로 가볍게 지나갈 일인데.


요즘 나를 웃게 만드는 일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실수하고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한 ‘실패한’ 일들의 목록이다. 아, 혹시 실성한 건 아니냐고?

다행히도(?) 엄마나 친구들과 수다 떨며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진지하게 가끔은 내 실수들에 웃음이 난다. 예를 들면… 가스 밸브를 잠가둔 채로 가스레인지와 열심히 씨름을 한다던가 하는 그런 일들 말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실수도 용납하기 힘들었고 사소한 일들도 완벽하게 해내려고 애써왔다. 성과에 있어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지만,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데는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특히 불평불만도 많아졌다. 이대로 가다간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거란 생각에 올해부터는 하루에 하나씩 감사해야 할 일이나 즐거운 일, 혹은 나를 칭찬할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기분이 좋긴 했지만, 어느 순간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우울했던 날들에도 행복한 순간들만 기재하면 과연 솔직한 걸까? 감사하고 좋은 순간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망하고 기분이 저조한 날도 있지 않은가. 모든 날을 '기쁨'이라고 기록할 순 없다. 즐거운 날 옆엔 괴로운 날도, 슬프고 아픈 날들도 함께 있다.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바뀌듯이 말이다. 행복한 순간들만 기록한다면 그건 반대로 우울하거나 힘든 나의 순간들은 외면하는 꼴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은 모든 감정들이나 내 실수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은 누군가와 얼굴이 붉어지도록 다투기도 하고, 면접에 떨어져서 한동안 속상해하는 것. 그것은 내가 지극히 정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재취업 성공

네이버 도서 인플루언서 합격

스스로 운전해서 근교 운전하기

3개월 연속 일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하기


위의 내용은 내가 올해(22년) 도전했다가 실패한 내용들이다.

그냥 도서 블로거이자 백수에 운전도 미숙하고 운동도 안 하는 게으른 사람이라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올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을 100권 가까이 읽어봤고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무기력 증도 탈출했다. 블로그로 얻은 게 참 많은데, 소중한 이웃분들과 소통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방구석에만 있다가 일부러 여행 겸 맛집도 찾으러 다녔고 행복한 순간들도 많이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근교까지 운전하진 못하더라도 장롱면허를 탈출했고, 2개월 연속 꾸준히 일주일에 4일씩 운동했다. 면접도 틈틈이 보러 다니고 있다.


© krakenimages, 출처 Unsplash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거기에 기울였던 내 노력을 생각한다면 나는 진심으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 물론, 노력한 게 없었어도 어이없게 든 어떻게든 웃어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노력한 게 없는데 실패했다고 쓰면 어이없어서 웃기지 않은가?) 그렇게 웃으면서 털어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bozhstudio, 출처 Unsplash

다가오는 23년에는 부끄럽고, 속상하고, 실패하고, 실수한 일들을 하나씩 쓰려고 한다. 내가 외면하고 싶었던 민망한 순간들을 인정하고 웃어넘기는 연습, 그게 오히려 나를 더 사랑하는 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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